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시 상승… 미·EU 무역합의·실적·연준 회의 주목

[런던·프랑크푸르트·파리] 유럽 주요 증시가 29일(현지시간) 장 초반 상승세를 이어갔다. 투자자들은 주말에 전격 발표된 미국·유럽연합(EU) 간 무역 합의와 잇따르는 2분기 기업 실적, 그리고 이날 개막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7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시선을 집중했다.

2025년 7월 2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 DAX 지수는 오전 7시5분(그리니치표준시) 기준 전장 대비 0.5% 상승했고, 프랑스 CAC40 지수는 0.2%, 영국 FTSE100 지수는 0.1% 올랐다.

미·EU 무역 합의는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하며 주가를 지지했으나, 합의 내용이 미국 측에 더 유리하다는 평가가 확산되면서 상승 폭은 제한됐다. 이번 합의로 미국은 내달부터 대부분의 EU산 제품에 15%의 수입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관세는 국가 간 교역 품목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과 소비자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수입관세가 높아지면 해당 제품의 소비자 가격이 상승해 수요가 둔화되고, 장기적으로는 관련 산업의 투자 심리에도 부정적 파급효과가 나타난다.

프랑수아 바위루 프랑스 국무총리는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

자유를 지향하는 두 경제가 굴복을 택한 오늘은 암울한 날”

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 역시 “새 관세로 독일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기업 실적 발표 동향


자동차 제조사 스텔란티스(NYSE:STLA)는 상반기 부진을 딛고 하반기 순매출 증가영업이익률 한 자릿수 초반 유지를 전망했다. 상반기 30억 유로(약 34억8,000만 달러)를 소진했던 산업 영역 현금흐름(산업 FCF) 역시 하반기에는 개선될 것으로 제시했다.

바클레이스(LON:BARC)는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23% 늘어나 시장 예상치를 웃겼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촉발한 변동성으로 트레이딩 부문 수익이 크게 증가했다.

아스트라제네카(NASDAQ:AZN)는 항암·심혈관·신장질환 치료제의 견조한 판매에 힘입어 2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상회했다. 다만 가격 압박과 무역 리스크를 고려해 연간 가이던스는 유지했다.

네덜란드 헬스테크 업체 필립스(AS:PHG)는 전년 동기 기록했던 일회성 보험금 수익이 사라지면서 2분기 순이익이 47%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마진과 잉여현금흐름 등 핵심 지표는 개선세를 보였다.

스위스 건설 화학 기업 지카(SIX:SIKA)는 환율 역풍으로 매출이 감소했음에도 2025년 상반기 영업이익률을 확대했다.

산업용 가스업체 에어리퀴드(OTC:AIQUY)는 비용 통제와 에너지 전환·전자 산업 투자를 기반으로 2025년 상반기 영업마진을 끌어올렸다.

순자유현금흐름(Free Cash Flow)은 기업의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설비투자 등에 사용하고 남은 금액을 의미한다. 이는 배당·자사주 매입이나 부채 상환 여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 연준 회의 개막


미국 연준은 이날부터 이틀 일정으로 통화정책 회의를 시작한다. 시장은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금리 인하를 요구한 만큼 위원 간 완화적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 국제유가 동향


무역 합의 이후 경기 침체 우려가 다소 완화되면서 전일 2% 넘게 급등했던 국제유가는 이날 안정세를 보였다. 29일 7시5분 기준 북해산 브렌트유 9월물은 배럴당 69.32달러로 보합세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 역시 66.71달러로 변화가 없었다. 전일 브렌트유 가격은 7월 18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번 합의에는 향후 수년간 EU가 7,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 에너지 산업의 수출 확대와 유럽의 에너지 다변화를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 시각*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무역 합의 여파로 기업 비용이 상승할 경우, 유럽 기업들은 하반기 실적 가이던스를 추가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미국 기업들은 관세 수혜와 에너지 수출 확대의 ‘쌍끌이’ 효과를 누릴 수 있어 밸류에이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합의 세부 사항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 유럽 각국 의회는 새로운 관세 체계를 놓고 치열한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