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 시장의 소비자 정서가 크게 변하고 있다. 대륙의 운전자 절반 이상이 중국 브랜드 차량을 고려할 의향을 보이며 전통적 선호 구조에 변곡점이 생겼다.
2026년 4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컨설팅사 호르바트(Horváth & Partner)가 진행한 4,400명 대상의 소비자 설문조사를 베르스타인(Bernstein)이 분석한 결과, 중국 완성차(OEM)에 대한 개방성이 55퍼센트로 상승했으며 이는 2023년 말의 43퍼센트에서 크게 오른 수치이다.
품질 장벽의 붕괴: 남유럽·동유럽에서 두드러지는 수용
보고서는 그동안 존재해온 중국차에 대한 저항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현재 유럽 소비자 가운데 단호히 중국 브랜드를 거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1퍼센트에 불과해, 2년 전의 46퍼센트에서 크게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스페인과 헝가리에서 75퍼센트가 중국 브랜드 구매 의향을 보였고, 이탈리아는 64퍼센트로 뒤를 이었다. 전통적 자동차 강국인 독일에서도 독일 소비자의 관심이 46퍼센트로 상승해 폭넓은 수용 변화를 나타냈다.
“소비자 선호의 변화는 ‘가치 격차(value gap)’에 의해 점차 주도되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 제조사들이 배터리 기술과 소프트웨어 통합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이전까지 유럽 제조사가 프리미엄으로 취급하던 기능들을 더 저렴하거나 동등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 수용성 확산의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신뢰의 축 이동: 브랜드 충성도에서 기술 중심 평가로
보고서는 안전성과 신뢰성 같은 전통적 평가 기준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보면서도, 점점 더 많은 유럽 소비자들이 충전 속도, 배터리 주행거리, 인포테인먼트 연결성과 같은 ‘신기술 중심’ 요소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브랜드인 BYD, MG, NIO 등은 이러한 신기술 지향적 소비자 선호에 강점을 보이며 경쟁력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베르스타인의 분석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가운데 13퍼센트가 지금 당장이라도 ‘반드시’ 중국차를 구매하겠다고 답해, 이는 2년 전의 두 배 수준이다. 기존의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시장 점유율을 방어할 수 있는 시간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베르스타인은 경고한다.
용어 설명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은 완성차 제조사를 의미하며, 차량을 설계·제조하여 브랜드로 판매하는 기업을 가리킨다.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는 차량 내 정보 제공 및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말하며, 네비게이션, 오디오·비디오, 스마트폰 연동 기능이 포함된다. 보고서에서 언급된 ‘가치 격차(value gap)’는 소비자가 기술·기능 대비 가격에서 느끼는 상대적 이득을 뜻하며, 중국 브랜드가 가격 대비 제공하는 기술 수준이 높다고 판단될 때 이 격차가 줄어드는 현상을 일컫는다.
시장·가격·정책에 미칠 영향 분석
이번 설문 결과는 유럽 내 전기차(EV) 시장의 경쟁 구도가 단순한 가격 경쟁에서 기술 경쟁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브랜드의 기술력과 소프트웨어 역량이 소비자 선택의 핵심 변수가 되면, 유럽 제조사들은 다음과 같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첫째, 단기적으로는 가격 경쟁압력이 다소 완화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가격·마진 압박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브랜드가 동등한 기술력을 낮은 가격에 제공하면 유럽 업체들은 가격 방어를 위해 마진을 희생하거나 추가적인 기술 투자로 대응해야 한다.
둘째, 제품 포지셔닝과 R&D 전략의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배터리 성능과 소프트웨어 플랫폼에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는 업체는 중간가격대 시장에서 밀려날 위험이 커질 것이다. 이에 따라 배터리 공급망 확보,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인재 확보, 구독형 소프트웨어 서비스(OTA 업데이트, 구독 기반 인포테인먼트) 도입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유럽 내 정책·규제 대응이 강화될 수 있다. 안전·환경·통신 표준을 근거로 한 규제와 인증 절차가 강화되면 단기적 진입 장벽이 높아질 수 있으나, 역으로 유럽 소비자 보호와 산업 보호를 위한 보완책이 마련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는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경쟁에서 일정 부분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넷째, 일자리와 공급망 측면에서의 구조적 변화도 예상된다. 제조 라인의 재배치, 부품 공급처 다변화, 전통 부품 업체의 매출 변화 등이 수반될 수 있으며 이는 지역별로 상이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초래할 것이다.
전망과 시나리오
분석가들은 중국 브랜드가 유럽 시장에서 니치(틈새) 제품에서 주류 고려대상으로 이동함에 따라 경쟁의 초점이 가격에서 기술적 관련성 및 브랜드 신뢰로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가능한 시나리오로는 다음과 같은 경로가 있다.
시나리오 A(경쟁 심화): 중국 브랜드가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하여 유럽 업체들의 중저가 라인에서 점유율 탈취가 가속화된다. 이 경우 유럽 업체들은 고부가 프리미엄 차종과 브랜드 가치 강화, 혹은 합종연횡(제휴·M&A)을 통해 반격할 가능성이 있다.
시나리오 B(기술 경쟁·협력 병행): 유럽과 중국 업체 간 기술 제휴, 라이선스, 합작법인이 늘어나며 상호 보완적 경쟁이 전개된다. 배터리·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협력이 이뤄지면 전체 생태계의 비용 효율성은 개선될 수 있다.
시나리오 C(정책적 보호): 규제 강화와 인증 기준을 통해 시장 진입 조건이 강화되어 단기적 충격이 완화된다. 다만 장기적으로 소비자 선택의 폭을 제한할 위험도 있다.
각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은 가격 경쟁력, 기술 개발 속도, 규제 환경, 소비자 신뢰 구축 속도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결론
호르바트의 설문과 베르스타인의 분석은 유럽 소비자들의 중국산 자동차 수용성이 단기간 내 사실상 주류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페인과 헝가리에서의 75퍼센트 수용, 이탈리아의 64퍼센트, 독일의 46퍼센트 등 지역별 차이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분명하다. 중장기적으로 유럽 자동차 산업은 가격과 브랜드에 더해 배터리·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를 핵심 전략으로 삼아야 하며, 정책·산업계의 대응 전략도 이에 맞춰 재정비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