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영 에너지기업 유니퍼(Uniper)가 캐나다와의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확대를 두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 3명이 밝혔다. 이번 협상은 베를린(독일 정부)이 미국 공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광범위한 경제 파트너십 구축 계획의 일환이다.
2026년 3월 5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협상은 기업 차원과 정치적 차원에서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독일이 캐나다의 잠수함 사업 입찰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 입찰은 희토류·배터리·에너지 분야 등을 포함하는 다른 분야의 거래로도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니퍼는 개별 협상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거부하면서 자사 공급 다변화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안정적 규제 환경, 풍부한 가스 자원, 향후 LNG 전망 때문에 흥미로운 파트너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구체적 협상 내용은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협상은 독일이 에너지 공급에서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다. 독일은 과거 최대 가스 공급국인 러시아가 공급을 중단한 이후 에너지 위기의 여파를 여전히 겪고 있다. 더구나 최근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이란 관련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동의 일부 석유·가스전이 가동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했다는 점도 독일의 다변화 필요성을 촉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독일 경제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에너지 협력을 확대하려 한 배경과도 연결된다.
미국은 지난해 독일의 LNG 수입 가운데 96%를 공급했다. 같은 해 유니퍼는 캐나다의 투르말린(Tourmaline)과 첫 장기계약(long-term agreement)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캐나다 동해안(동부 지역)의 재기화(regasification) 용량 부족은 협상에서 잠재적 걸림돌로 지적된다. 소식통들은 동부 해안에 터미널 건설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캐나다의 LNG 산업은 서부에 치우쳐 있으며 현재와 향후 수출능력이 모두 서부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동해안에는 Repsol(렙솔)의 Saint John 터미널 외에는 사실상 인프라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캐나다는 가스 수출의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일본·인도·말레이시아 등 대체 구매국(오프테이커)을 모색해왔다.
독일 경제부(경제장관실)는 잠수함 입찰 수주는 이른바 오프셋(offset) 합의의 일환으로 고객국(구매국)에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경제부는 이러한 노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캐나다 자연자원부(Department of Natural Resources)는 독일의 LNG 수입 관심을 알고 있으며, 프로젝트를 건설 단계로 이동시키는 결정과 LNG 판매는 민간 부문(업계)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유니퍼의 공식 입장: 유니퍼는 공급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안정적 규제 환경과 가스 자원, LNG 개발 가능성이 있어 흥미로운 공급 후보지라고 설명했다.
용어 설명: LNG·재기화·오프셋 계약
액화천연가스(LNG)는 천연가스를 극저온으로 냉각해 액체 상태로 만든 연료를 말한다. 기체 상태보다 부피가 약 600배 작아 장거리 해상 수송에 유리하다. 수입국에서는 이 액화된 LNG를 다시 기체로 돌려 사용하는데, 이 과정을 재기화(regasification)라 부른다. 재기화 시설(터미널)이 부족하면 수입·판매가 곤란해지므로, 동해안에 재기화 인프라가 없는 캐나다와의 장기 공급 계약에는 시설 건설 문제가 병행돼야 할 가능성이 높다.
오프셋(offset) 계약은 방위산업이나 대형 구매계약에서 흔히 쓰이는 개념으로, 구매국이 계약을 발주한 대가로 제품·서비스·투자 등을 통해 자국 내에 경제적 이익(일자리·기술 이전 등)을 창출하도록 하는 약정을 의미한다. 이번 잠수함 입찰에서 독일 측은 캐나다에 대한 오프셋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시장·정책적 함의 및 전망
이번 협상은 몇 가지 중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첫째,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미국산 LNG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실질적 움직임을 보인다면, 유럽 내 에너지 공급 다변화 추세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과 캐나다·중동·아프리카 등 다양한 공급원 간 경쟁을 심화시켜 국제 LNG 가격 변동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둘째, 캐나다 동부에 재기화 터미널 신설이 현실화될 경우, 북미-대서양 루트의 LNG 흐름이 변화할 수 있다. 이는 아시아·유럽 시장의 수급 구조에도 영향을 미쳐 단기적으로는 건설 비용과 초기 투자 부담이 단기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북미의 추가 물량이 시장에 유입되어 지역별 스프레드(spread: 가격차)를 완화할 수 있다.
셋째, 독일의 전략적 다변화는 정치·안보적 요소와 맞물려 있다. 러시아의 공급 중단 경험, 중동 불안정성 등은 에너지 안보를 핵심 국가전략으로 재정비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독일 정부의 입찰·외교·무역 정책은 에너지 계약에 대한 정치적 고려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유럽 연합(EU) 차원의 공급망 보완 정책과도 연계될 가능성이 크다.
넷째, 단기적 시장 반응 측면에서 투자자·트레이더는 해당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만약 유니퍼-캐나다 협상이 구체화되며 장기물량이 확정될 경우 유럽의 수급 심리가 완화되어 스팟(단기) 가격이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터미널 건설 등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단기적으로는 가격 변동성이 유지될 수 있다.
결론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유니퍼와 캐나다 간 협상은 단순한 기업 간 거래를 넘어 정치·경제·안보가 결합된 다층적 전략의 일부로 해석된다. 독일의 목표는 명확하다: 에너지 공급처 다변화로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전략적 자원과 기술·산업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협상의 성패는 캐나다 동해안의 재기화 인프라 확충 여부, 잠수함 입찰을 포함한 광범위한 산업 연계 성과, 그리고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몇 달간 관련 협상 진행 상황과 캐나다의 인프라 투자 결정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