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가격이 급락했다. 2026년 1월물 WTI(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은 화요일 종가 기준 -1.55달러(-2.73%) 하락했고, 2026년 1월물 RBOB 가솔린 선물은 -0.0514달러(-2.97%)로 마감했다. 이로써 원유와 가솔린 가격은 근월물 기준으로 4.75년 만의 저점에 근접했다.
2025년 12월 16일, 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 수요에 대한 우려와 전 세계적 석유 과잉 공급 전망이 유가를 압박했다. 또한 미국 주가(S&P 500)가 3주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며 경제 전망에 대한 낙관론을 약화시킨 점이 에너지 수요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간의 가능한 휴전 기대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낮춰 원유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시장 재료와 지표별 동향
화요일에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에너지 수요 둔화 신호로 해석됐다. 미국의 11월 실업률은 +0.1%포인트 상승해 4.6%로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미국 12월 S&P 제조업 PMI는 -0.4 하락해 51.8로 5개월 최저를 찍었다(예상치 52.1). 유로존의 12월 S&P 제조업 PMI도 -0.4 하락해 49.2로 예측(49.9)을 밑돌며 8개월 만에 가장 빠른 수축 속도를 보였다. 이런 수요 지표의 악화는 원유 수요 둔화 우려를 키웠다.
지정학적 요인과 공급 측 요인
한편, 지정학적 요인은 혼재된 신호를 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휴전 가능성에 대한 낙관론이 커지자 러시아 에너지 수출에 대한 제재 완화 기대가 제기되었고, 이는 원유 가격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우크라 간 전쟁 종식 논의가 “매우 건설적(very constructive)”이었다고 언급했다.
반면 남미 베네수엘라 관련 리스크는 공급 차질 우려를 키웠다. 미군이 지난주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제재 대상 유조선을 가로챈 사건이 발생했고, 로이터는 미국이 추가 제재 대상 유조선들을 저지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억류 사례는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수출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어 일부 상방 압력을 제공한다.
기초 재무·산업 지표
정제 마진을 나타내는 크랙 스프레드(crack spread)가 약화된 점도 유가에 부정적이다. 크랙 스프레드는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디젤 등 석유제품으로 전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마진을 뜻한다. 이 지표가 6개월 만의 저점으로 하락하면서 정제사들이 원유 구매를 줄이고 정제 가동을 축소할 유인을 제공했다.
또한 Vortexa의 집계에 따르면, 12월 12일로 끝난 주간에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는 전주 대비 +5.1% 증가한 1억2023만 배럴(120.23 million bbl)로 집계됐다. 선박에 장기간 머물러 있는 원유는 즉각적인 시장 공급 증가 가능성을 시사한다. 여기서 ‘정박 선박에 저장된 원유’는 항구에 입항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물량을 축적하는 형태의 보유량을 의미하며, 이는 실제 공급 과잉을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다.
러시아·카자흐스탄 공급 차질과 제재 영향
러시아 관련 공급은 감소 요인으로 작용해 유가 하단을 일정 부분 지지했다. Vortexa는 11월 19일 집계에서 러시아의 석유 제품 선적이 11월 상반기(전반 15일)에 일평균 170만 배럴(bpd)로, 3년여 만의 최저 수준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3개월 동안 최소 28개 러시아 정유시설을 표적으로 삼았고, 최근에는 발틱해 지역의 러시아 석유 터미널이 드론·미사일 공격으로 피해를 입어 가동 중단을 초래했다. 또한 카스피안 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은 카자흐스탄 원유 수출량 약 160만 bpd를 이송하는 파이프라인의 계류 손상으로 인해 일시 폐쇄를 겪었다. 이와 더불어 미·EU의 새로운 제재는 러시아산 원유의 수출을 제약하고 있다.
