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 8차례 인하 뒤 숨 고르기…시장에 던져진 다섯 가지 질문

유럽중앙은행(ECB)이 8연속 기준금리 인하 이후 처음으로 ‘숨 고르기(pause for breath)’에 들어갈 전망이다. 미국발 관세 폭탄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향후 통화‧무역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2025년 7월 2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ECB는 25일(현지 시각) 통화정책회의에서 주요 금리를 2%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의 관심은 9월 이후 추가 대응에 쏠리고 있다.

Societe Generale의 선임 유럽 담당 이코노미스트 아나톨리 안넨코프는 “모든 초점은 9월에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1. ECB는 이번 주 어떤 결정을 내릴까?

금리 동결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6월 회의 이후 경기‧물가 지표는 큰 변동이 없었고, 미국의 최종 관세 수준도 가시화되지 않았다. 베렌베르크의 살로몬 피들러 이코노미스트는 “ECB는 자신들이 찾은 균형이 깨지는지를 확인하기 전까지 ‘관망(wait-and-see)’ 전략을 고수할 것”이라고 전했다.


2. 최근 관세 위협에 대한 ECB의 대응은?

정책 입안자들은 ‘위협’ 자체에 즉각 반응하는 듯한 인상을 피하려 한다. 이번 회의에서 새로운 거시 예측치는 발표되지 않지만, 소식통에 따르면 ECB 내부는 이미 기존 시나리오를 재점검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론한 30% 관세는 ECB가 6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정했던 20%보다 훨씬 가파르기 때문이다.

“관세가 유럽의 성장과 물가에 미칠 충격은 아직 상당히 불확실하다.” — 모히트 쿠마르, 제프리스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

쿠마르는 라가르드 총재가 ‘관망적 톤’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3. 7월 이후 통화정책의 향방은?

미국의 관세 수준이 어떻게 결정될지 알 수 없는 만큼, 시장은 추가 한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여전히 반영하고 있다. 머니마켓은 9월과 12월 인하 확률을 ‘동전 던지기’ 수준(50대50)으로 가격에 담고 있다.

제프리스의 쿠마르는 평균 10~15% 관세라면 추가 인하는 한 번이 적절하겠지만, 30% 관세라면 2026년 유로존 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해 추가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AXA 수석 이코노미스트 질 모엑은 “시장은 무역 위험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으며, ECB의 추가 인하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올해 두 차례 인하를 전망했다.


4. 디스인플레이션(물가 둔화) 우려는?

‘우려 여부’가 아니라 ‘우려의 크기’가 문제다. ECB는 이미 6월 회의에서 2026년 초 물가가 1.4%로 떨어질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렸다. ECB 내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20% 관세 + EU 맞대응 시 인플레이션은 2027년까지 2% 목표에 미달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중국이 유럽에 저가 상품을 대규모로 공급할 경우 물가 하방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다만 EU가 서비스 분야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영향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안넨코프는 밝혔다. 독일의 대규모 재정 부양책은 반대로 물가 상방 위험을 키운다.

ECB 내부 의견도 엇갈린다. 이탈리아 출신 비둘기파 파비오 파네타 이사는 “무역 긴장이 디스인플레이션을 강화한다면 완화 정책을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매파 이사벨 슈나벨은 “추가 인하의 기준선은 매우 높다”고 선을 그었다.


5. 유로화 강세는 추가 위험 요소인가?

네, 정책당국은 유로화 강세가 성장·물가를 동시에 압박할 것을 우려한다. 루이스 데 긴도스 부총재는 1유로=1.20달러 선을 ‘고통점’이라고 지목해 왔다.

올해 2월부터 7월 초까지 유로화 가치는 약 17% 급등하며 2021년 이후 최고치인 1.18달러 근처까지 치솟았다. 이후 소폭 조정됐으나, 주요 투자은행들은 향후 1년 안에 1.20달러 재돌파를 점친다. 이는 ECB가 6월 전망에서 가정한 1.13달러보다 높은 수준이다.

BNP파리바는 환율 압박을 이유로 9월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027년 1.25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며, 이 경우 인플레이션이 0.3%포인트 낮아져 1.7%에 머물 것이라고 추산했다.

“우리는 관세 그 자체보다 외환 시장에 더 주목해야 할지도 모른다.” — 질 모엑, AXA


알아두면 좋은 용어·배경 설명

ECB(유럽중앙은행)은 유로화를 사용하는 20개국의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이다. 물가상승률 2%를 중기 목표로 삼는다.

비둘기파(Dove)·매파(Hawk): 통화정책 완화에 우호적인 인사를 ‘비둘기파’, 물가 안정에 엄격해 금리 인상에 무게를 두는 인사를 ‘매파’라고 부른다.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은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달리 물가가 하락하지는 않지만 상승 속도가 느려진다.

관망(wait-and-see) 전략은 경제 주체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즉각적인 행동을 자제하고 정보를 더 수집하면서 추이를 지켜보는 태도를 의미한다.


본 기사는 국제 금융시장의 핵심 이슈를 종합적으로 정리해 제공하며, 향후 ECB 통화정책 결정을 판단하는 데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