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시, 실적 훈풍·미‧EU 무역합의 평가 속 강보합 마감

유럽 주요 증시가 29일(현지시간) 일제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프랑스‧이탈리아 합작 안경 전문업체 에실로룩소티카(EssilorLuxottica)의 급등과 함께 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본격화된 것이 투자심리를 지지했다. 동시에 투자자들은 워싱턴과 브뤼셀 간에 새롭게 체결된 무역협정이 미칠 장기적 파장을 면밀히 검토했다.

2025년 7월 2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범유럽 주가지수 STOXX 600은 그리니치 표준시(GMT) 기준 07시 15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0.3% 상승했다. 독일 DAX와 프랑스 CAC 40 역시 각각 0.5%씩 올랐다.

전일 세션에서 STOXX 600 지수는 장 초반 0.9% 급등하며 4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장 후반 이익 실현 매물과 EU산 제품 대부분에 새로 부과되는 15% 관세 우려가 겹치면서 0.2% 하락 마감했다. 이는 2025년 이전 평균 관세율보다 확연히 높은 수치다.

종목별로는 에실로룩소티카가 단연 돋보였다. 이 회사는 상반기 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발표한 뒤 주가가 5.4% 급등, STOXX 600 상승을 견인했다.

네덜란드 의료기술 기업 필립스(Philips)도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해당 기업은 미‧EU 무역합의 이후 관세 비용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고 밝히며 주가가 거의 9% 뛰어 지수 상단에 올랐다.

반면 영국 자동차 유통업체 인치케이프(Inchcape)는 상반기 관세 부담으로 이익이 감소했다고 공개한 후 6.3% 하락, STOXX 600 내 최대 낙폭 종목으로 전락했다.


용어‧배경 설명

STOXX 600은 유럽 17개국 600개 대형·중형·소형주로 구성된 대표 주가지수다. S&P 500처럼 대륙 전반의 경기 및 기업 실적 흐름을 보여주는 잣대로 활용되며, 유럽 전역 기관투자가의 벤치마크로 자리 잡았다.

15% 관세란 2025년 미국과 유럽연합 사이에서 새롭게 도입된 공통 관세율로, 환경‧노동 기준 강화 명목으로 대다수 EU산 수입품에 적용된다. 이는 팬데믹 이전 평균 관세율(약 6~8%)의 두 배 이상으로, 기업 실적과 소비자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종목별 성과는 실적 시즌의 핵심 테마로 부각되고 있다. 에실로룩소티카는 프리미엄 아이웨어·렌즈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관세 충격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 필립스는 의료영상·진단 장비 핵심 부문에서 수익성이 개선됐고, 인치케이프는 신차 재고 부담과 관세 이중 압박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기자 관전평

무역합의 자체는 정치·외교적 긴장 완화를 상징하지만, 관세율이 기존보다 높아져 단기적으로는 기업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다만 헬스케어·사치재처럼 브랜드 파워가 강한 업종은 가격 전가 능력이 뛰어나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반면 자동차·중저가 소비재 업종은 관세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마진 압박이 심화될 전망이다.

금리 고점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관세‧환율‧수요 둔화라는 복합적 변수를 고려해 업종·기업별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이번 실적 시즌은 이러한 전략의 성패를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