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온 퍼시픽(UNP)이 노퍽 서던(NSC)을 $850억(약 110조 원)에 전격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서부를 장악해 온 유니온 퍼시픽과 미 동부 22개 주에 1만 9,500마일(약 3만 1,400km) 네트워크를 보유한 노퍽 서던이 결합해, 미국 역사상 최초의 ‘해안-간(코스트-투-코스트)’ 화물철도가 탄생하게 된다.
2025년 7월 2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두 회사는 이번 합병으로 기업가치 2,500억 달러 규모의 거대 철도사를 구축하고, 연 27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1)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번 거래는 철도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유니온 퍼시픽은 미국 최대 화물철도 사업자로, 강력한 서부 노선을 보유하고 있다. 노퍽 서던은 동부 물류 허브를 장악한 상위 사업자 중 하나다. 양 사가 결합하면 미 대륙을 가로지르는 단일 화물망을 통해 곡물·자동차·산업재 등 주요 화물이 중간 환적 없이 이동할 수 있게 돼 물류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양 사의 결합은 미국 내 화물 이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다.” – 양사 공동 성명
규제 관문도 만만치 않다. 이번 인수는 미 연방 철도규제기관인 미국 지상교통위원회(STB)의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STB는 2025년 초부터 ‘산업 친화적’ 기조를 강화하며 심사 기간 단축, 경쟁 균형 확보, 사후 조건부 승인 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거래 규모가 워낙 커서, 철저한 경쟁 영향 검토가 불가피하다.
패트릭 푹스(STB 위원장)은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인물로, “사전 차단보다는 사후 조건 이행을 통한 경쟁 보호”를 공언해 왔다. 그의 기조가 이번 심사에 그대로 적용될지 주목된다.
노조도 변수다. 북미 최대 철도 노조인 SMART-TD 운송부문(조합원 1만 8,000여 명)의 제러미 퍼거슨 위원장은 “이번 합병은 일자리 축소와 서비스 악화를 초래해 노동자·화주·국민 모두에게 해롭다”며 전면 저지를 선언했다.
경쟁사 대응도 본격화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가 보유한 BNSF와 동부의 CSX 역시 맞대응 M&A를 검토 중이다. STB 내부 관계자는 “유니온-노퍽 합병 신청서와 함께 추가 초대형 거래가 동시 접수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만약 두 건의 ‘메가딜’이 모두 승인되면, 북미 Class I2) 철도사 수는 현행 6곳에서 4곳으로 줄어든다. 이는 운임 협상력 상승과 서비스 통합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지만, 시장 지배력 집중과 운임 인상 우려도 함께 키울 전망이다.
배경·의미 및 전망
북미 철도업계는 최근 운임 변동성·노동비용·유가 상승으로 압박을 받아 왔다. 동시에 화주(貨主)들은 ‘정시 배송’과 ‘서비스 안정성’을 요구하며, 철도사들에 지속적인 설비 투자를 압박했다. 업계는 규모의 경제 확보를 위해 ‘롱홀(장거리) 네트워크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왔다. 이번 거래는 바로 그 정점에 해당한다.
아울러 2023년 캐나다 퍼시픽(CP)-캔자스시티 서던(KSU)의 310억 달러 합병으로 북미 최초 ‘3국(캐나다-미국-멕시코) 단일노선’이 구축된 선례가 있다. 당시 STB는 치열한 반대에도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친산업 기조가 유지되는 한, 이번 딜도 승인될 확률이 높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관전 포인트는 노사협상과 규제 조건이다. STB가 노선 매각이나 차량 투입 확대 등 경쟁보완책을 부과할 경우, 예상 시너지·재무 효과가 일부 훼손될 수 있다. 또한 노조가 대규모 파업 카드를 꺼낼 경우, 인수 통합 작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전문가 진단
● 물류·공급망 안정: 장거리 운송 경유지 축소로 평균 운송시간이 최대 24시간 단축될 전망이다.
● 가격경쟁력: 단일 네트워크 효율성으로 연료·운영비 절감이 예상되지만, 시장 지배력 강화로 운임이 장기적으로 오를 가능성도 병존한다.
● 친환경 효과: 도로 트럭 운송 일부가 철도로 전환돼 온실가스 배출 감소 기대.
결국 관건은 ‘경제성 vs. 경쟁·노동 보호’라는 전통적 규제 딜레마다. STB·노동계·정치권이 제시할 조건을 유니온 퍼시픽이 얼마나 수용하느냐가 인수 성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1) 시너지(synergy): 합병 후 조직 통합·설비 공동 활용 등을 통해 발생하는 비용 절감 및 추가 수익.
2) Class I 철도: 미국 STB가 연매출 4억 9,300만 달러 이상(2025년 기준) 대형 철도회사에 부여하는 등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