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연준이 채권 보유 축소를 중단한 데 이어, 시장의 유동성 수요에 대응해 대차대조표를 다시 확대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준비금(reserves) 상태가 정책 목표로 하는 ‘충분(ample)’ 수준으로 이동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그 시점이 확인되면 점진적 자산 매입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5년 11월 7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윌리엄스 총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 머니마켓 콘퍼런스 2025에 제출한 사전 배포 연설문에서 “대차대조표 전략의 다음 단계는 현재 ‘다소 ‘충분’ 수준을 상회(somewhat above ample)’하는 상태에서 준비금 수준이 ‘충분(ample)’에 도달하는 시점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 시점이 오면 점진적인 자산 매입 절차를 시작할 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윌리엄스 총재는 최근의 자금조달 지표가 보내는 신호를 거론하며, “최근 지속된 레포(Repo) 시장 압력과 준비금이 ‘풍부(abundant)’에서 ‘충분(ample)’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다른 징후들을 고려하면, ‘충분한 준비금’에 도달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지속된 레포 시장 압력과 기타 징후들을 감안하면, ‘충분한 준비금’ 도달은 머지않았다.”
보유 축소 종료와 ‘준비금 관리’ 전환
연준은 직전 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12월 1일부로 지난 3년 동안 이어온 채권 보유 축소(대차대조표 축소, 일명 양적긴축·QT) 과정을 사실상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경제·금융시스템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로 매입했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보유를 줄여 오던 기조를 멈추는 결정이다.
연준의 자산 보유 규모는 2020년 이후 공격적인 국채·MBS 매입으로 두 배 이상 확대돼 정점 9조 달러까지 증가했다. 이후 2022년부터는 정해진 한도 내에서 만기 도래 자산을 상환 재투자 없이 자연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보유를 축소해 왔다. 연준은 이를 통해 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면서도, 단기자금시장의 정상적인 변동성은 허용할 수 있는 수준의 유동성을 남겨두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최근 머니마켓 금리 상승과 연준의 여러 유동성 기구에 대한 활발한 이용이 관측되면서, 연준은 보유 축소가 충분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전체 대차대조표를 현재 약 6.6조 달러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이 내년 1분기에 채권 매입을 통해 보유자산을 다시 확대하기 시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윌리엄스 총재는 ‘언제부터 현금 투입을 재개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가늠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경계했다.
“자산 매입 = 부양책” 아냐… ‘정책 스탠스’ 변화 부인
윌리엄스 총재는 “연방기금 시장, 레포 시장, 결제(payments) 관련 다양한 시장 지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준비금 수요 여건을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동성 적정성 유지를 위한 채권 매입이 경기부양(QE)과 동일시돼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준비금 관리 목적의 매입은 FOMC의 ‘충분한 준비금’ 전략을 이행하는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일 뿐이며, 통화정책의 기본 스탠스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는 또한 역레포(reverse repo)와 상설 레포 기구(SRF, Standing Repo Facility) 등 연준의 금리 통제 도구가 원활히 작동해 왔다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SRF의 활발한 이용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SRF는 적격 기관에 국채 등을 담보로 현금 대출을 제공하는 상설 유동성 백스톱이다.
핵심 개념 해설: ‘풍부’와 ‘충분’의 차이, 그리고 준비금 관리
연준이 말하는 준비금(reserves)은 은행이 연준 계정에 보유하는 즉시 사용 가능한 예치금을 의미한다. 윌리엄스 총재가 언급한 ‘풍부(abundant)’와 ‘충분(ample)’은 정량적 목표치라기보다 시스템이 금리 변동 없이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적 구분에 가깝다. ‘풍부’는 초과 유동성이 넉넉해 단기금리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는 상태를, ‘충분’은 정책금리 통제에 무리가 없는 균형적 유동성을 가리킨다.
