유럽 주요 주가지수 선물이 개장 전부터 약세를 나타내며, 전일 상승세와 대비되는 투자 심리의 급격한 전환이 관측되고 있다. FTSE 100·DAX·CAC 40·FTSE MIB 등 핵심 지수의 예상 하락폭은 0.18%에서 0.60% 수준으로 집계돼, 장 초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025년 8월 2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시장 전반의 약세와 미국 뉴욕 증시의 조정이 유럽 투자자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영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경계 심리가 고조되는 양상이다.
전일(19일) 유럽 현물 시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그리고 EU 주요 정상 간 백악관 회동에 대한 긍정적 해석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다. 그러나 국방·방산주는 지정학적 불확실성 해소 기대감에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이 같은 섹터별 차별화는 당일 선물 가격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1. 영국 물가 지표에 쏠린 눈
로이터 통신이 40여 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사전 설문에 따르면, 7월 영국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7%로 전망된다. 이는 6월 기록한 3.6%보다 0.1%포인트 높은 숫자로, 영란은행(BoE)의 2% 물가 목표치를 여전히 크게 상회한다. 실제 수치는 영국 시간 오전 7시(한국 시간 15시)에 공개될 예정이며, 결과가 예상치를 상회할 경우 영국 국채 금리와 파운드화 변동성이 동반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소비자물가지수는 일반 국민이 구매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포괄적으로 반영하는 ※물가 지표로,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 및 재정‧사회복지 정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최근 영국 실질임금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수요 측 물가 압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2. 미국 연방준비제도 정책 방향 주목
유럽 시간대 투자자들이 또 하나 주목하는 이벤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1일(현지) 공개할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다. 당시 금리는 동결됐지만,
“크리스토퍼 월러와 미셸 보우먼 두 명의 이사1987년 이후 처음으로 동시 반대표를 던진 사례“
라는 역사적 이견이 등장해 시장 불안 심리를 키웠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선물시장은 9월 FOMC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을 84.9%로 반영하고 있다.
아울러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이 22일 개막해, 제롬 파월 의장의 연설이 23일 예정돼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같은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와의 싸움 끝나지 않았다”는 강경 메시지로 글로벌 위험자산을 급락시킨 바 있다. 올해에도 유사한 매파적 톤이 유지될 경우 유럽 증시 역시 추가 압력을 받을 수 있다.
3. 기업 실적 및 통화정책 변수
스위스 의료기기업체 알콘(Alcon)과 위생‧배관 솔루션 기업 게버릿(Geberit) 등은 이날 장 시작 전 실적을 발표한다. 시장 컨센서스는 알콘의 경우 견고한 라식 수술 장비 수요를 바탕으로 매출 6% 내외 성장, 게버릿은 상반기 원재료·물류 비용 하락에 따른 이익률 개선을 전망하고 있다. 반면 건설 경기 둔화가 길어질 경우 유럽 위생설비 시장 수요 축소가 일부 실적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스웨덴 중앙은행 릭스방크(Riksbank)는 기준금리를 현행 4.25%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크로나화(스웨덴 통화) 약세와 주거비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점을 감안할 때 매파적 성명이 동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4. 아시아·미국 증시 연동 효과
앞서 마감한 아시아‧태평양 증시는 중국 대출우대금리(LPR) 동결과 일본 7월 무역적자 확대 충격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이에 따라 미국 S&P 500 지수 선물 역시 장 마감 후 보합권에 머물렀으며, 변동성지수(VIX)는 16선으로 소폭 상승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글로벌 증시가 “금리 인하 기대“와 “실물 경기 둔화“라는 두 상충 요인 사이에서 방향성을 탐색 중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유럽 시장은 미국의 기술·성장주 주도 랠리와 상반된 경기민감주 비중이 높아, 미국·아시아 변수에 한층 민감하다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잭슨홀 회의 결과, 미국 실업률·소매판매 지표 등 대서양 건너 이슈들도 유럽 증시의 단·중기 고점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5. 시장 전문가 진단과 전망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스미스는 “영국 CPI가 4%에 근접할 경우 영란은행의 추가 금리 동결 논리는 약화될 것”이라며, 파운드화 강세 및 금융주(特히 대형 상업은행) 수익성 회복을 점쳤다. 반면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클라우디아 가르첸은 “에너지·식품 기저효과가 사라진 뒤 유로존 헤드라인 물가가 다시 상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내부적으로는 9월 이후 ECB(유럽중앙은행)과 BoE의 금리 인하 시점이 다소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가 공존한다. 그러나 고용·임금 지표가 견조한 한, 유럽 각국 통화당국이 섣불리 방향을 선회하기 어렵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단기적으론 물가 지표와 잭슨홀 발언이, 중기적으론 3분기 기업 실적이 유럽 주식의 핵심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6. 용어·배경 설명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은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매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개최하는 국제 경제학자·중앙은행 총재 회의다. 이 자리에서 나온 발언은 세계 통화정책 방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투자자들이 연준(연방준비제도)의 중장기 스탠스를 가늠하는 데 활용된다.
LPR(대출우대금리)은 중국 인민은행이 상업은행과 공동으로 책정하는 사실상의 지준금리로, 중국 기업·가계 대출금리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LPR이 동결된다는 것은 중국 통화당국이 추가 경기부양보단 안정적 유동성 관리를 택했음을 의미한다.
CME FedWatch는 시카고상품거래소가 파생상품 가격을 이용해 FOMC 회의별 금리 인상·인하 확률을 산출해 제공하는 서비스로, 미국 기준금리 예상 지표 중 대표적 참고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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