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시, 실적 발표 봇물 속 강보합 마감

유럽 주요 주가지수가 31일(현지시간) 강보합권에서 마감했다. 이날 시장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무역 관련 발표를 앞두고 관망세가 짙은 가운데,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줄줄이 공개되면서 개별 종목별 변동성이 확대됐다.

2025년 7월 3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기업 실적과 더불어 전일 밤사이 쏟아진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관세 관련 발언을 소화하는 데 분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인 금요일을 자정 데드라인으로 제시하며 추가 조치를 시사해 글로벌 위험자산의 변동성을 자극했다.

경제지표도 혼재됐다. 독일 2개 주(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바이에른)의 7월 소비자물가 예비치는 전월 대비 변화가 없었다. 같은 달 독일 전국 실업자 수는 2천 명 증가했지만, 시장 전망치보다는 양호해 고용시장의 견조함을 확인시켰다.

“전반적인 물가 흐름이 안정적이고 고용은 탄탄하다는 점이 독일 및 유로존 경기 연착륙 기대를 높이고 있다”*시장 관계자


지수 동향을 보면 범유럽 STOXX 600 지수는 0.2% 오른 551.47에 마쳤다. STOXX 600은 유럽 17개국 대형·중형·소형주 600개를 시가총액 비중으로 편입한 대표 광역지수다. 독일 DAX는 0.4% 상승했고, 프랑스 CAC 40는 소폭 플러스, 영국 FTSE 100는 0.3% 올랐다.

기업 실적에서는 희비가 교차했다. 프랑스 Veolia Environnement는 상반기 매출이 감소해 주가가 1.7% 후퇴했다. 스페셜티 바이오제약 업체 이입센(Ipsen)은 호실적·가이던스 상향에도 4% 밀렸다.

호텔 체인 아코르(Accor)는 2분기 객실당 평균매출(RevPAR)이 전망치를 밑돌자 12% 급락했다. RevPAR은 호텔 산업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핵심 지표로, 객실 가동률과 평균 일일객실요금(ADR)을 곱해 산출한다.

항공주는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루프트한자는 보합권에 머문 반면 에어프랑스-KLM은 2분기 순이익 개선으로 4.3% 뛰었다. 재보험사 스코어(SCOR)는 호실적에도 4% 밀렸고, 건설·미디어·통신 복합기업 부이그(Bouygues)는 상반기 유기적 성장세 둔화 여파로 3.4% 약세를 기록했다.

반면 대형 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은 연간 수익성 목표치를 상향하면서 6.2% 급등했다. 제약사 사노피(Sanofi)는 2분기 이익이 기대를 밑돌아 3% 약세를 보였다.

독일 방산 전자업체 헨솔트(Hensoldt)는 상반기 사상 최대 수주잔고를 공개하며 3.5% 올랐다. 스위스 시멘트 대기업 홀심(Holcim)은 시장을 웃돈 실적으로 1.1% 상승했다.

세계 2위 철강사 아르셀로미탈은 중국 외 지역 철강 수요 전망을 하향 조정하며 3.6% 밀렸다. 항공엔진 업체 사프란(Safran)과 영국 롤스로이스 홀딩스는 나란히 실적 가이던스 상향으로 각각 4%, 9% 급등했다.

영국계 담배회사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는 상반기 이익이 예상을 넘어 1% 넘게 올랐다. 에너지 메이저 셸(Shell)은 2분기 순이익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 35억 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해 1.5% 상승 마감했다.


시장 해설 및 전망

유럽 증시는 기업 실적의 질(質)과 미·중 무역 긴장 완화 여부가 당분간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STOXX 600이 연중 고점 부근에 위치해 있는 만큼, 추가 상승을 위해선 매출 성장세 회복매크로 지표 안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독일 고용·물가 안정세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 정책 속도를 재조정할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 ECB가 전월 예고한 대로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실적 펀더멘털이 취약한 종목은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8월 들어 미국의 관세 시한, 중국 경기 부양책, 유로존 2분기 성장률 발표가 연달아 대기하고 있어, 변동성 확대 국면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방산·항공엔진·에너지 섹터가 상대적 피난처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