이 맥락에서 준비금 관리 목적의 자산 매입은 단기 유동성 수급을 다듬어 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운영적(operational) 조치다. 윌리엄스 총재가 강조했듯, 이는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한 양적완화(QE)와는 성격이 다르다. QE는 기대 및 금융여건을 완화하려는 정책 신호를 동반하는 반면, 준비금 관리는 시장금리의 미세조정과 결제 시스템의 원활한 작동에 중점을 둔다.
레포(Repo)는 단기 현금 차입을 위해 증권을 담보로 제공하는 거래이며, 레포 금리 상승이나 지속적 압력은 현금(유동성) 수요가 공급을 앞선다는 신호일 수 있다. 역레포는 반대로 연준이 현금을 흡수하고 증권을 빌려주는 수단으로, 시스템 유동성의 완충 장치로 기능한다. SRF는 갑작스런 유동성 경색 시 자격기관에 즉시 현금을 공급함으로써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메커니즘이다.
시장과 정책에의 함의: ‘유동성 과소’의 리스크 완화
연준이 보유 축소를 멈추고 준비금 관리 매입으로 전환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은, 단기금리의 불안정성과 결제 유동성 부족 위험을 선제적으로 억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최근의 머니마켓 금리 상승 신호와 유동성 기구의 활발한 이용은, 연준이 의도한 ‘정상적 변동성’의 범위를 넘어 유동성이 빠듯해지고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 이 경우 연준은 소규모·점진적 매입을 통해 준비금을 보강, 정책금리 목표범위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윌리엄스 총재의 표현대로 이러한 매입은 정책 스탠스의 완화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물가·고용에 대한 통화정책 판단과 별개로, 금융시장 운영 측면에서의 기술적 조정에 가깝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자금시장 변동성 완화, 은행 준비금 안정, 레포·역레포 수요의 재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
연설 핵심 발언 정리
“대차대조표 전략의 다음 단계는 ‘충분’ 준비금 도달 시점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 시점이 오면 점진적인 자산 매입을 시작할 때다.”
“지속된 레포 시장 압력과 기타 징후는, ‘충분한 준비금’ 도달이 머지않았음을 시사한다.”
“준비금 관리 매입은 FOMC의 ‘충분한 준비금’ 전략의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이며, 통화정책 스탠스 변화가 아니다.”
“역레포와 상설 레포 기구(SRF)는 잘 작동해 왔고, SRF의 적극적 이용을 앞으로도 예상한다.”
배경 수치와 타임라인
• 팬데믹 기간(2020년 이후) 연준 자산은 정점 9조 달러까지 확대됐고, 2022년부터 자연감소(QT) 방식으로 보유를 줄여 왔다.
• 최근 연준의 전체 대차대조표 규모는 약 6.6조 달러로, FOMC는 이를 현 수준에서 안정시키기로 했다.
• 12월 1일부로 채권 보유 축소는 사실상 종료되며, 이후는 준비금 상태를 보며 점진적 매입 여부를 결정한다.
전망과 체크포인트
일부 애널리스트는 1분기 중 연준이 자산 매입을 통해 보유를 재확대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다만 윌리엄스 총재가 지적하듯, ‘충분’의 정확한 경계를 실시간으로 판별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연방기금 시장 지표, 레포 금리·스프레드, 결제 흐름 등 미시적 신호가 정책 운영의 중요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시장 참여자에게는 SRF 이용 추세와 역레포 잔액 등의 변화가 유동성 균형을 가늠하는 실용적 지표가 될 수 있다.
결론
윌리엄스 뉴욕연은 총재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연준은 대차대조표 축소 사이클을 사실상 종료했고, ‘충분한 준비금’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 시 점진적 자산 매입을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는 정책 스탠스의 완화가 아니라, 단기자금시장 안정과 정교한 금리 통제를 위한 운영적 선택임을 분명히 했다. 향후 레포 시장 압력, 유동성 기구 이용, 머니마켓 금리의 미세한 움직임이, 매입의 타이밍과 규모를 가늠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