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슬레, 대중형 비타민·미네랄·보충제 사업 재편
뉴욕/런던—네슬레가 대중형 비타민 사업에서 발을 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더 비싸더라도 과학적 근거가 명확한 프리미엄 웰니스 제품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스위스 대형 식품 기업인 네슬레가 부진한 브랜드의 매각 대가를 높게 받으려는 계획은 복잡해지고 있다다.
2025년 11월 18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약 2,5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소비재 대기업 네슬레는 7월에 비타민·미네랄·보충제(VMS) 부문에서 저성장·저마진 브랜드에 대한 전략적 검토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는 9월 신임 CEO인 필리프 나브라틸(Philipp Navratil) 취임 이후 네슬레가 재확인한 매각 가능성의 전초 작업이다.
맥킨지앤드컴퍼니의 2024년 보고서(“Future of Wellness”)와 업계 전문가 15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 따르면, 1,93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글로벌 보충제 시장에서 소비자는 점점 더 임상적으로 검증된 성분을 갖춘 제품을 고르고 있다. 이는 네슬레가 매각 후보로 지정한 네이처스 바운티(Nature’s Bounty), 오스테오 바이-플렉스(Osteo Bi-Flex), 퓨리턴스 프라이드(Puritan’s Pride) 등 가격 접근성이 높은 주류 브랜드와 미국 내 PB(프라이빗 라벨) 사업의 가치를 제고하기 어렵게 만든다.
보충제 시장은 높게 분절화되어 있고, 규제 환경도 변화 중이어서 어떤 인수·매각 거래든 리스크가 쌓이는 구조다. 로이터 취재에 따르면 전략적 투자자(동종 업계 기업)들은 대체로 관심이 낮은 기조를 보이는 반면, 사모펀드의 참여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다. 네슬레가 검토 중인 브랜드들의 매출은 네슬레 연간 매출의 2.8%로, 약 12억 5,000만 달러 수준이다. 네슬레는 본 기사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으며, 반대로 솔가(Solgar)처럼 프리미엄 영양보충제 라벨에는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솔가는 표준 비타민에서부터 뇌 건강, 모발 성장, 스트레스 완화를 표방하는 제품까지 폭넓게 판매한다.
사모펀드의 출사표 가능성…그러나 밸류에이션은 부담
네슬레는 해당 비타민 브랜드들을 2021년에 57억 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피치북(PitchBook) 자료에 따르면 이는 지난 최소 12년간 VMS 부문에서 세 번째로 큰 거래다. 그러나 현재의 트렌드에서 그때의 평가 수준을 재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IBISWorld의 애널리스트 말리 브로커(Marley Brocker)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비자들이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해 제품 효능을 검증받은 브랜드에 열광하는 ‘거대한 물결’이 일고 있다. 보충제 산업은 이제 더 광의의 웰니스 카테고리와 격렬하게 겹쳐지고 있다.”
업계 경쟁사들도 방향을 명확히 했다. 다논(Danone)과 유니레버(Unilever)는 성장 가시성이 높은 상위 프리미엄 브랜드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한 소비재 전문 투자은행가는 익명을 전제로, 유럽의 엄격한 소비자 보호 규제 때문에 제품의 건강상 이점을 과장되게 홍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다논과 유니레버가 대중형 보충제에 보다 신중하다고 전했다.
유니레버의 한 고위 소식통은 네슬레 브랜드 인수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진 않았지만, 회사가 고려하는 거래는 과학·기술 주도형이며 고성장 부문에 속한 브랜드여야 한다고 밝혔다. 민텔(Mintel)의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햄렛(David Hamlette)은 업계가 매우 분절화되어 있어 투자수익률(ROI)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네슬레가 매각을 검토하는 어느 브랜드도 미국 비타민 시장 점유율 2.1%를 넘지 못한다.
미국 규제 환경 변수: GRAS 경로 강화 추진
규제도 핵심 변수다. 3월에 미국 보건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obert F. Kennedy, Jr.)는 신규 식품첨가물의 연방 승인 절차 중 하나인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간주(GRAS)” 경로를 강화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해당 조치가 확정되면 신규 성분에 대한 심사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미 보건복지부(HHS)는 아직 공식적인 규정 개정안을 내놓지 않았으며, 업계에서는 곧 제안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후에는 공개 의견수렴 절차가 뒤따를 전망이다.
