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시, 중앙은행 결정·실적 발표 속 혼조 마감

유럽 주요 주가지수가 30일(현지시간)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과 대규모 3분기 실적 발표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 속에서 혼조세로 거래를 마쳤다.

2025년 10월 3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투자자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의 결정 및 향후 가이던스를 주시하는 한편, 미·중 정상 간 무역 합의 성사 소식까지 소화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ECB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데이터 의존적이고 회의별로 판단한다”는 기존 기조를 재확인했다. 연준은 전날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하했으나, 제롬 파월 의장은 올 연말 추가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BOJ 역시 완화적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향후 물가 흐름을 면밀히 관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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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 변수도 시장을 흔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부분적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지만, 세부 조항이 공개되지 않아 경계심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못했다.

지수별 마감 현황을 보면 유럽 전역을 대표하는 Stoxx 600 지수는 전장 대비 0.01% 하락한 449.52로, 사흘만에 약보합권으로 내려섰다. 영국 FTSE 100은 0.04% 올랐고, 독일 DAX는 0.02% 밀렸다. 프랑스 CAC 40은 0.53% 하락, 스위스 SMI는 0.04% 약세를 보였다.

국가별로는 벨기에·덴마크·핀란드·그리스·아이슬란드·노르웨이·폴란드·스페인·튀르키예 증시가 약세였고, 체코·아일랜드·네덜란드·포르투갈·러시아·스웨덴 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영국 시장 동향

런던 증시에서 스탠다드차타드는 3분기 순이익이 10억3,000만 달러로 10% 증가했다는 소식에 3.7% 급등했다. EPS(주당순이익)는 44.5센트로 전년 동기 대비 7.7% 늘었다. 전일 강세를 보였던 Airtel Africa는 이날도 2.5% 가까이 올랐고, Auto Trader Group·Centrica·GSK·Haleon·IAG 등 대형주가 1~2%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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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영국 광고대기업 WPP는 성장률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하면서 16.1% 폭락했다. JD 스포츠패션(-3.4%), Whitbread(-2.7%), 버버리 등 명품·리테일주는 물론 글렌코어·안토파가스타·리오틴토 같은 자원주도 동반 약세였다.

독일 시장 동향

프랑크푸르트에서는 Scout24가 3% 상승했고, RWE·SAP·아디다스·지멘스·알리안츠·뮌헨RE 등이 견조했다. 그러나 바이엘(-2.8%)·머크(-2.6%)·도이체텔레콤(-2.5%)·포르쉐홀딩(-2.4%)이 하락했고, 폭스바겐은 3분기 13억 유로의 영업손실을 발표하며 2% 가까이 미끄러졌다.

항공사 Lufthansa는 예상을 웃돈 실적 덕에 7% 급등했으나, 화학업체 Covestro는 4,700만 유로 손실을 내며 보합권에 그쳤다. Puma는 6,230만 유로 적자 전환 소식에 8% 넘게 급락했다.

프랑스 시장 동향

파리 증시에서는 에어버스가 2.5% 올랐고, 앙지도 1.2% 상승했으나, 스텔란티스는 하반기 일회성 비용 경고로 9% 폭락했다. 명품 대장주 LVMH를 비롯해 크레디아그리콜·소시에테제네랄·케링·슈나이더일렉트릭 등 금융·소비재 주도 2~4%대 낙폭을 기록했다.

석유 메이저 TotalEnergies는 3분기 순이익이 2.4% 줄었다는 소식에 큰 폭으로 밀렸고, BNP파리바·푸블리시스·페르노리카 등 주요 대형주가 동반 하락했다.

주요 거시지표

독일 연방통계청(Destatis) 잠정 발표에 따르면 3분기 독일 GDP는 전 분기 대비 보합을 기록해 경기 정체 국면이 이어졌다. 설비투자는 늘었지만 수출 감소가 상쇄했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0.3%로 전 분기와 동일했다.

프랑스 통계청(INSEE)은 3분기 프랑스 GDP가 전기 대비 0.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2분기의 0.3%를 웃도는 수치로, 시장 예상치(0.2%)를 크게 상회한다.

유로존(20개국) GDP는 속보치 기준 0.2% 증가(전기 대비)하며 2분기 0.1%보다 개선됐다. 전년 대비 성장률은 1.3%로 둔화했지만, 전망치 1.2%를 상회했다. EU27 전체 성장률은 0.3%로 확대됐다. 9월 유로존 실업률은 6.3%로 안정세를 이어갔고, 독일 실업률 역시 10월 6.3%로 집계됐다.

“이번 주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 강도를 완화하거나 동결 기조를 택하며 금리 정점(terminal rate)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전문가 해설

Basis Point(bp)는 1bp가 0.01%포인트를 의미하는 금융 용어로, 금리 변동 폭을 보다 정밀하게 표현할 때 사용된다. 또한 Stoxx 600은 유럽 17개국 600개 대형주로 구성된 광역 지수로, 한국의 코스피200과 유사한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ECB와 연준의 ‘데이터 의존적 접근’을 감안할 때, 앞으로 수개월간 발표될 인플레이션·고용 지표가 금리 방향성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유럽 기업 이익이 달러 약세 구간에서 상대적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어 실적 모멘텀이 재평가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다만 지정학적 긴장, 미·중 무역 불확실성, 유가 변동 등 복합 리스크가 상존하는 만큼, 일부 투자자들은 방어적 섹터나 고배당주 비중을 늘리며 변동성에 대비하고 있다.


이처럼 30일 유럽 증시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글로벌 교역 전망, 기업 실적이라는 세 갈래 변수를 저울질하며 뚜렷한 방향성 없이 마무리됐다. 향후 발표될 10월 소비자물가, 4분기 기업 가이던스가 리스크 프리미엄을 재조정할 핵심 촉매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