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달러 앞에선 강세·유로 앞에선 약세…엇갈린 환율의 배경은?

위안화의 엇갈린 흐름이 글로벌 외환시장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달러 대비로는 연초 이후 약 3% 절상됐지만, 유로·파운드·엔화에 대해서는 각각 10%, 5%, 3% 가까이 절하되면서 동시에 강세와 약세가 펼쳐지는 이례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2025년 9월 16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역외(offshore) 위안화는 달러당 7.118위안에 거래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16년 11월 5일 이후 가장 강한 수준에 근접했다. LSEG 집계에 따르면 달러 인덱스는 올해 들어 10% 이상 하락하며 20여 년 만에 최악의 연간 실적을 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연말까지 달러당 7.0위안 수준까지 추가 절상이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여기에는 베이징 당국의 경기 부양 의지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결합돼 있다. CME 그룹의 FedWatch 툴에 따르면 시장은 이번 주 25bp(0.25%p) 금리 인하 가능성을 94.2%로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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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B는 장기간의 안정 국면에서 신중히 통제된 완만한 절상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OCBC은행의 아시아 거시경제 책임자인 토미 셰는 진단했다.

그는 역외 위안화가 연말 7.08위안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달러 약세를 틈탄 기회주의적 평가절하(opportunistic devaluation)1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로화 대비 10% 이상, 파운드화 대비 5%가량, 엔화 대비 3% 가까이 떨어진 위안화 가치는 중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면서도 새로운 무역갈등을 자극하고 있다.


무역 구조 변화와 수출 지형

지난 8월 중국의 대(對)미 수출 비중은 10% 미만으로 후퇴했다. 반면 동남아시아·유럽연합(EU)·아프리카·중남미로의 수출은 확대됐다. 명목환율뿐 아니라 물가를 반영한 실질실효환율(Real Effective Exchange Rate, REER)도 2011년 1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며 가격 경쟁력이 크게 개선됐다.

맥쿼리의 래리 후(후즈)는 “위안화 약세가 수입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키워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BRICS 회원국인 인도는 올해 1~8월 중국과의 무역에서 777억 달러 흑자를 중국이 기록하자 균형 시정을 요구했다. 멕시코 정부도 아시아, 특히 중국산 차량에 대한 관세율을 20%에서 50%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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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딜레마에 빠진 중국 인민은행(PBOC)

중국 내 주식시장 급등세가 통화정책을 진퇴양난으로 몰아넣고 있다. 중국 증시 대표지수인 CSI300은 2024년 9월 저점 대비 43% 급등했다. 과잉 유동성이 주식시장 랠리를 부추긴 가운데, 2014~2015년의 버블·붕괴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노무라의 루팅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금 금리를 크게 내리면 불붙은 주식시장에 기름을 붓는 셈이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성장 둔화가 심화될 수 있다”며 10bp 수준의 미세 조정 가능성을 제시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매일 고시하는 중간환율을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강한 수준인 7.1056위안으로 설정하며 점진적 절상을 유도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러한 ‘친서방 제스처’가 미·중 무역협상 국면에서 선의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용어 해설

역외 위안화(Offshore RMB)는 홍콩·싱가포르 등 중국 본토 외 지역에서 거래되는 위안화를 뜻한다. FedWatch는 미국 정책금리 선물을 기반으로 시장의 금리 전망 확률을 제공하는 도구이고, bp(basis point)는 0.01%p를 의미한다. CSI300은 상하이·선전 거래소의 대형주 300개를 포함하는 중국 대표 주가지수다.

향후 관전 포인트

전문가들은 달러화 흐름중국 경기지표가 위안화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라고 지적한다. 미 연준의 완화 전환이 가속화되고 중국 정부가 대규모 재정·통화 패키지를 집행할 경우 위안화는 추가 절상될 수 있다. 반면 세계 경기 둔화가 깊어지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안전통화 선호가 강해지면서 위안화 강세가 제한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본 기사는 원문의 핵심 데이터·인용·연도·인명·기관명을 충실히 반영해 번역·재구성한 것이며, 일부 문단에는 기자의 경제·시장 분석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