이 제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별도 검토 없이 기업이 새 식품첨가물을 시장에 내놓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 있어, 보충제 업계의 이익단체인 CRN(전국책임영양평의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CRN의 과학·규제 담당 수석부회장 앤드리아 웡(Andrea Wong)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더 나은 해법은 현행 규정을 집행할 수 있도록 FDA에 충분한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HHS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GRAS를 강화하면 건강보조식품 시장과 일반 식품 모두의 안전성이 높아져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
대형 소매업체 역시 신중 모드다. 자체 브랜드를 판매하는 보충제 리테일러 GNC는 자사 포트폴리오 혁신에 집중하고, “과학적 근거가 우리의 기준에 부합하는 브랜드”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클 코스텔로(Michael Costello) GNC CEO는 10월 31일 로이터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우리의 과학 기반 기준에 부합하는 브랜드와, 우리 포트폴리오 내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성장성은 매력적이다. 그랜드뷰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건강보조식품 시장은 2024년 1,927억 달러에서 2033년 4,145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L.E.K. 컨설팅의 파트너 알렉스 에반스(Alex Evans)는 이러한 성장 전망이 바이아웃 펀드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재무적 투자자는 업계 플레이어만큼의 비용 시너지를 내기 어려워 가격 협상에서 강경하게 나설 공산이 크다. 네슬레의 주주 플로스바흐 폰 스토르히(Flossbach von Storch)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카이 레만(Kai Lehmann)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모펀드가 가장 가능성 높은 선택지로 보이지만, 밸류에이션은 다소 희생될 수 있다.”
용어 설명: GRAS, 프라이빗 라벨, 임상 설정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는 특정 성분이 전문가 합의에 의해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될 때, 비교적 간소화된 절차로 식품 또는 보충제에 사용을 허용하는 미국의 식품첨가물 인정 경로를 의미한다. 프라이빗 라벨은 리테일러나 유통사가 자체 상표로 제조·판매하는 제품군을 뜻한다. 임상 설정은 제품의 효능이나 안전성을 체계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마련된 통제된 시험 환경을 가리킨다.
분석: 네슬레의 포트폴리오 최적화와 가치 방어의 딜레마
전략적 관점에서 네슬레는 프리미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브랜드 질을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솔가와 같은 과학 기반·고마진 라벨에 집중 투자하고, 대중형·저마진 자산을 정리하는 것은 최근 웰니스 시장의 ‘고급화’ 흐름과 일치한다. 문제는 매각 자산이 주류·가성비 포지셔닝을 가져, 임상 데이터를 앞세운 신흥 프리미엄 브랜드 대비 성장 서사가 약하다는 점이다. 업계 내 규제 불확실성(특히 GRAS 강화 가능성)까지 겹치면 가격 디스카운트 요인이 누적된다.
거래 구조 측면에서 전략적 투자자(다논·유니레버 등)는 유럽 규제의 광고·표시 제한을 의식해 대중형 보충제 포트폴리오에 소극적일 수 있다. 반면, 사모펀드는 성장 스토리와 현금흐름 개선에 집중해 ‘밸류-업’을 시도하겠지만, 원가 시너지가 제한되어 가격 협상에서 보수적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2021년 인수가격을 밴치마크로 삼을 경우, 디스카운트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시장 분절과 브랜드 파편화는 또 다른 과제다. 개별 브랜드의 미국 내 점유율이 2.1% 미만이라는 사실은, 인수 후에도 규모의 경제와 유통 레버리지를 만들기 어렵다는 신호다. 반대로 보면, 집중적인 리브랜딩과 임상 근거 강화, 제품 포트폴리오 슬림화를 통해 평균판매가격(ASP)과 마진을 끌어올릴 여지는 존재한다. 다만 이는 시간과 투자를 요구하며, 규제 변화가 속도 조절 변수가 될 수 있다.
요약하면, 네슬레의 대중형 VMS 매각은 전략적 정합성은 높지만, 밸류에이션 방어는 쉽지 않다. 프리미엄화 추세, 규제 리스크, 분절화된 시장 구조가 가격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가운데, 사모펀드가 가장 현실적인 매수자로 떠오른다. 그 과정에서 거래 규모와 조건은 2021년의 고점 대비 보수적으로 설정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