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미국 최대 민간 건강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 그룹(UnitedHealth Group, 티커: UNH)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스티븐 햄슬리(Stephen Hemsley)가 30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투자자 신뢰 회복 능력을 처음으로 시험받는다.
2025년 7월 28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구성 종목인 유나이티드헬스 주가는 5월 중순 이후 거의 반 토막이 나면서 10여 년 만에 최악의 연간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우려된다. 회사의 간판 사업인 메디케어 어드밴티지(Medicare Advantage)와 옵텀헬스(Optum Health) 의사 네트워크 부문의 이익이 급감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전 CEO 앤드루 위티(Andrew Witty)의 전격 사임으로 이어졌으며, 회사는 햄슬리를 다시 등판시키는 동시에 연간 가이던스를 전면 중단했다. 여기에 더해 법무부는 메디케어 청구 관행과 관련해 형사·민사 수사를 진행 중이다.
“완벽한 폭풍”에 직면한 유나이티드헬스
미즈호증권 애널리스트 앤 하인스(Ann Hynes)는 현재 상황을 “완벽한 폭풍“이라고 규정했다. 그녀는 “회사는 겸허한 자세로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이 실제로 보고 싶은 것은 향후 수익성 회복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햄슬리는 지난 6월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우리는 여러분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겸허하게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실적 발표는 그 약속이 실현 가능한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 핵심 지표: 2025년 연간 가이던스
애널리스트들은 2분기 숫자 자체보다 2025년 전체 실적 전망치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햄슬리는 5월 가이던스 중단 결정 후 “7월 실적 발표에서 업데이트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LSEG 컨센서스에 따르면, 월가는 유나이티드헬스가 조정 주당순이익(EPS) 21.26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추정치 범위는 최저 18달러에서 최고 26.44달러까지 넓게 분포한다.
“만약 EPS 전망이 18달러 아래로 내려간다면 시장은 극도로 부정적으로 반응할 것” — 앤 하인스, 미즈호증권
RBC 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 벤 헨드릭스(Ben Hendrix)는 컨센서스보다 높은 23.36달러를 제시했지만, 그는 “월가는 여전히 유나이티드헬스에 대해 베어리시(약세)하다“고 평가했다.
헨드릭스는 노트에서 “메디케어 어드밴티지는 2026년 목표 마진 하단 3%를 달성할 수 있을 정도로 아직 수익성이 존재하지만, 옵텀헬스 마진 압박과 메디컬코스트(의료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2) 메디케어 어드밴티지·옵텀헬스 전망
전문가들은 회사가 옵텀헬스 의사 네트워크를 어떻게 안정화할지에 주목한다. 유나이티드헬스는 고용·제휴 의사 9만 명을 앞세워 자사 보험 가입자에게 통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과거 업계 대비 높은 마진을 창출해 왔다.
베어드의 마이클 하(Michael Ha) 애널리스트는 “장기투자자들은 옵텀헬스가 메디케어 가입자를 자체 네트워크로 유도해 과거에 없던 마진을 끌어올리는 힘에 주목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옵텀헬스 이익은 급전직하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진단코드 개편안 V28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V28은 만성질환 관련 코드 사용을 세분화·제한해 과거보다 상위 청구 코드를 적용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에 따라 위험 점수(Risk Score)와 정부 환급액이 줄어들면서 옵텀헬스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악화됐다는 평가다.
“V28은 흑백이 뚜렷해 예전처럼 코드를 추가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옵텀헬스 마진 구조가 바뀌었다” — 앤 하인스
하 애널리스트는 “V28은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됐으며, 경쟁사들은 1년간 대응 전략을 마련했다”며 “유나이티드헬스만 1분기에 마진이 급락한 것은 실행 실패(misexecution)의 예”라고 꼬집었다.
“앞으로 1~2년은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옵텀헬스와 유나이티드헬스가 단위 경제성(유닛 이코노믹스)을 회복할 것이라 본다” — 마이클 하
전문가 팁: 메디케어 어드밴티지·V28이란?
메디케어 어드밴티지는 65세 이상 고령층을 위한 미국 연방정부 건강보험(메디케어)을 민간 보험사가 대신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가입자는 전통적 메디케어보다 저렴한 보험료와 다양한 부가 혜택(안경, 치과 등)을 누릴 수 있으나, 보험사는 위험 점수에 따라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을 극대화하려는 유인이 있다.
2024년부터 적용된 V28 진단코드 체계는 이러한 과잉 청구를 억제하기 위한 일종의 표준화 개편으로, 코드 오남용 시도가 줄어드는 대신 보험사 수익성이 일정 부분 축소되는 효과가 있다.
3) 법적·규제 리스크
유나이티드헬스는 25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메디케어 청구 관행을 둘러싸고 법무부(DOJ)의 형사·민사 조사를 받고 있음을 선제적으로 인정했다. 해당 사실은 월스트리트저널이 최초 보도했다.
회사는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 시절 제기된 유사 소송에서 법원 지정 특별조사관이 자사 손을 들어준 전력이 있음을 강조했다.
하인스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마치 정부가 회사를 메디케어·메디케이드에서 퇴출시킬 것처럼 반응하지만, 그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며 “과거 전례처럼 벌금과 ‘기업윤리합의(Corporate Integrity Agreement)’ 체결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2024년 12월 발생한 브라이언 톰프슨(Brian Thompson) 임원 피살 사건은 보험사의 청구 거부 관행이 방아쇠가 됐다는 검찰 발표 이후 공공 여론을 악화시켰다. 이에 따라 의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보험사 관행에 대한 감시 강도를 높이고 있다.
보험업계 내부고발자로 활동 중인 웬델 포터(Wendell Potter) ‘센터 포 헬스 앤드 데모크라시’ 대표는 “의사·약사 출신 의원들이 현장에서 느낀 보험사의 ‘강압적 관행’에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6월부터 외부 회계법인에 의뢰해 보험·약국 수혜 서비스 전반을 독립적으로 감사 중이다. 다만 2분기 실적콜에서는 “3분기 말까지 감사가 완료되지 않아 구체 내용을 공유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전망 및 결론
투자자들의 시선은 결국 2025년 EPS 가이던스와 옵텀헬스 수익성 회복 로드맵에 집중될 전망이다. 만약 회사가 18달러 이상의 전망치를 내놓고, V28 대응 전략·비용 절감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면, 주가 반등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반대로 낮은 가이던스와 모호한 대응책이 제시될 경우, 법무부 조사·정치 리스크와 결합해 주가는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향후 12~24개월은 험로가 예상되지만,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시장 점유율과 방대한 데이터 자산은 여전히 유나이티드헬스의 최대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햄슬리 CEO가 이번 실적 발표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는 전략·재무 청사진을 제시하느냐가 향후 시장 평가를 좌우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