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 주가지수가 6일 장 초반 일제히 오르며 최근 이어지고 있는 2분기 실적 시즌의 긍정적 분위기를 이어갔다. 투자자들은 개별 기업의 분기 성적과 함께 매크로 지표, 원유 가격 흐름, 미 국채 입찰 결과 등 복합적인 재료를 주시하며 포지션을 조정하는 모습이다.
2025년 8월 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 DAX 지수는 0.5% 상승했고, 프랑스 CAC 40은 0.1% 올랐다. 영국 FTSE 100 역시 0.3% 반등하며 유럽 전역이 훈풍을 맞았다.
“2분기에는 전반적으로 예상을 웃도는 실적이 발표됐지만, 일부 기업이 수입 관세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3분기 전망에는 다소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연속 호재에도 불구하고 미중·미인도 무역 분쟁이 기업 마진에 미칠 잠재적 충격을 무시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유럽 기업 다수가 원재료·부품을 글로벌 조달하는 만큼, 관세 부담이 곧 이익률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실적 발표 러시(Earnings Deluge) 계속
이날도 빽빽한 실적 캘린더가 투자 심리를 지배했다. 투자자들은 새벽부터 쏟아진 숫자를 해석하며 기업별 종목 선택에 나섰다.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는 체중감량 치료제 ‘웨고비(Wegovy)’와 ‘오젬픽(Ozempic)’의 성장세가 기대치를 밑돌았다며 올해 매출·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다만 상반기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해 기저 체력은 유지됐다는 평가다. ※Wegovy·Ozempic은 GLP-1(인슐린 분비 촉진) 계열 주사제로, 당뇨·비만 치료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독일 제약·화학 대기업 바이엘(Bayer)은 전사적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규직 약 1만 2,000명을 감축했다고 밝혔다. 경영진은 “의사결정 단계를 줄여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선 추가 비용 절감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멘스 에너지(Siemens Energy)는 2025년 성장 가이던스 상단 달성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미국 내 전력 설비 수요 호조와 풍력터빈 사업부의 회복이 배경이다. 회사 측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이 관세 부담을 상쇄했다”고 덧붙였다.
독일 헬스케어 그룹 프레지니우스(Fresenius)는 올해 유기적 매출 증가율 전망을 최대 7%로 상향했다. 병원·투석 서비스 부문 수요가 견조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코메르츠방크(Commerzbank)는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14% 감소했으나, 연간 가이던스를 오히려 올렸다. 인력 감축·디지털 전환 비용이 일시적으로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글렌코어(Glencore)는 석탄 가격 약세와 구리 생산 감소로 상반기 조정 EBITDA가 줄었다고 발표했다. 콜롬비아 석탄 자산 관련 대규모 손상차손까지 겹치며 예상보다 큰 순손실을 기록했다.
유럽을 넘어 미국에서도 대형주 실적이 대기 중이다. 월가에서는 디즈니, 우버, 맥도날드 등이 장 마감 후 실적을 내놓을 예정이라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 독일·유로존 지표: 제조주문 부진, 소매판매 반등 여부 촉각
독일 6월 산업수주는 전월 대비 1% 감소해 시장 예상(+1.0%)을 빗나갔다. 이는 수출 민감 업종이 관세 및 글로벌 수요 둔화에 타격을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같은 날 발표 예정인 유로존 6월 소매판매는 전월(-0.7%)에서 +0.4%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 회복세가 확인될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긴축 속도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편 미국에서는 주목할 만한 지표가 거의 없으나, 미 재무부 10년 만기 국채 420억 달러 규모 입찰 결과가 금리 방향성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전일 3년물 입찰이 부진했던 터라 자금 수요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 원유 시장: 5주 최저 후 기술적 반등
국제유가는 WTI 0.8%, 브렌트 0.9%씩 상승하며 전일 5주 최저치에서 되돌림 반등했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구매국에 대한 제재 강화 가능성을 시사한 점이 지지로 작용했다.
다만 전일 OPEC+가 9월 증산을 예고하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남아 있다. 미국 전국석유협회(API) 주간 재고는 420만 배럴 감소해 시장 전망(-180만 배럴)보다 큰 폭 흑자를 기록, 수요 강세를 뒷받침했다.
또 다른 변수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지속을 문제 삼아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이는 모디 정부와의 무역 갈등을 촉발하며 에너지·원자재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 용어·개념 설명※
※ GLP-1 계열 약물: 인크레틴 호르몬(GLP-1)의 작용을 모방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 식욕을 억제하는 치료제. 비만·당뇨 영역에서 ‘차세대 블록버스터’로 평가받는다.
※ API 재고: 미국 석유업계 로비 단체인 American Petroleum Institute가 매주 발표하는 원유·연료 재고 추정치. EIA(에너지정보청)의 공식 통계 하루 전에 나와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
※ OPEC+: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非)OPEC 산유국이 구성한 협의체. 산유량 조정을 통해 국제유가를 관리한다.
전문가 시각 ― “2분기까지 실적 모멘텀이 견조했으나, 하반기에는 관세·금리·소비 둔화라는 ‘삼중(三重) 변수’가 겹칠 가능성이 크다. 방어적 섹터로 포트폴리오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 제시된다.
총평하자면, 유럽 증시는 아직 밸류에이션 매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무역 긴장과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투자심리를 흔들 소지가 크다. 이에 따라 향후 기업 실적 가이던스와 매크로 데이터의 상호 작용이 증시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