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모(Waymo)가 2026년부터 영국 런던에 완전 자율주행 라이드헤일링(ride-hailing) 서비스를 도입하겠다는 구체적인 일정을 발표했다. 이는 알파벳(Alphabet Inc.) 산하 자율주행 부문이 유럽 핵심 도시에서 첫 상업 운행에 나서는 사례로, 현지 모빌리티 산업 전반에 적잖은 파급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2025년 10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웨이모는 본격적인 서비스 출범에 앞서 차량 운용 전문 스타트업 무브(Moove)와 손잡고 차량 관리·유지보수·현지 규제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회사 측은 앞으로 수개월간 런던 시청, 영국 교통부 등 지역·국가 차원의 규제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상업 운행 허가를 받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Tekedra Mawakana 웨이모 공동 CEO는 “우리는 웨이모의 신뢰성·안전성·마법 같은 경험을 런던 시민들에게 제공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우리가 운영 중인 지역에서 도로 안전을 높이고 교통 접근성을 확장한 것처럼, 영국에서도 같은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웨이모는 이미 런던·옥스퍼드 엔지니어링 허브를 통해 자율주행용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왔다. 해당 연구 거점은 자율주행 알고리즘 학습, 가상 주행 데이터 생성, 실도로 대응 시나리오 평가 등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이번 상용 서비스 준비 과정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재규어·랜드로버(Jaguar Land Rover)와의 전략적 제휴도 주목된다. 웨이모 기술이 탑재된 전기 SUV I-PACE는 이미 미국 피닉스·샌프란시스코, 일본 도쿄 등에서 매주 수십만 회의 완전 자율주행 호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웨이모는 이 I-PACE 플랫폼을 런던 도심 환경에 맞춰 최적화한 뒤 대규모로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헤이디 알렉산더(Heidi Alexander) 영국 교통부 장관은 “해당 프로젝트가 접근 가능한 교통수단 확대와 함께 일자리, 투자, 새로운 산업 기회를 영국에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영국 정부가 2025년까지 자율주행차 운행 기준을 법제화하겠다는 로드맵을 밝힌 만큼, 웨이모의 진출은 정책 목표 달성에 상징적 마일스톤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웨이모는 자사 주행 데이터 분석 결과를 근거로 사람이 운전할 때보다 부상 사고 비율이 5배, 보행자 부상 사고는 12배 줄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공공도로에서 1억 마일(약 1억 6,000만 km)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 누적 주행 기록과 1,000만 건 이상의 유료 호출 경험을 확보해, “검증된 안전성“을 내세우고 있다.
로빈 스핑크스(Robin Spinks) 영국왕립시각장애인협회(RNIB) 포용디자인 책임자는 “시각장애인과 저시력인에게 독립적 이동권을 열어줄 획기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라이드헤일링이라는 용어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차량을 호출하고 탑승까지 연결하는 온디맨드(주문형) 교통 서비스를 뜻한다. 일반 차량 공유(car-sharing)나 택시 호출과 달리, 차량 소유주와 운전사가 플랫폼 소속으로 계약을 맺어 운영비와 요금을 관리한다. 웨이모의 경우 운전석이 비어 있는 완전 무인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된다.
업계 및 투자자 관점에서의 의미
첫째, 영국 자율주행 규제가 실증 단계를 넘어 본격 상업화 국면으로 진입한다는 신호탄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웨이모처럼 대규모 데이터를 보유한 선도 기업이 진출해야 스타트업·중소기업까지 생태계가 확대된다”고 입을 모은다.
둘째, 재규어 I-PACE 생산량 확대가 예상된다. 전기차 라인업 확대를 추진 중인 재규어·랜드로버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대량 주문처를 확보하게 되므로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셋째, 스마트시티·모빌리티 인프라 투자 자금 유입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런던시는 2030년까지 울트라 로우 에미션 존(ULEZ)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무공해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기술 신뢰성 확보 측면에서도 큰 시험대다. 런던 도로는 복잡한 대중교통·자전거·보행자 흐름이 뒤섞여 있어, 웨이모 알고리즘의 경로 예측·비상 대응 능력이 정밀히 검증될 것이다.
이처럼 웨이모의 런던 진출은 규제·산업·소비자 수요가 맞물린 삼중 효과를 통해 영국뿐 아니라 유럽 전체 자율주행 시장의 속도를 끌어올릴 잠재력이 있다. 이후 실제 서비스가 시작되는 2026년까지는 법제화, 보험·책임 규정, 데이터 거버넌스 등 숙제가 남아 있지만, 이번 발표로 업계는 상용화 타임라인을 보다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게 됐다.
웨이모와 영국 정책 당국이 안전성 검증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이해관계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할 경우 자율주행에 대한 신뢰 격차(trust gap) 해소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서비스 요금 정책, 접근성 확보, 지역 맞춤형 지도 데이터 등이 성공의 열쇠다. 웨이모가 미국에서 축적한 경험이 런던 현실과 얼마나 조화를 이룰지가 관전 포인트이며, 이는 향후 파리·베를린·밀라노 등 유럽 주요 도시 확대 여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