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시, 미·러 정상회담 기대 속 상승세 지속

[유럽 증시 마감 동향] 유럽 주요 지수가 지난주 강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다시 한 번 연중 최고치 부근을 시험했다. 미·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평화협정 타결 기대가 커진 가운데, 투자자들은 이번 주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CPI)관세 협상 일정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25년 8월 1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범유럽 지수 STOXX 600은 그리니치표준시(GMT) 07시 08분 기준 0.3% 오른 464.25포인트를 기록하며 7월 31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STOXX 600은 유럽 17개국 600개 종목을 편입한 광범위 지수로, 유럽판 S&P 500에 비견된다. 금융, 산업, 소비재 등 다중 업종을 포괄해 유럽 경기 체감도를 파악하는 대표 지표로 활용된다.


정치·외교 변수1도 증시 방향성을 좌우했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러시아·미국 회담을 앞두고 외교적 지지를 확인해 줬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정부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3년 반에 걸친 전쟁 종식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입장이 배제될 가능성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알래스카에서 예정된 미·러 정상회담에 대해 “양측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영토 교환 가능성을 포함해 여러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some swapping of territories to the betterment of both (sides).”라는 직접 발언은 시장 참가자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평화 기대감은 방산주의 약세로 이어졌다. 독일군 장갑차 및 포탄을 생산하는 라인메탈(Rheinmetall) 주가는 3.7% 급락했고, 트랜스미션 업체 Renk와 방산 전자센서 기업 Hensoldt도 각각 3.0%, 2.1% 하락했다.


종목별 변동성 확대

덴마크 해상풍력 선도기업 오스테드(Orsted)는 미국 해상풍력 사업 수익성 악화로 600억 크라운(94억 달러)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장중 22% 폭락했다. 유상증자(rights issue)란 기존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신주를 매수할 권리를 부여해 자본금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희석 효과가 악재로 인식됐다.

독일 AI 클라우드 전문업체 노던데이터(Northern Data) 또한 2.9% 밀렸다. 이는 미국 동영상 플랫폼 럼블(Rumble)이 11억 7,000만 달러에 인수 의향서(LOI)를 보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수가’가 시장 예상치를 밑돈다는 평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AI 클라우드란 대규모 계산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 학습·추론 서비스를 원격 데이터센터에서 제공하는 사업 모델을 뜻한다. 최근 생성형 AI 열풍으로 해당 분야 기업 가치가 급등했으나, 과도한 밸류에이션 논란도 상존한다.


전망 및 해설 투자자들은 14일 발표될 미국 7월 소비자물가 지표를 통해 연준(Fed)의 통화정책 경로를 가늠하려 한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유럽 증시의 달러 강세·금리 상승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반면, 미·러 회담에서 휴전 로드맵 윤곽이 드러난다면 방산·에너지주 약세에도 불구하고 유럽 전체 증시에는 위험선호 심리가 강화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시장 전략가들은 “짧게는 CPI 발표, 길게는 G20 회의 전까지 유럽 증시는 외교 이벤트에 크게 출렁일 수 있다”며 “에너지·방산 업종처럼 뉴스 민감도가 높은 섹터보다 방어적 배당주친환경 인프라 수혜주 중심의 분산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한다.

한편, 유럽위원회(EC)가 미국과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재협상 일정이 17일 재개된다고 밝히며 자동차·조선 업종에도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관세 갈등이 완화될 경우 원자재 투입비용이 줄어들어 제조업 체인의 이익률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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