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 유가 상승과 불안정한 주식시장이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전쟁 장기화로 인해 미국 내 소득 계층 전반의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충격은 당초 올해 기대됐던 소득세 환급 확대, 비교적 낮은 실업률, 자산가치 상승에 기반한 소비 확대로 경제성장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약화시키고 있다.
2026년 3월 10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연초에 다수의 분석가들은 이른바 ‘K자형(K-shaped) 경제 회복’의 양 날개가 향후 소비를 지탱하거나 확장할 수 있다고 봤다. 즉, 자산효과로 상위 소득층이 더 많은 소비를 하고, 초과근로·팁 소득에 대한 새로운 면제가 일회성 환급(택스 리펀드)을 통해 시간제·서비스업 노동자들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중하위층의 소비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양쪽 모두에 서로 다른 형태의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커졌다. 전미자동차협회(AAA) 자료에 따르면 3월 10일 화요일 오전 기준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50를 넘어섰고, 이는 분쟁 이전의 약 $3.00 대비 약 17% 상승한 수치다. 주별로는 캔자스(Kansas)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평균 가격이 $3을 초과했으며 캔자스의 평균은 $2.96이다.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에서의 해상 교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가 변동성이 이어지면 $4대의 휘발유 가격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한다.
주식시장도 고점에서 조정을 보이며 가계의 순자산 증가를 바탕으로 한 지출에 불확실성을 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월 9일(월) 분쟁의 빠른 종결 가능성을 시사하며 주가를 끌어올렸으나, 다음날에는 발언 수위를 낮춰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공급망, 상품시장, 기업 실적 등에 대한 우려가 되살아났다. 주요 미국 주가지수는 3월 10일(화) 장 초반에는 큰 변동 없이 움직였다.
저소득 가구의 경우 연료비 상승은 다른 소비 항목으로부터 지출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고용과 투자 계획을 갑작스럽게 축소시키는 파급을 통해 지역 사업체들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 윌밍턴 트러스트(Wilmington Trust)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루크 틸리(Luke Tilley)는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가격이 더 높아지고 그 상태가 오래가면, 유가 상승으로 수혜를 보는 일부 기업들의 매출 증가가 소비자들을 압박해 결국 경제의 제약 요인이 된다.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일정 기간 유지되면 그것이 GDP에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로 전환되고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진다.”
틸리는 유가가 배럴당 $85~$100 범위로 몇 달간 유지될 경우 노동시장의 취약성을 고려할 때 경기침체 위험이 실질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Brent)는 월요일 한때 배럴당 $116를 넘겼다가 $90 아래로 하락했고, 화요일 아침 다시 상승했다.
미국 국방장관 피트 헤그셋(Pete Hegseth)은 3월 10일(화) 가장 강도 높은 타격이 이란에 가해질 것이라고 말했으며, 한 고위 장성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기뢰 부설 능력을 목표로 삼겠다고 언급해 중동에서의 원유 이동을 사실상 중단시킨 병목 구간을 다시 열 수 있는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앙은행과 통화정책의 딜레마
이러한 위험의 급작스러운 변화는 특히 미국 중앙은행(Fed) 정책 입안자들에게 큰 도전 과제를 제기한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2%보다 약 1%포인트 높은 상태이나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고, 실업률은 대략 4.3% 내외로 안정적이라는 관측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타격을 입게 됐다.
