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 “관세 충격으로 미국이 최대 피해국 될 것” 경고

NEW YORK/TOKYO ― 유니클로(UNIQLO) 브랜드의 창업자이자 일본 최대 부호로 꼽히는 야나이 다다시(Fast Retailing 최고경영자)가 전 세계 무역에 부과된 관세로 인해 미국이 가장 큰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2025년 9월 16일, 로이터통신을 인용한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야나이 회장은 이날 뉴욕 시내에서 열린 유니클로 ‘라이프웨어(LifeWear)’ 컬렉션 및 일본 도레이 인더스트리(Toray Industries)·뉴욕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MoMA) 협업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는 통역을 통해 “세계 경제가 파산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면서 “가장 큰 고통을 겪을 나라는 미국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 이상의 구체적 설명은 내놓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의류 소비자 가격 상승과 소매 부진 가능성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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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리테일링(Fast Retailing)은 아시아 전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의류 그룹으로, 최근 몇 년간 유럽·북미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점포 확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유니클로만 놓고 봐도, 미국·캐나다·유럽 주요 도시에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며 글로벌 톱 3 패션 리테일러 도약을 노리고 있다.

야나이 회장은 이미 2024년 7월에도 “미국이 부과한 고율 관세가 올해 말부터 자사 미국 사업에 본격적으로 부담을 주기 시작할 것”이라며 판매가격 인상 계획을 시사한 바 있다. 그는 “가격 조정은 불가피하며, 공급망 전반의 효율화로 충격을 흡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유니클로 제품 대부분은 동남아시아 및 남아시아 공장에서 생산된다. 그렇기 때문에 미·중 무역 갈등을 피해 중국 의존도를 낮춘 상태이지만, 미 정부가 베트남·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생산된 의류에도 고율 관세 적용을 검토할 경우 수익성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관세는 결국 소비자 가격을 밀어 올리고, 전 세계 공급망 재편을 초래한다. 이는 양국 모두에 손해지만 가처분소득 의존도가 높은 미국 소비자에게 더 큰 부담으로 귀결될 것이다.” ― 야나이 다다시

‘LifeWear’·도레이·MoMA 협업은 무엇인가

‘라이프웨어(LifeWear)’는 유니클로가 2013년부터 밀고 있는 기능성·베이식(Basic) 의류 철학을 총칭하는 캠페인이다. 도레이 인더스트리는 일본 화학·섬유 대기업으로, 히트텍(HeatTech)·에어리즘(AIRism)과 같은 친환경·고기능 소재를 공급한다. MoMA와의 파트너십은 예술적 감성을 더한 디자인 라인업을 선보이기 위한 전략적 협업으로, 미국 현지 소비자 유입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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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Tariff)란 무엇인가

관세는 정부가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보호무역주의(protectionism) 정책의 일환으로 사용되며, 국내 생산자 보호무역 협상 지렛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소비자 가격 상승, 교역량 감소, 공급망 교란 등 부정적 파급효과도 크다는 점에서 경제학계는 장·단기 효과를 둘러싸고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본 기자가 만난 뉴욕 패션·리테일 애널리스트들은 “유니클로처럼 가격 대비 기능성을 내세우는 브랜드는 관세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때 브랜드 이미지 손상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필수 소비재’로서 의류 수요 탄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들어 “일정 수준 가격 인상이 단기 매출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이라고 보는 분석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결국 변수는 미국 소비자의 실질소득, 환율, 그리고 공급망 다변화 속도”라며, “야나이 회장의 발언은 단순 경고를 넘어 미국 정부에 보내는 정책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한편, 패스트리테일링은 2026 회계연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온라인·오프라인 통합(O2O) 전략을 강화한다는 중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야나이 회장은 “‘의류 제조·유통·판매’ 전 과정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 용어 설명
Toray Industries: 1926년 설립된 일본 화학·섬유 대기업으로, 탄소섬유·고기능성 나일론·폴리에스터 등 첨단 소재를 공급한다.
MoMA: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세계적 현대미술관. 패션·디자인 협업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기여한다.
LifeWear: ‘옷을 통해 삶을 더 편안하게 만든다’는 유니클로의 핵심 콘셉트로, 단순·기능·가격 삼박자를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