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 증시가 31일(현지시간) 하락세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투자자들은 각국 대형 기업들의 2분기(또는 상반기) 실적 발표와 함께 독일·프랑스 등에서 발표된 물가·실업 지표를 주시했다. 여기에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동결과 제롬 파월 의장의 경계 발언, 그리고 미·인도 관세 이슈 등 대외 변수도 투자 심리를 압박했다.
2025년 7월 3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범유럽지수 Stoxx 600은 전장 대비 0.75% 하락했다. 독일 DAX(-0.81%)와 프랑스 CAC40(-1.14%)이 낙폭을 키운 반면, 영국 FTSE100은 장 막판 하락 전환하며 0.05% 내려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스위스 SMI도 0.8% 떨어졌다.
주요 종목 움직임
영국 시장에서는 해충 방제 전문기업 렌토킬 이니셜(Rentokil Initial)이 상반기 법인세 차감 전 이익이 2억1,6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2억9,400만 달러에서 감소했음에도 주가가 9.5% 급등했다. 회사 측이 “2025회계연도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부합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명한 것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롤스로이스 홀딩스(Rolls-Royce Holdings)는 항공엔진 수요 회복과 비용 효율화 덕분에 상반기 세전이익이 48억4,000만 파운드(전년 14억2,000만 파운드)로 급증하며 8.5% 상승했다. 회사는 2025년 연간 영업이익 가이던스를 종전 27억~29억 파운드에서 31억~32억 파운드로 상향했다.
반면 제지·포장재 업체 몬디(Mondi)는 세전이익이 2억4,700만 유로로 감소해 12% 넘게 급락했다. 구리 생산업체 안토파가스타(Antofagasta)(-6%)를 비롯해 디아지오·리오틴토·그렌코어 등 원자재·소비재 대형주도 줄줄이 하락했다.
독일에서는 지멘스 헬시니어·잘란도·푸마·아디다스·인피니온 등이 3~4.5% 내렸다. 자동차·화학·통신주 전반도 1~2%대 약세를 기록했다. 반면 하이델베르크 머티리얼·심라이즈·포르쉐·MTU 에어로엔진스 등 건자재·방산·프리미엄 자동차주는 견조한 실적 기대에 상승 마감했다.
프랑스에서는 글로벌 호텔 체인 아코르(Accor)가 예상보다 큰 순이익 증가에도 불구, 10% 가까이 급락했다. 제약사 사노피(Sanofi)는 실적 부진으로 장중 8%까지 밀렸고, 환경서비스 기업 베올리아(Veolia) 역시 매출 감소 여파로 2% 하락했다. 반면 국영 항공사 에어프랑스-KLM은 2분기 영업이익 호조에 힘입어 크게 상승했다.
거시경제 동향 및 통계
독일 통계청(Destatis)은 6월 수입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1.4%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3개월 연속 하락세로, 전월 -1.1%보다 낙폭이 확대됐다. 다만 전월 대비로는 0%로 보합을 기록해 하락세가 일시 멈췄다.
독일 실업률은 계절조정 기준 6.3%로 전월과 동일했으나 여전히 최근 5년래 최고 수준이다. 시장 예상치(6.4%)보다는 낮았지만 노동시장 둔화 우려가 지속됐다.
같은 날 발표된 프랑스 통계청(INSEE) 자료에 따르면, 7월 조화 소비자물가지수(HICP)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9%로 전월과 동일했다(시장 전망 0.8%). 일반 소비자물가(CPI)도 1%로 변동 없었다. 에너지 가격 안정이 물가 상승 압력을 제한했다.
프랑스 생산자물가는 6월 전월 대비 0.2% 하락해, 2월 이후 가장 완만한 하락폭을 보였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0.2% 올라 5월(0%)보다 소폭 상승 전환했다.
미 연준 및 무역 변수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현행 5.25~5.50%로 동결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하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상회하는 가운데, 성장세 둔화 조짐도 함께 나타난다”는 복합적인 상황을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9월 금리 인하 기대가 다소 약화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같은 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도산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구리(copper)는 당초 예고했던 50%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구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관련 주가와 가격 변동성에 투자자 관심이 쏠렸다.
전문가 해설: Stoxx 600과 조화 소비자물가지수란?
Stoxx 600은 유럽 17개국 600개 대형·중형·소형주를 포함하는 대표 지수로, ‘유럽판 S&P500’이라 불린다. 단일국가 지수가 아닌 만큼 유럽 전역의 경기·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조화 소비자물가지수(HICP)는 EU 회원국 간 물가 비교를 위해 통계 방법을 표준화한 지표다. Harmonised Index of Consumer Prices의 약자로, 유로존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주요 목표·평가 지표로 삼는다.
시장 전망 및 기자 관점
현재 유럽 증시는 상반된 요인 속에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기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예상치를 상회하거나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독일·프랑스 경기 둔화 징후와 미·중·인도 등 주요국 무역 갈등이 성장 모멘텀을 약화시키고 있다.
특히 9월 연준 회의를 전후로 달러 강세가 재개될 경우, 유럽 수출기업에는 환율 역풍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기업별 펀더멘털과 섹터별 구조적 수혜를 점검하며 종목 압축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종합적으로, 8월 이후 발표될 유로존 2분기 GDP, ECB 9월 통화정책회의 등이 유럽 주가 흐름의 방향키로 작용할 전망이다. 단기적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는 배당 성향이 높고 재무구조가 견조한 방산·인프라·헬스케어 섹터가 상대적 피난처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