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 올라프 슬레이펜은 이번 주 에너지 가격 급등이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을 현재의 ‘양호한 위치’에서 이탈시킬 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슬레이펜 총재는 또한 ECB가 물가상승률 목표치(2%)의 일시적·소규모 초과(overshoot)를 허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6년 3월 6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암스테르담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슬레이펜은 2021~2022년의 물가 급등으로부터 배운 교훈이 있지만, 이번 이란 관련 전쟁(중동발 에너지 충격)과의 직접적 비교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슬레이펜은 중동 사태로 인해 이번 주 원유 및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고, 공급 차질 우려가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끌어올리며 일부에서는 ECB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정책을 긴축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현재의 경제 환경—낮은 물가상승률, 중립적 수준의 금리(neutral rates), 양호한 성장—이 여전히 중앙은행 입장에서 바람직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나는 더 이상 ‘니르바나(nirvana)’나 ‘골디락스(Goldilocks)’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처한 지위에 대한 내 관점은 극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좋은 위치에 있다.”
슬레이펜은 이어 “나는 여전히 좋은 위치에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이 갈등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3월 19일의 ECB 회의에서 정책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ECB가 새로운 전망치에 대한 감수성 분석(sensitivity analysis)을 논의하거나 대체 시나리오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은 목표 초과는 허용 가능
슬레이펜은 또한 ECB가 인플레이션 목표치 2%를 소폭·일시적으로 초과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몇 달 동안 2% 미만을 허용해온 자세와 일관된 입장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는 일관되어야 하며, 대칭적(symmetrical)이다. 초과 또는 미달에 대해 어느 쪽에도 더 높은 가중치를 두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장 기대는 이번 주 큰 변동성을 보였으나 투자자들은 연말까지 ECB가 물가 압박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절반(50%)의 확률로 보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최근 원유 가격 급등이 유로존 물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델링을 시도하고 있으며, 초기 추정치는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고공 행진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약 2.5%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급등이 기업들의 가격 책정 및 임금 결정 메커니즘에 반영되며 고물가를 고착화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이 위험은 2021~2022년의 경험에서 더욱 부각되었는데, 당시 중앙은행들은 물가 상승을 일시적이라고 판단해 대응이 늦었고, 결과적으로 여러 국가에서 수십 년만의 높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슬레이펜은 그 시기의 경험이 ECB에 교훈을 주었지만, 현재의 상황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로 그는 현재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이미 더 엄격하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그 기간의 교훈 중 하나는 공급측(공급 충격)에 관한 위험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공급 충격은 통화정책 관점에서 관리하기 어렵고, 일정 시점에서는 인플레이션 역학에 영향을 미쳐 중앙은행이 반응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것은 중요한 교훈이다”라고 말했다.
연준(Fed) 리더십에 대한 신뢰
슬레이펜은 또한 미국의 예측 불가능한 경제정책 때문에 ECB가 연준에 대한 의존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박했다. 그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위기 시 달러 유동성을 제공하는 연준의 역할에 의존한다며, 현재 연준의 지도부가 해당 협정(달러 유동성 제공 장치)에 대해 전념하고 있다고 신뢰한다고 말했다. 슬레이펜은 “나는 이 특정 협정과 관련해 연준의 현 지도부와의 관계를 매우 신뢰한다”고 언급했고, “미래의 지도부에 대해서도 유사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네덜란드 중앙은행이 보유한 일부 금 보관을 뉴욕 연방준비은행(New York Fed)에 재검토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별도 섹션)
초과(overshoot)는 중앙은행의 물가목표(ECB는 2%)를 일시적으로 넘어서는 현상을 말한다. 중앙은행은 과거에 목표 미달과 초과 모두를 허용하는 ‘대칭적’ 접근을 주장해 왔으며, 이는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일시적 변동을 용인하겠다는 뜻이다.
중립금리(neutral rate)는 경기 회복이나 위축을 초래하지 않는 이론상의 금리 수준을 뜻한다. 중앙은행은 중립금리를 기준으로 통화정책의 완화·긴축 여부를 판단한다.
공급 충격(supply-side shock)은 원자재 가격 급등이나 생산 차질 등 공급 측 요인으로 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충격은 통화정책만으로 제어하기 어렵고, 시간이 지나면 가격·임금의 재설정으로 인플레이션 기대가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
전문적 분석 및 전망
단기적으로는 중동 긴장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을 상방 압력으로 밀어 올리는 것이 현실적 시나리오다. 초기 추정치가 제시한 약 2.5%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정책당국의 주목 대상이며, 만약 에너지 가격이 몇 달 이상 고공 행진할 경우 기업의 가격 결정 및 노동시장 반응을 통해 영구적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ECB의 대응 경로는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뉜다. 첫째, 에너지 가격 충격이 단기간 내 진정되어 인플레이션 상승이 일시적이면, 현재의 통화정책 스탠스는 유지되고 대칭적 접근에 따라 소폭의 목표 초과는 용인될 수 있다. 둘째, 에너지 가격이 반년 이상 고공 행진하여 인플레이션 기대를 변화시키면 ECB는 정책금리 인상 또는 보다 엄격한 통화정책 신호를 통해 기대를 안정시키려 할 것이다. 셋째, 극단적으로 가격 충격이 급격히 확대되어 실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경우, 정책은 보다 복합적인 대응(금리와 유동성 관리 병행)을 고려해야 한다.
시장 관점에서는 이미 연말까지 한 차례 이상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50%로 반영하고 있어, 단기 변동성 확대 시 채권 수익률과 환율의 급변동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유로화 약세와 국채 금리 상승은 수입 물가를 추가로 압박할 수 있어 ECB의 정책 판단을 복잡하게 만든다.
글로벌 측면에서는 연준의 달러 유동성 제공 역할이 중요하다. 위기 시 달러 유동성 공급은 국제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하며, 슬레이펜의 발언처럼 유럽 중앙은행들이 연준과의 협력 채널을 신뢰하는 한 전세계 금융안정 측면에서 완충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금 보관 문제 등 실물 자산의 보안성도 중앙은행 리스크 관리에서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결론
슬레이펜의 발언은 현재의 에너지 가격 충격이 ECB의 정책 기조를 즉각적으로 뒤흔들 만큼은 아니며, 중앙은행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향후 분쟁 전개 양상과 에너지 가격의 지속성에 따라 인플레이션 경로가 달라질 수 있고, 그에 따라 ECB의 정책 스탠스 및 시장의 기대도 재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와 정책당국은 향후 발표되는 물가 지표와 에너지 시장 동향, 그리고 ECB의 3월 19일 회의 전후의 감수성 분석 결과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