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CNBC—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 스페이스 스테이션(Gemini Space Station)이 기업공개(IPO) 공모가를 주당 28달러로 확정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5년 9월 12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당초 24~26달러로 제시됐던 희망 공모가 밴드를 웃도는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되면서 기업가치는 약 33억 달러(약 4조3,800억 원)로 산정됐다. 이는 암호화폐 업계의 투자 열기가 여전히 견고함을 시사한다.
제미니는 총 공모 규모를 4억2,500만 달러로 제한*1해둔 탓에, 1,520만 주만을 실제로 판매했다. 처음엔 1,667만 주를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었으나, 한도에 따라 물량이 축소됐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회사는 주당 17~19달러 수준을 제시했다가, 수요 급증에 힘입어 가격을 두 차례 상향했다.
IPO 용어 설명
• IPO(Initial Public Offering)은 기업이 처음으로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식을 공개·매각해 자금을 조달하는 절차다. 일반적으로 공모가가 높을수록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 기대가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블루칩(Blue Chip) 암호화폐는 비트코인·이더리움처럼 시가총액이 크고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코인을 지칭한다.
이번 딜의 주간사단은 골드만삭스·씨티그룹·모건스탠리 등 월가 3대 IB가 맡았다. 이들은 30일간 452,807주(회사 보유분)와 380,526주(구주주 보유분)를 추가 매도할 수 있는 옵션도 부여받았다.
거래소 상장은 나스닥에서 이뤄지며, 티커는 “GEMI”다. 공모 주식 가운데 최대 30%는 로빈후드·소파이·홍콩계 푸투(Futu)·싱가포르 무무(Moomoo)·웨불(Webull) 등 리테일 플랫폼을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배분될 예정이다.
윙클보스 형제는 2014년 제미니를 설립했다. 회사 측 자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관리 자산(AUM)은 210억 달러를 넘어선다. 그러나 지난해 순손실 1억5,900만 달러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2억8,300만 달러 적자를 기록, 수익성은 악화일로다.
“초기 거래 흐름은 암호화폐 IPO 불씨를 얼마나 더 오래 살려둘 수 있을지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이라고 CNBC는 분석했다.
실제로 올 들어 서클(Circle Internet)·불리시(Bullish) 등이 성공적으로 상장했으나,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주요 코인의 가격은 최근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기관투자자의 신뢰는 유입되고 있다. 나스닥(Nasdaq)은 이번 주 5,000만 달러 전략적 지분 투자를 발표하며 제미니와의 협력을 확대했다. 나스닥은 자사 거래 관리 시스템 칼립소(Calypso)의 유통 파트너로 제미니를 지목하는 한편, 제미니의 커스터디(수탁)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제미니는 거래소 사업 외에도 암호화폐 담보 신용카드를 운영한다. 특히 지난달 리플(Ripple)과 협업해 출시한 신규 카드가 8월 한 달간 3만 건 가입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두 배 이상 증가, 신사업 성장세를 입증했다.
시장에 미칠 파장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상장이 암호화폐 종목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을 재조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제미니의 적자가 지속된다면, 투자자들은 성장성 대비 적절한 밸류에이션을 면밀히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나스닥·골드만삭스 등 메이저 금융기관의 참여는 제미니가 제도권 금융과 협업해 규제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를 낳는다.
한편 전문가들은 “기관 수요가 몰려 공모가가 고점에 형성될수록 상장 첫날 변동성 역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최근 상장한 일부 암호화폐 기업은 첫날 급등 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주가 변동폭이 40%를 웃돌기도 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제미니 주가가 첫 거래일 종가 기준 공모가 대비 최소 20% 이상 상승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연초 이후 침체됐던 크립토 관련 주식 투자 심리가 회복되는가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1 공모 총액 상한이 설정되면, 배정 물량이 줄어도 가격을 높여 자본조달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