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블렝킨솝·수딥 카르굽타 기자 | 브뤼셀 발
브뤼셀(로이터)—유럽 각국 정부와 기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연합(EU)이 타결한 무역 합의에 대해 ‘깊어지는 무역전쟁을 피했다’는 안도와 ‘여전히 불균형적’이라는 우려를 동시에 표했다.
2025년 7월 28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합의로 세계 교역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양측은 EU산 대부분의 제품에 대해 15%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했던 30%보다는 절반이지만, 유럽 측이 기대했던 ‘무관세-무관세(zero-for-zero)’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구체적인 세부 조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시장과 정책 당국 모두 추가 정보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합의 세부 내용과 정치권 반응
“세부 사항을 기다려야 하지만, 안도할 순간이지 축하할 순간은 아니다.”1
벨기에 바르트 더웨버 총리는 X(구 트위터)에 이렇게 적고, “여러 부문에서 관세가 오르고 중요 쟁점들이 미해결 상태”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5500억 달러 규모의 일본과의 합의보다 더 큰 투자 공약이 포함됐다”고 주장하며, “미국 수출업자에 대한 불공정 대우를 바로잡고 미·EU 관계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트럼프 대통령을 “터프한 협상가”로 평가하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시장 반응과 핵심 수치
STOXX 600 지수는 월요일 장 초반 4개월 만의 고점을 기록했다. 기술·헬스케어 업종이 상승장을 주도했고, Jefferies의 모힛 쿠마르 이코노미스트는 “15% 관세는 시장이 우려했던 수준보다 낮다”고 평가했다.
특히 메르크 KGaA 주가가 2.9%, 스텔란티스가 3.5%, 발레오가 4.7% 급등하며 자동차·부품·제약 업종에서 안도 랠리가 관측됐다.
추가 설명: STOXX 600은 유럽 대형·중·소형 600개 종목으로 구성된 대표 지수다. 국내 투자자에게는 ‘유럽판 코스피 200’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주요국 정부 입장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 경제와 자동차 산업을 지킬 수 있었다”며 긍정 평가했다.
반면 프랑스 산업장관 마르크 페라치는 RTL 라디오에서 “합의가 완전히 균형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후속 협상이 몇 주, 몇 달 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산업계 반응
독일 화학산업협회(VCI) 회장 볼프강 그로쎄 엔트루프는 “
허리케인을 예상했던 이들에게 폭풍 정도면 감사할 일
”이라면서도 “고비용 관세로 유럽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결국 미국 소비자가 부담을 떠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은 과제: 투자·에너지 공약
합의문에는 EU가 향후 3년간 7,500억 달러 상당의 전략적 구매(원유·액화천연가스·핵연료)를 약속하고, 미국은 이에 맞춰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 LNG 생산능력이 4년 내 두 배로 늘어도 EU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구체적 투자처∙물량∙시기 등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행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환율·원자재 시장 영향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되면서 유로화가 강세를 띠었고, 국제유가도 상승했다. 호주 NAB의 로드리고 카트릴 선임 통화 전략가는 “정책 가시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투자·설비 확대 의지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본 기자는 이번 합의가 ‘불확실성 축소’라는 심리적 효과를 제공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미국과 EU 모두 경기 둔화 신호가 뚜렷한 상황에서 관세 급등은 제조업·소비 모두를 위축시킬 수 있었다. 15%라는 ‘중간 타협선’은 단기적으로는 시장 불안을 잠재우지만, 장기적으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할 위험 요소가 남아 있다.
또한 EU가 대규모 에너지·원자재 구매를 약속하면서 유럽의 대미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며, 러시아·중동 등 기존 공급처와의 관계에도 변수를 던질 수 있다.
끝으로, 합의 세부 조항이 미확정 상태인 만큼 향후 실무 협상에서 관세 품목, 투자 집행 기준, 분쟁 해결 절차 등이 조정될 개연성이 높다. 투자자는 일정 기간 발생할 ‘헤드라인 리스크’를 감안해 포트폴리오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1) 바르트 더웨버 총리 X 게시글 (2025년 7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