OPEC+ 정책과 시장 전망
공급측에서는 OPEC+의 정책도 유가 방향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OPEC+는 11월 30일 Q1 2026의 증산 유예 계획을 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11월 2일 회의에서 12월에 일별 +137,000 bpd를 증산하되, 이후 2026년 1분기에는 증산을 중단하기로 했는데, 이는 전 세계적 공급 과잉 우려에 따른 조치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0월 중순에 2026년 전 세계 원유 초과 공급이 일평균 400만 bpd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며 사상 최대의 잉여를 경고했다.
OPEC+는 2024년 초 220만 bpd의 감산분을 복원하려 했으나 아직 120만 bpd가량의 복원 여지가 남아 있다. OPEC의 11월 원유 생산량은 -1만 bpd 감소해 2,909만 bpd로 집계됐다. 또한 OPEC은 Q3 글로벌 시장 전망을 적자에서 잉여로 수정해 Q3에 50만 bpd의 잉여가 예상된다고 밝혔다(전월 추정치는 -40만 bpd 적자). 한편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5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치를 전월의 13.53만 bpd에서 13.59만 bpd로 상향 조정했다.
재고와 생산 지표
시장 컨센서스는 수요일 발표될 주간 EIA 원유 재고가 -205만 배럴 감소하고 휘발유 재고는 +195만 배럴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발표된 EIA 보고서(12월 5일 기준)는 (1) 미국 원유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4.3% 낮고, (2) 휘발유 재고는 -1.8% 낮으며, (3) 증류유 재고는 -7.7%로 5년 평균을 크게 하회했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은 주간 기준 +0.3% 증가해 13.853백만 bpd를 기록했고, 이는 11월 7일 주간의 기록치 13.862백만 bpd에 근접한 수준이다.
시추 활동 동향
Baker Hughes 집계에 따르면 12월 12일로 끝난 주간 미국 가동 중인 유정은 +1개 증가해 414개를 기록했다. 이는 11월 28일 보고된 4년 저점 407개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 내 채굴 장비 수는 2022년 12월의 5.5년 최고치인 627개에서 크게 감소했다.
전문적 분석 및 향후 전망
요약하면, 단기적으로는 수요 부진을 시사하는 경제지표와 근월물 재고·유조선 적재 증가가 유가에 강한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베네수엘라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와 일부 공급차질(정유시설 표적, 터미널 폐쇄, CPC 파이프라인 손상)은 유가 하방을 완전히 허용하지 않는 변수가 되고 있다. OPEC+의 증산 유예 결정과 IEA의 2026년 대규모 공급 잉여 경고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중기적으로는 미국의 생산 증가(2025년 생산 전망 상향)와 선박 보유 물량 증가, 정제 마진 약화가 수요 측면의 회복 없이 계속되면 유가는 추가 하락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러시아·카자흐스탄·베네수엘라 등 일부 지역에서의 지속적 공급 제약, 또는 예기치 않은 지정학적 충격이 발생할 경우에는 가격이 단기적으로 반등할 여지도 존재한다. 투자자와 시장 참여자들은 재고 데이터, 선박 보유량 추이, OPEC+ 회의 결과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외교적 진전 여부를 우선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용어 설명
크랙 스프레드(crack spread)은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휘발유, 경유 등)로 전환했을 때의 정제 마진을 의미한다. 이 지표가 낮아지면 정제사들이 원유 구매를 줄이고 정제 가동을 축소할 가능성이 커진다. 정박 선박에 저장된 원유는 항구 근처나 해상에 머물며 즉시 시장에 공급되지 않는 물량을 뜻하며, 시장 과잉을 시사하는 선행 지표로 활용된다.
마지막으로 이 기사에 인용된 수치와 분석은 Barchart 집계와 EIA, OPEC, IEA, Vortexa, Baker Hughes 등 공시 자료를 기반으로 했으며, 기사 작성일 현재의 공개 자료를 토대로 한 해석임을 밝힌다.
작성: Rich Asplund의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원보도: Barchart). 원문의 저자는 본 기사에 언급된 증권에 대해 직접적 또는 간접적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