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연준 의존도 낮추기 위해 ‘달러 풀링’ 검토…트럼프발 충격 이후 대안 모색

유럽 당국, 연준 달러 백스톱 대안으로 달러 풀링 논의

유럽 금융안정 당국자들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달러 유동성 백스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비(非)미국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달러를 공동으로 묶는 ‘달러 풀링’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안에 정통한 다섯 명의 당국자에 따르면,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하에서 대서양 양측의 오랜 공조가 흔들리고,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글로벌 금융에서 미국의 지배적 위상이 다시 각인된 데 대한 대응 차원이다.

2025년 11월 1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논의가 외부에 포착된 것은 처음이다. 연준의 달러 공급 기제는 통상적인 시장 스트레스 국면에서 해외 중앙은행들에 달러를 대출하는 안전판으로 기능해 왔으며, 글로벌 금융안정 유지를 위한 핵심 인프라로 평가된다.

그러나 유럽의 중앙은행 및 감독 당국자 12명 이상과의 인터뷰에서, 다수는 이러한 시설이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무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특히 올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대중국·대세계 수입관세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충격을 가하고 은행들의 달러 조달 계획상 약점을 드러내면서 경계감이 고조됐다고 두 명의 당국자는 전했다. 이후 연준의 확인과 메시지 관리로 불안은 다소 진정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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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7월 유럽중앙은행(ECB) 주최 회의에서 “연준이 다른 공식 기관들에 달러 유동성을 제공하는 방식에 변화를 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백악관 대변인 쿠시 데사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의 강도와 위력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거듭 확인해왔다”고 강조했다. ECB와 연준 대변인은 논평을 거부했다.


달러 풀링의 한계와 현실 점검

‘달러 풀링’은 구체 설계상 난제가 적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된다. 그럼에도 직접 논의에 관여한 네 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 이슈는 ECB 최고 정책결정 레벨이 아닌 실무 차원에서 유로지역 안팎의 중앙은행들을 포괄해 계속 검토되고 있으며, 역내 일부 국가 중앙은행이 적극론을 펴고 있다. 다만 유럽 외 중앙은행의 참여 여부는 로이터가 확인하지 못했다.

유사 시도는 아시아에서 먼저 있었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중국·홍콩·일본·한국은 회원국 지원을 위해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를 가동해 왔다. 일본은행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7월 금융의 분절화 우려에 대한 질문에, 2014년부터 운영돼 현재 2,4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한 이 이니셔티브를 거론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와프라인과 같은 사안에 대해 다층적 접근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사한 조치를 시도하거나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은행은 즉각적인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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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내부 검토는 아직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이 여러 당국자의 전언이다. 비(非)미국 중앙은행들이 합산해 수천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기축통화 달러의 발행기관인 연준의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운’ 대응 여력과는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국자들은 풀링이 단기적 불안 완화에는 유용할 수 있으나, 광범위한 시장 소용돌이를 제어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준비금 공동관리물류·법적·정치적 과제도 동반한다.

한 고위 중앙은행자는 “연준이 스와프 중단을 시사하는 신호만으로도 글로벌 금융시스템 전반에 폭넓은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자국의 달러 준비금을 타국에 제공하는 것을 방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유럽 당국은 복원력 제고를 위해 다른 보완책도 병행 검토 중이다. 대출기관(은행) 감독 강화가 대표적이며, 유로존 내 두 곳의 은행 경영진에 따르면 아시아·중동 등 대체 시장에서 달러를 조달하는 계획을 은행들로부터 제출받고, 이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논의에 참여한 한 당국자는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복원력을 구축하는 방안”은 중앙은행 간 회의 때마다 제기되는 질문이라고 전했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관계자들은 익명을 요청했다.


우선순위는 아니나 ‘최악의 시나리오’ 대비

시장 스트레스 국면에서는 달러 수요가 급증하고, 달러 부족은 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 연준의 시설은 이를 완충할 뿐 아니라, 불안이 해외에서 전면적 금융위기로 확산돼 결국 미국을 덮는 사태를 방지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실제로 해당 시설 사용액은 2020년 팬데믹 당시 $4490억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몇 달 전 ECB 통화정책회의(Governing Council)에서는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클라스 크노트스와프라인 의존 문제를 잠재 리스크에 관한 “롱 리스트”의 일부로 제기했다고, 사안을 잘 아는 한 관계자가 말했다. 당시 크노트는 국제기구 금융안정위원회(FSB) 의장도 겸임하고 있었다. 이후 해당 사안은 이사회에서 다시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다. FSB 대변인은 논평을 거부했다.

ECB 산하 한 감독당국자는 달러 유동성을 지속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히면서도, 스와프 상실은 ‘일차적 우려’는 아니다(not a “first-order worry”)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ECB와 몇몇 중앙은행을 포함해 금융안정을 책임지는 유럽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대안 탐색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관련 논의를 직접 아는 다섯 명의 소식통이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가 내년 5월 종료되는 점을 거론하며, 그 이후에 대한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말까지 차기 연준의장 지명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한 소식통은 “유럽 당국자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 핵심 개념 이해

연준 스와프라인: 연준이 특정 중앙은행과 맺는 통화스와프 계약으로, 해당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 담보로 달러를 일시적으로 조달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글로벌 달러 경색 시 유동성 안전판 역할을 한다.

달러 유동성: 국제결제·자금조달에 필요한 현금성 달러의 가용성을 뜻한다. 스트레스 국면에서 달러 자금 시장이 경색되면 금융기관의 만기상환·증거금 관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달러 풀링: 여러 중앙은행이 보유한 달러 준비금을 공동의 풀(pool)에 적립해 필요한 곳에 배분하는 구상이다. 규모의 제약지배구조·법적 책임 등 설계 난제가 크다.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 ASEAN과 중국·홍콩·일본·한국이 참여하는 다자 간 유동성 지원 장치로, 2014년 가동되었으며 약 2,40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됐다.

‘해방의 날’ 관세: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며 일부 은행의 달러 조달 계획 취약성을 노출한 조치로 지목됐다.


해석과 시사점

종합하면, 유럽 당국의 달러 풀링 검토연준 백스톱 단일 의존 구조의 리스크를 완화하려는 다변화 시도로 볼 수 있다. 다만 규모·거버넌스 제약 탓에 단기간 내 연준 기능을 대체하기는 어려워 보이며, 은행의 해외 달러 조달원 다각화스트레스 테스트 강화가 현실적 보완책으로 부상한다. 연준 의장 임기 교체와 정책 기조 불확실성은 당국의 최악의 시나리오 대비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유럽이 모색하는 다층적 안전망은 궁극적으로 시장 신뢰를 지지하되, 연준 스와프의 신뢰성정책 일관성이 글로벌 안정의 핵심 축이라는 현실 또한 재확인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