이미 2월에 일자리가 예기치 않게 감소한 상황에서 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채용 의지를 위축시키면 고용 측면의 추가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동시에 유가 상승이 해운비나 난방비 등 다른 비용을 밀어 올리면 인플레이션이 보다 광범위하게 상승할 위험도 존재한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가 급등을 분석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연구진은 유류 등 고관심 소비재 가격 상승이 이미 이전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기대가 높아진 상태에서는 가계의 인플레이션 기대에 과도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고했다. 연준 정책자들은 이러한 역학을 우려하며 기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제한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연준의 금리 인하를 올해 예상하지만, 미군 행동이 시작된 이후 그 시점은 미뤄졌다. 정책자들 사이에서는 인플레이션 억제와 성장 둔화 우려 사이의 균형을 둘러싼 잠재적 교착 상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연준은 다음 주 회의에서 현행 정책금리 3.5%~3.75% 구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BNY 인베스트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전 연준 고위 참모인 빈센트 라인하트(Vincent Reinhart)은 분쟁의 경제적 파급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충격이 미국 경제의 경로를 바꿀 만큼 충분히 크냐 하는 점이다. 미국은 순수 에너지(순에너지) 생산국이기 때문에 국제 유가 상승이 미국 소비자에게는 더 높은 주유비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미국 내 에너지 기업들에는 더 높은 소득과 추가적인 고용·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아직은 그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
라인하트는 다만 유가가 상부권인 배럴당 상위 $90대에서 한 달 이상 유지되면 소비와 성장에 본격적인 제약을 가할 수 있는 수준의 충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사람들이 익숙한 수준보다 의미 있게 가격이 높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용어 설명 및 배경
‘K자형 경제 회복’은 경제 내 일부 계층(예: 자산을 보유한 고소득층)은 빠르게 회복 또는 성장하는 반면 다른 계층(예: 서비스업·저소득층)은 침체하거나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는 양극화된 회복 패턴을 의미한다.
브렌트유(Brent crude)는 북해에서 산출되는 원유를 지칭하는 국제 원유 벤치마크의 하나로, 세계 유가의 대표적 지표로 널리 사용된다.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은 중동과 아시아·유럽을 잇는 주요 해상 통로로서 전 세계 원유 이동량의 상당 부분이 이 해협을 통해 이동한다. 이 해협에서의 교란은 글로벌 원유 공급에 즉각적이고 큰 영향을 미친다.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Kansas City Fed)은 연방준비제도(Fed) 산하 지역 연준 중 하나로, 지역 경제·통화정책 연구를 수행한다.
향후 시나리오와 경제적 영향 분석
단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이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을 즉각적으로 압박해 자동차 연료비, 운송비, 난방비 등 필수비용의 증가로 연결된다. 저소득층은 연료비 상승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식료품, 외식, 여가 등 가변적 지출을 더 많이 줄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지역 소매업·서비스업에 즉각적인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중기적으로는 기업의 투자·고용 의사결정이 보수적으로 바뀔 수 있다. 특히 운송비·원자재비 상승은 제조업·유통업의 마진을 압박하고,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은 기업의 설비투자·재고관리 정책을 지연시키게 만든다. 금융시장 변동성은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을 높여 중장기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소지가 크다.
통화정책 측면에서 연준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시 상승하는 리스크와 성장 둔화 사이에서 정책적 판단을 해야 한다. 유가 상승이 일시적이고 경제여건이 견조하다면 연준은 금리 동결 또는 점진적 긴축 기조 유지로 대응할 수 있다. 반면 유가 고공행진이 장기화돼 소비·고용이 둔화할 경우 정책자들은 금리 인하 시점을 앞당기거나 완화적 스탠스로 전환해야 하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정책과 시장의 불확실성이 동시에 확대되는 환경에서는 자산가격 조정과 소비 위축이 서로를 강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유가가 몇 달간 상단권을 유지하는 경우로, 이 경우 단기 성장률 하방 리스크와 인플레이션의 재상승 위험이 공존하게 된다.
기자 평가 및 전망
종합하면, 현재의 지정학적 충돌은 미국 경제의 취약점과 정책적 선택지를 동시에 부각시키고 있다. 단기적 충격은 소비 패턴 변화를 통해 특히 저소득층에 가시적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고, 중기적으로는 기업 투자·고용의 보수적 전환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통해 성장 둔화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연준의 향후 정책 결정은 유가 흐름과 인플레이션 기대의 움직임에 크게 의존할 것이며, 배럴당 가격이 상위권에서 장기간 유지되는지는 경제 전반의 리스크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