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위 대형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United Airlines)의 객실 승무원들이 새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을 압도적 표차로 부결했다.
2025년 7월 29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전미승무원협회-CWA(Association of Flight Attendants-CWA, 이하 AFA-CWA)는 이날 찬반 투표 결과를 발표하며 “투표권자 92%가 참여했고 이 가운데 71%가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이번 잠정 합의안은 2025년 5월 노조와 회사 간 협상 끝에 도출된 것으로, ① 계약 1년 차에만 약 40%의 실질 임금 인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해당 합의안은 승무원들의 핵심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는 것이 노조 측 입장이다. AFA-CWA 유나이티드항공 지부장 켄 디아즈(Ken Diaz)는 성명을 통해 “우리 조합은 최대한 신속히 회원 대상 설문 조사를 실시해, 승무원들이 어떤 조건을 반드시 관철하고자 하는지 파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 요구사항과 쟁점
유나이티드항공 승무원들은 2023년에 연방 중재(federal mediation)를 신청하며 본격적인 임금 인상 투쟁에 돌입했다. 그 배경에는 기본급 두 자릿수(10% 이상) 인상, 지상 대기시간까지 보상 범위를 확대하는 전 시간 급여 적용, 소급 임금(retroactive pay), 근무 스케줄 유연성, 근무 규정 개선 등이 포함됐다. 승무원들이 마지막으로 급여 인상을 받은 시점은 2020년으로, 코로나19 이후 임금이 동결된 상태였다.
소급 임금은 교섭 지연 기간을 고려해 과거 근무분에 대해서도 인상된 임금을 소급 적용하는 제도이며, 연방 중재는 노사 교섭이 교착 상태에 빠질 경우 미 연방중재조정국(FMCS)이 중재인으로 나서는 절차다. 한국 노동계에는 상대적으로 낯선 개념이므로 별도 설명이 필요하다.
향후 전망과 산업 파급효과
합의안 부결로 노조와 회사는 원점에서 재협상에 나서게 됐다. 항공 산업 분석가들은 유가 변동, 항공수요 회복세, 인플레이션 압력을 모두 고려할 때, 노동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단, 임금 인상 폭과 조건에 따라 항공권 가격과 항공사 수익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나이티드항공(나스닥: UAL)은 2025년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인력 부족 및 향후 인건비 상승 리스크를 이미 언급한 바 있다. 다른 메이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델타항공도 올해 내 비슷한 노동 협상을 앞두고 있어, 이번 투표 결과가 미국 항공 업계 전반에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제기된다.
항공 업계의 통상적인 패턴에 따르면, 한 항공사가 높은 수준의 인상률을 수용하면 경쟁사들도 노조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노조가 인상 목표치를 높게 설정한 만큼, 협상 장기화나 부분 파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 해설
항공 산업 연구기관 AeroData Labs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만약 노조가 요구하는 복합적 임금·제도 개선안을 100% 반영할 경우 유나이티드항공의 연간 인건비는 약 12억 달러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4년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약 18%를 잠식하는 수준이다.
반면, 승무원 노동 강도가 팬데믹 이후 크게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조 요구가 단순 임금 인상만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장거리 노선 확대와 잦은 지연·결항으로 ‘승무원의 지상 대기시간’을 임금에 포함하라는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노조와 회사가 일정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파업이나 노선 감축 등 강경 수단이 현실화될 경우, 2025년 성수기 항공권 가격 상승과 더불어 공급 차질이 나타날 수 있어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추가 참고: 국제 노동 협상 트렌드
최근 미국에서는 항공뿐 아니라 물류·철도·자동차 업계에서도 ‘인플레이션+팬데믹 장기화’가 결합한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다. 2024년 GM·포드·스텔란티스가 겪은 UAW(전미자동차노조) 파업이 대표 사례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맞물리며 전 세계 소비자 물가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노동계의 교섭력이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항공사들은 수익 다각화와 자동화·디지털화 투자로 비용 부담을 상쇄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 품질 유지가 필수적인 항공산업 특성상, 노동집약적 업무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한계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