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반도체 장비주 2분기 실적 전망: 중국 순풍이 외환 역풍을 상쇄할까

[Investing.com 특집] 유럽 주요 반도체 장비 제조사들이 2분기 실적 시즌을 목전에 두고 외환(FX) 약세로 인한 역풍중국발 수요 회복이라는 상반된 변수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2025년 7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네덜란드 장비 업체 ASM 인터내셔널(AS:ASMI)을 가장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는 달러 약세로 인한 주문 감소 리스크와 동시에 중국 고객사의 발주 확대라는 긍정 요인이 교차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모건스탠리 리서치 본문에 따르면 2분기 동안 미 달러화가 유로화 및 스위스프랑 대비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 노출도가 높은 ASMI, BE 반도체 인더스트리(BESI), VAT 그룹 등이 환율에 따른 실적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구체적으로는 “

이들 3개 종목의 주문 인테이크(order intake)에 고한 자리 수(singles digit) 후퇴가 예상되며, 마진 압박은 VAT 그룹에서 가장 두드러질 것

“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1. 외환 시장 동향과 실적에 미치는 영향

2025년 2분기 평균 환율 기준, 1유로/달러 환율은 1.14~1.15 범위에서, 스위스프랑/달러 환율은 0.93대에서 거래됐다. 달러 약세는 유럽 기업 입장에선 수출 대금을 달러로 받는 경우 유로 환산 매출이 줄어드는 부정적 효과를 낳는다. 특히 매출의 상당 비중이 달러화로 결제되는 반도체 장비 업체는 회계상 매출·주문액 감소가 불가피하다.

모건스탠리 니절 반 푸튼 팀장은 “우리는 FX 요인이 2분기 주문액에 평균 –6.5% 가량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한다”며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에는 이 같은 변수 반영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2. 중국 수요가 가져올 ‘순풍’

동시에 중국 내 반도체 설비 투자 재개는 유럽 장비업체들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VAT 그룹의 경우 전체 매출의 약 50%가 중국 제조업체에서 발생한다. 또한 노광장비 대장주인 ASML 홀딩은 연간 매출 중 중국 비중이 당초 가이던스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이를 근거로 두 기업의 2025 회계연도(FY25) 매출·EPS 추정치를 상향 조정했다.

3. 종목별 상세 전망

① ASM 인터내셔널
• 모건스탠리는 2분기 주문 인테이크를 8억 유로로 제시했다. 이는 컨센서스(8억5,100만 유로)를 하회한다.
• 약 6.5%의 FX 역풍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 다만 회사 측이 FY25 성장 가이던스를 유지하고 중국 매출 비중 확대를 시사할 경우, 중·장기 투자 매력은 유지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② BE 반도체 인더스트리(BESI)
• 모건스탠리는 2분기 주문액을 1억5,700만 유로로 예상했는데, 이는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치다.
• OSATs(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 외주 패키징·테스트 전문 업체)의 발주 재개와 2,000만 달러 규모 TCB(thermo-compression bonding) 장비 계약이 상방 서프라이즈 가능성을 높인다.
• 참고로 OSAT은 반도체 완성품 출하 전 단계의 패키징·검사 공정을 수탁 수행하는 업체를 의미하며, TCB는 미세 피치 기반 첨단 패키징 접합 공정 기술을 말한다.

③ VAT 그룹
• 스위스 진공 밸브 전문 업체 VAT 그룹은 2분기 주문액이 2억4,900만 스위스프랑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컨센서스 2억7,500만 스위스프랑을 크게 하회한다.
• FX 부담에 더해 재고 수준이 높아 수요 회복 탄력이 제한적이다.
• FY25 성장 가이던스를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④ 아이크트론(Aixtron)
• 독일 소재 전력·화합물 반도체 장비업체인 Aixtron“이번 분기는 오랜만에 따분(boring)한 실적 시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 주문·매출 모두 컨센서스와 대략 부합할 전망이며, 연간 가이던스에도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4. 시장 의미와 기자 관점

이번 실적 시즌은 외환 변수중국 수요 반등이라는 두 개의 지렛대가 주가 변동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달러-유로 환율 레벨이 주가 ‘트레이딩 모멘텀’에 어떤 식으로 반영될지 주목된다. 과거 사례를 보면 달러 약세 구간에서는 유럽 기술주 P/E 멀티플이 일부 축소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중국 제조업체들의 공격적 설비 증설이 지속된다면, 수주 레벨에서 빠른 회복이 이뤄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편 유럽 연합(EU) 산업·통상 정책도 변수다. 네덜란드 정부가 미국과의 보안 협력 차원에서 선진 노광장비 대(對)중국 수출 통제를 확대할 경우, ASML·ASMI 등 네덜란드 업체가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재까지 시장 컨센서스는 “2025년까지 기존 주문 진행분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지만, 정책 변화가 현실화한다면 모건스탠리의 상향 조정 전망치가 다시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베타(β) 플레이를 선호하는 투자자라면 외환 영향이 피크아웃될 때까지 관망한 뒤 중국 수혜주(ASML·VAT)에 분할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 반대로 단기 이벤트 드리븐 매매를 원하는 참여자는 BESI의 상방 서프라이즈 가능성에 베팅해볼 만하다. 다만 재고 사이클글로벌 패키징 투자 흐름이 반도체 업황 전반을 좌우하고 있다는 점에서, 변동성 관리가 최우선 전략이 돼야 한다고 판단된다.


※ 용어 풀이
1 ‘주문 인테이크(order intake)’란 특정 기간 중에 새로 접수된 수주액을 의미한다. 매출이 아닌 선행 지표로 활용된다.
OSAT는 ‘아웃소스 반도체 조립·테스트 업체’의 약자로, 파운드리·IDM에서 완성된 웨이퍼를 외주 받아 패키징·검사까지 수행해준다.
TCB(열압축 본딩)는 미세 패키지용 접합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