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금리’보다 ‘대차대조표 정책(QT 종료 시점)’에 집중되고 있다.
2025년 10월 2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단기자금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연준의 유동성 관리 능력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으며, 이는 ‘양적 긴축(Quantitative Tightening·QT)’을 예정보다 조기 종료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레포(Repo) 시장에서 명목 금리가 연준이 설정한 상단을 몇 bp(1bp=0.01%포인트) 넘어서면서, 은행 지급준비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잠재적 신호’가 포착됐다. 월요일(현지시간)엔 상단을 실제로 돌파해, 시장 참가자들은 ‘시스템 배관’이라 불리는 레포 시장이 유동성 경색 경보음을 울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여러 애널리스트가 ‘QT를 이달 회의에서 중단해야 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시장조사기관 라이트슨 아이캡(Wrightson ICAP)은 보고서에서 “최근 레포 금리의 지속적인 급등이 연준 정상화 과정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에 충분한 경고 신호”라며, “이번 회의에서 증권 보유 축소(런오프)를 중단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 SRF(상설 레포 기구) 사용 급증1
2019년 9월 레포 시장 붕괴 이후 설치된 상설 레포 기구(Standing Repo Facility·SRF)가 최근 잦은 이용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이 기구는 ‘응급 수혈 장치’라는 낙인효과(stigma)와 비(非)중앙청산 구조로 인한 비용 부담 때문에 그간 시장 참여자들이 기피해 왔다. 그럼에도 ‘마지막 보루’ 격인 SRF를 찾아야 했다는 점은 자금시장 내 심각한 긴장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SRF는 제 기능을 정확히 하고 있을 뿐이다. 시장 마찰이 발생하면 연준이 사용을 장려해 왔다.” — 사무엘 얼(Samuel Earl) / 바클레이스 미국 단기금리 전략 총괄
바클레이스는 12월 QT 종료를 기본 시나리오로 유지하지만, SRF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조기 종료 논란을 부채질할 경우 오히려 SRF 낙인을 강화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발행 폭증이 진짜 문제?
얼 총괄은 “자금 부족(reserve scarcity)이 아니라 국채 발행(issuance) 급증이 레포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강조한다. 7월 ‘부채한도 사태’ 해결 이후 미 재무부는 일반계정(TGA) 재건을 위해 6,000억 달러 이상의 단기 국채(T-bill)를 발행했고, 바클레이스는 10월에만 순발행 2,000억 달러를 추가로 내다본다.
이 과정에서 머니마켓펀드(MMF)는 레포 시장 대신 높은 수익의 T-bill 투자로 이동, 유동성 공급이 급감했다. 반면, 헤지펀드 레버리지 수요는 늘어 전체 단기금리 지형을 위로 밀어 올리고 있다.
테레사 호(Teresa Ho) JP모건 미국 단기금리 전략 헤드는 “예전엔 담보가 대거 유입돼도 시장이 손쉽게 소화했지만, 이젠 소량의 담보만 들어와도 레포 금리가 과도하게 반응한다”며 “정치적 압박까지 고려하면 연준이 QT를 오늘 중단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 ‘풍부한 준비금’ 시대 종언?
지난주 은행 준비금이 3조 달러 아래로 내려가면서 ‘적정 준비금 수준’ 논쟁이 더욱 격화됐다. 특히 정부지원기관(GSE) 자금이 통상 레포 금리를 눌러주는 기간임에도, SOFR(담보부 하루물 조달금리)이 SRF 금리(4.25%)에서 불과 5bp 아래에 머문 사실은 시장에 강한 경계심을 불러일으켰다.
JP모건은 “통상적인 결제일·분기말 요인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만성적 압박”이라며 QT 즉각 종료를 예상했다. 4분기를 앞두고 ‘캐나다 회계연도 말’ ‘글로벌 시스템적 중요은행(GSIB) 규제’ 등 이벤트가 유동성을 더욱 죄어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트럼프 행정부의 ‘연준 압박’과 제롬 파월 의장의 ‘시장 안정 우선’ 성향도 고려하면, QT 지속으로 얻을 400억 달러 런오프 이익이 리스크를 상쇄하기 어렵다는 계산이다.
● 용어 설명
1 SRF(Standing Repo Facility): 연준이 2021년 정식 도입한 상설 환매조건부채권 매입창구로, 시장 레포 금리가 정책금리 상단을 넘어설 때 담보 국채를 받고 즉각 유동성을 공급한다.
레포(Repo) 시장: 금융기관이 보유한 국채 등 우량 담보를 맡기고 하루 단위로 자금을 빌리는 초단기 시장. ‘금융시스템의 배관’이라 불릴 만큼 핵심적이다.
QT(Quantitative Tightening): 연준이 만기도래 국채·MBS 재투자 규모를 줄여 보유자산을 축소하며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정책. 반대 개념은 QE(양적완화).
T-bill: 만기 1년 이하 미국 단기 국채. 일반적으로 MMF 자금의 주 투자처다.
● 전망과 과제
시장 참가자들은 “QT 종료 이후가 더 큰 숙제”라고 입을 모은다. 연방예산 적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은행·연준·해외 중앙은행이라는 ‘전통적 큰손’이 국채 매입을 줄이고 있어, 레버리지 플레이어(헤지펀드)가 공백을 채우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이는 곧 레포 시장에 대한 자금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대시키는 요인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이 ‘일중 예비 RP(Intraday Repo)’ 같은 추가 완충장치를 모색하거나, ‘상선호(Scarce Reserve) 체제’ 전환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만 해당 방안들은 정책 설계 및 정치적 부담이 커 단기간 도입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문가 진단에 따르면, 향후 단기금리 안정의 관건은 1) 재무부 발행 스케줄 조정, 2) 은행 준비금 바닥선 재설정, 3)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 속도 조절 등에 달려 있다. 이를 둘러싼 정책·정치·시장 삼중 퍼즐을 어떻게 풀어낼지가 2026년까지 글로벌 채권시장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