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은행들이 1997년 이후 최상의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2026년을 앞두고 경영진들이 해결해야 할 핵심 질문이 남아 있다
올해(2025년) Stoxx 600 Banks Index는 연초 이후 약 60% 상승하며 은행 섹터의 강한 반등을 보여주었다. HSBC와 UBS 등은 3분기 실적에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이익을 발표했으며, Commerzbank와 Societe Generale 등 일부 종목은 지난 12개월 동안 밸류에이션이 두 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도이치뱅크의 유럽 금융 섹터 연구 책임자인 벤자민 고이(Benjamin Goy)는 이 같은 흐름을 두고 “스텔라(탁월한)한 한 해“라고 평가했다.
2025년 12월 31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고이는 “유럽 은행들은 자본이 잘 비축되어 있으며, 대부분 또는 전부가 상당한 초과자본(Excess Capital) 구간에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자본 여력은 경영진에게 올해의 모멘텀을 2026년까지 이어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라는 큰 과제를 던진다. 유기적(organic) 성장 기회가 개선되고 있지만, 은행들은 이제 “너무 수익성이 좋아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so profitable, you can do more)“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고이는 설명했다.
“배당 및 자사주 매입은 자주 사용되며 실행 리스크가 낮다. 그러나 내년에는 인수합병(M&A) 같은 비유기적 성장으로 초점이 기울 것으로 기대된다.”
고이는 특히 인수합병(M&A)이 은행들의 수익 다각화와 성장 촉진을 위한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관리팀들 사이에서 자신감이 되돌아오고 있으며 투자자들의 지지도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이는 CNBC의 “Europe Early Edition”에 12월 9일 출연해 이같이 말했고, 실제로 발표된 거래들이 대체로 주당순이익(EPS) 증대(earnings-accretive) 효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인수자(매수자)의 주가도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향후 이러한 활동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국가별·세부 전략: 이탈리아와 영국이 통합의 중심
고이는 이탈리아와 영국(UK)이 통합(consolidation)의 핫스팟이라고 진단했다. 두 국가는 주로 국내 중심의 이른바 “bolt-on” 딜이 우세할 것으로 보이며, 이런 거래는 실행 리스크(execution risk)가 낮고 시너지(synergy)가 강해 “수익성 있는 거래를 발표하기가 더 쉽다”고 설명했다. 도이치뱅크가 올해의 톱픽(top picks)으로 꼽은 종목들 가운데 Monte dei Paschi, Erste Group, Bank of Ireland, Barclays 등이 이러한 활동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고이는 밝혔다.
특히 웨얼스 관리(wealth management), 자산운용(asset management), 보험(insurance)과 같은 “product factories”를 둘러싼 경쟁은 M&A 분야에서 매우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경 간(크로스보더) 거래는 일반적으로 실행 리스크가 크고 시너지가 낮을 뿐 아니라 정치적 검토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출·예금 성장과 수익성 동력
투자 전략가들은 또한 강한 대출(loan) 및 예금(deposit) 성장세가 2026년에도 섹터의 회복력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했다. RBC BlueBay Asset Management는 올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기술주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구하면서 유럽의 경기민감 섹터들, 특히 금융주가 반복적인 이익 상향 조정을 받으며 재평가(re-rating)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유럽 주식 스트래티지스트인 샤론 벨(Sharon Bell)은 12월 11일 CNBC의 “Squawk Box Europe”에 출연해 유럽 은행들이 이제는 “꽤 합의된(quite a consensus) 매매 대상”이 되었다고 말했다. 다만 벨은 가파른 수익률 곡선(steep yield curve)과 내년 글로벌 추가 경제성장이 은행들에게 여전히 좋은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 섹터는 여전히 단일 자리수의 주가수익비율(P/E)을 유지하고 있으며, 고가로 집중된 미국 시장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유럽 은행만큼 좋은 디버시파이어(diversifier)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이치뱅크의 고이는 순이자이익(Net Interest Income)과 수수료수익(Fee Income)의 증가를 2026년 은행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꼽았다. 그는 유럽 투자자들이 자본시장을 통한 투자에 더 익숙해져 왔으며 이는 수수료수익 성장의 건전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당분간 동결(hold)하는 가운데 금리 하향이 순이자이익에 미치는 일부 부담을 수수료수익이 상쇄하는 구조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순이자이익은 이 섹터에서 가장 중요한 수익 동인이다. 2025년에는 ECB 등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로 인해 순이자이익이 다소 감소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동결하면서 마진이 안정화되고 있으며, 다시 거래량(대출·예금)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 큰 전환(breakthrough)이다.”
