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식형 펀드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이탈이 발생한 반면, 미국 주식형 펀드에는 순유입이 이어졌다.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기업 실적 둔화 조짐이 맞물리면서 투자자 심리가 엇갈린 결과다.
2025년 8월 1일, 로이터통신(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7월 24~30일) 유럽 펀드에서는 순 $411.2억(약 54조 원)의 자금이 빠져나가 2018년 이후 최대 주간 순매도 기록을 세웠다. 같은 기간 미국 펀드에는 순 $63.4억이 유입되며 2주 연속 순매도 흐름을 끝냈다. 아시아 펀드에도 순 $30.5억이 들어왔다.
투자자들이 등을 돌린 배경에는 미·EU 간 신규 관세 합의가 있다. 지난 주말 타결된 합의는
“EU산 제품에 부과되는 평균 관세율을 1.47%에서 15%로 올리는 대신, 일부 미국산 제품에는 낮은 관세를 적용한다”
는 내용을 담아 미국에 유리하게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독일 등 주요 유럽국 정부는 “블록(유럽연합, EU)의 성장 전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주가지수 흐름도 대조적이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은 7월 30일(금) 540.63까지 떨어지며 한 달 만의 저점을 찍었다. 반면 미 증시의 S&P 500은 전날 사상 최고치인 6,427.02를 기록한 뒤 0.37% 하락 마감해도 강세 기조를 유지했다.
1) 섹터별 펀드 흐름
글로벌 섹터 펀드에는 2주째 순유입이 지속돼 총 $16.5억이 들어왔다. 이 중 금융 섹터에 $10.9억, 기술 섹터에 $9.31억, 산업재 섹터에 $6.91억이 몰렸다. 반면 헬스케어 섹터는 $7.57억 순유출을 기록했다.
2) 채권형·단기채·머니마켓 펀드
채권형 펀드는 15주 연속 순유입 흐름을 이어가며 $153.5억을 끌어모았다. 특히 만기 1년 이하 단기채 펀드에는 전주 $40억에 이어 이번 주 $33.8억이 추가됐다. 유로화 표시 채권형 펀드와 국채 펀드에도 각각 $28.5억과 $15억이 유입됐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머니마켓 펀드에서는 $360.2억이 빠져나가 5월 28일 이후 최대 주간 순유출을 기록했다.
3) 원자재·귀금속 펀드
금·귀금속 펀드로의 유입액은 $2.858억에 그쳐 10주 만의 최저 수준을 보였다. 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둔화와 달러 강세가 금 수요를 제한한 여파로 해석된다.
4) 신흥국(EM) 자금 흐름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는 $19.2억, 채권형 펀드에는 $13.1억이 각각 순유입됐다. 이는 7월 2일 이후 최대 규모다.
🔍 용어 설명*
LSEG 리퍼(Lipper)는 런던증권거래소그룹(London Stock Exchange Group)의 펀드 리서치 부문으로, 전 세계 약 30만 개 펀드의 자금 흐름·성과·구조를 추적해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한다. 머니마켓 펀드는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국채·회사채·CD 등에 투자해 현금 대체 상품으로 여겨진다.
📈 기자 해설·전망
이번 주간 자금 흐름은 ‘리스크 선택적 선호’라는 특징을 보여준다. 투자자들이 관세 불확실성을 이유로 유럽 주식은 회피하면서도, 여전히 역사적 고점을 경신 중인 미국 주식과 글로벌 경기 민감 섹터에는 자금을 투입했다. 한편 채권·단기채 선호는 금리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방어적 포지셔닝으로 해석된다. 관세 합의가 본격 발효될 경우 CFO 및 기업가들의 비용 구조 변화, 공급망 재편 등이 3분기 실적·OECD 성장률 전망에 추가 하방압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결국 핵심 변수는 무역협상 후속 논의와 EU·미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이다. 시장은 8월 말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파월 의장과 라가르드 총재가 내놓을 시그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는 섹터·지역·만기별로 다변화된 포트폴리오 구축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