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온 퍼시픽(Union Pacific)이 주요 경쟁사 노퍽 서던(Norfolk Southern)을 약 850억 달러(한화 약 111조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미국 역사상 최초로 동·서해안을 단일 선로로 연결하는 전국 규모의 화물철도 운영사가 탄생하게 된다.
2025년 7월 2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두 회사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안에 합병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수가 성사되면 유니온 퍼시픽이 장악해 온 미국 서부 3분의 2 지역과 노퍽 서던의 동부 22개 주, 1만9,500마일(약 3만1,000㎞) 철도망이 하나로 묶여, 곡물·자동차·석탄·컨테이너 등 주요 화물의 대륙 횡단 운송이 단일 회사에서 이뤄지는 구조가 구축된다.
이번 인수·합병(M&A)은 철도 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유니온 퍼시픽은 미국 최대 철도 운영사이며, 노퍽 서던은 업계 ‘빅4’ 중 하나로 평가받아 왔다. 두 회사가 결합할 경우, 2023년 캐나다 퍼시픽(CP)과 캔자스시티 서던(KCS)이 310억 달러에 합병해 북미 최초 3개국(캐나다·미국·멕시코) 직결 노선을 완성한 사례를 뛰어넘는 ‘메가 딜’이 된다.
규제 관문이 최대 변수
거래 성사 여부는 미국 표면교통위원회(STB·Surface Transportation Board)를 포함한 각종 규제 당국의 승인에 달려 있다. STB는 미국 내 철도산업을 감독하는 연방 규제 기관으로, 최근 ‘합병 심사 간소화’ 기조를 내세워 업계 친화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패트릭 퍽스(Patrick Fuchs) 위원장은 ‘사전 차단보다 사후 조건 부과’를 강조하며 합병 검토 기한 단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규모가 커질수록 일자리 감소와 서비스 혼란이 불가피하다”
는 노동조합의 반발도 거세다. 미국 철도노조연합은 이미 이번 합병에 대해 ‘총력 저지’를 공언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화물 물동량 변동성, 인건비·유류비 상승, 화주들의 서비스 불만 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규제 당국과 노조 모두의 승인을 얻는 것이 최대 난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경쟁사들도 ‘빅 매치’ 모색
BNSF(버크셔 해서웨이 소유)와 CSX 등 다른 대형 철도사들도 맞대응 합병 카드를 놓고 물밑 협상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유니온 퍼시픽-노퍽 서던 합병이 허가될 경우, 경쟁사들도 방어적 M&A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실제로 2023년 CP-KCS 합병 때도 반독점 우려가 거세게 제기됐지만, STB는 경쟁 완화를 이유로 ‘사후 모니터링’ 조건부 승인을 내줬다. 이번 건은 거래 규모가 그보다 두 배 이상 큰 만큼 ‘바뀐 규제 환경’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미국 철도산업의 변화와 의미
전문가들은 유니온 퍼시픽-노퍽 서던의 결합이 이뤄질 경우 운임 구조와 운송 스케줄이 대대적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본다. 기존에는 동부에서 서부로 화물을 옮기려면 최소 두 대의 철도회사가 연계 운행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단일 운송장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화주 입장에서는 리드타임 단축과 추적 시스템 일원화라는 이점이 기대된다. 반면, 서비스 장애나 파업이 발생할 경우 ‘대안 노선’이 부족해지는 집중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
용어 설명*
*STB(Surface Transportation Board)는 철도·트럭·해운 등 표면 운송을 감독하는 미국 연방기관으로, 요금·노선·합병 등을 최종 승인한다. 단일 선로(single-line)란 한 기업이 대륙 전체를 직결 운행할 수 있는 철도망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