용어 설명(투자 일반 독자를 위한 안내)
• 초과자본(Excess Capital): 규제상 요구되는 자본 대비 여유분 자본을 의미한다. 은행이 보유한 초과자본은 배당, 자사주 매입, 자본 반환,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 Bolt-on 거래: 주로 동일 국가 또는 유사한 사업을 가진 기업을 인수해 기존 사업에 결합(붙이는)하는 형태의 M&A로, 통합(Integration)의 복잡성이 낮고 시너지 실현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 Product factories: 은행이 수익을 창출하는 제품군(예: 자산운용, 보험, 프라이빗뱅킹 등)을 의미한다. 이러한 분야는 규모의 경제와 고객 기반을 통한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 실행 리스크(Execution Risk): 거래를 계획대로 통합·관리하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위험. 문화 차이, IT 통합, 규제 승인 등이 주요 요인이다.
• 리레이팅(Re-rating): 시장의 기업가치 평가(밸류에이션)가 상향되거나 하향되는 현상으로, 이익 개선이나 투자심리 변화로 촉발될 수 있다.
향후 전망 및 시장·경제에 미칠 영향 분석
첫째, M&A 활성화는 은행 주가에 즉각적인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도이치뱅크 고이가 지적했듯 인수 발표가 EPS에 즉시 긍정적이면 인수자 주가가 상승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bolt-on 형태의 국내 M&A는 실행 리스크가 낮아 단기간 내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창출할 수 있다. 다만 대형 크로스보더 딜은 정치·규제 리스크와 통합 비용으로 인해 단기 주가 반응이 엇갈릴 수 있다.
둘째, 금리 환경 측면에서 ECB 등 주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당분간 동결할 경우, 2025년에 일부 줄어들었던 순이자이익이 2026년에는 마진 안정과 대출·예금의 수량(볼륨) 회복으로 보완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은행들의 이자마진(NIM) 회복은 주당순이익과 배당 여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금융권의 수수료 수익 증가는 자본시장 참여 증대와 자산운용·웨얼스 부문의 성장에 바탕을 둘 것이다. 이는 금리 하향이 순이자이익에 주는 부정적 효과를 부분적으로 상쇄해 안정적 수익 기반을 제공한다. 증권업, 자산운용업에 대한 경쟁 심화는 단기 경쟁 압력을 불러오지만,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선두 사업자는 장기적 이익 개선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크다.
넷째, 은행권의 자본 활용 방식(배당·자사주 매입 vs M&A)은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과 섹터 밸류에이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은 단기 주주 환원에 유리하지만, M&A는 장기적 수익구조 개선과 다각화에 기여한다. 따라서 경영진의 선택에 따라 단기 주가 모멘텀과 중장기 성장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럽 은행들의 회복과 자본 재배치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이는 유럽 전체 금융 중개 기능의 복원으로 이어져 기업 대출 확대, 소비자 신용 개선, 자본시장 활성화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 반면 대규모의 실패한 M&A나 예기치 못한 거시 충격이 발생하면 은행 주가의 변동성은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
결론
요약하면, 2025년 유럽 은행 섹터는 연초 이후 약 60%의 주가 상승과 강한 실적을 바탕으로 1997년 이후 가장 우수한 한 해를 보냈다. 그러나 2026년에는 초과자본의 활용 방안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배당·자사주 매입과 같은 안전한 자본 환원 방식이 우선 사용되겠지만, 도이치뱅크는 M&A를 통한 비유기적 성장으로 초점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리 동결과 마진 안정, 수수료 수익의 확대는 섹터의 성장에 우호적인 배경을 제공한다. 투자자와 경영진은 자본 정책과 M&A 전략이 향후 밸류에이션과 유럽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