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Walmart Inc.)가 미국 최대 민간 고용주라는 위상에 걸맞은 파격적인 복지 정책을 발표했다. 그동안 일부 품목에 한정돼 있던 10% 사내 할인 제도가 거의 모든 식료품으로 확대되면서 약 140만 명에 달하는 미국 내 직원들이 즉시 혜택을 누리게 됐다.
2025년 8월 13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은 월스트리트저널(WSJ) 단독 보도를 인용해 “월마트가 우유·파스타·냉동피자·육류 등 대부분의 식료품에 대해 직원 할인 적용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발표 즉시(현지시간 8월 13일) 시행됐으며, 온라인·오프라인 매장에서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동안 사내 할인은 신선 농산물과 일반 생활용품에만 한정돼 있었다. 우유나 고기처럼 직원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필수 식료품은 연말 성수기(11~12월)에만 예외적으로 할인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상당수 직원들은 “할인 제도가 실질적인 생계비 절감에 미치지 못한다”고 불만을 제기해 왔다.
임직원 환영… 휴스턴 매니저 행사장에서 기립박수
이번 정책 변화는 월마트 미국법인 최고경영자(CEO) 존 퍼너(John Furner)가 휴스턴에서 열린 전국 매장 관리자 회의 무대에 올라 직접 발표했다. WSJ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그는 마이애미 지역 매장 관리자를 무대로 초대해 함께 발표했으며, 발표 직후 수백 명의 현장 관리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 박수를 보냈다.
행사에 참석한 한 매장 관리자는 “많은 동료가 다음 끼니를 해결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조치가 직원들의 식량 불안(food insecurity) 문제를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동료들은 계산대에서 조금이라도 더 가벼운 마음으로 장바구니를 채울 수 있게 됐다.”
인력 확보·유지 전략의 일환
월마트는 최근 몇 년간 인력 확보와 이직률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통업 전반이 인건비 압박과 구인난을 동시에 겪으면서, 대형 소매 체인들은 임금 인상·학자금 지원·복지 개선 등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번 할인 확대 역시 채용·유지(retention)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월마트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직원들은 수년 전부터 “신선 농산물만 할인해 주는 제도는 실질적 도움이 적다”고 불만을 제기해 왔다. 특히 우유·달걀·육류처럼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은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할인 배제 시 체감 혜택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식량 불안(food insecurity)은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규칙적인 식사(건강한 식품 포함)를 확보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2023년 미국 가구의 약 12%가 식량 불안을 겪었다. 대규모 고용주인 월마트가 복지 확대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 시각: 복지 확대가 가져올 파급효과
전문가들은 월마트의 결정이 소매 유통업 전체 인사 전략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인 타깃(Target)이나 코스트코(Costco) 등도 유사한 할인 제도나 복지 혜택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매·물류 업계를 관찰해 온 콘설팅 업체 RSR 리서치는 “월마트의 정책은 단순 할인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며 “직원 만족도 향상이 생산성·고객 서비스로 이어진다는 선순환 구조를 촉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기업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할인 폭이 10%로 고정돼 있어도, 전 품목으로 확대될 경우 순이익 마진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월마트 측은 “직원 만족도 향상을 통한 생산성·충성도 상승이 장기적으로 비용을 상쇄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독자 안내: ‘10% 할인’ 어떻게 적용받나?
월마트 직원은 직원 신분증 혹은 사내 할인 프로그램 전용 앱(Walmart Associate Discount Center)을 통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계산 시 직원증을 스캔하면 자동 적용되며, Walmart.com과 Walmart 앱에서도 계정 인증을 거치면 동일하게 10% 할인이 적용된다.
단, 담배·주류·조세 부과 상품 등 법적 규제가 있는 품목은 여전히 할인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제휴 신용카드 할인 등 다른 프로모션과 중복 적용 여부는 각 지역·주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기자 의견 및 전망
기자 시각에서 볼 때, 월마트의 이번 결정은 ‘저임금 구조’라는 오랜 논란을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월마트 매출의 상당 부분이 식료품에서 발생하는 만큼, 동일 품목에 대한 내부 할인 적용은 단기적으로 영업이익에 부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직원 복지가 곧 고객 경험’이라는 신념에 무게를 두면,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충성도·리테일 테크 혁신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또한 미국 경제에서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생활비 절감은 임직원 만족도를 넘어 노조 결성·임금 협상 같은 노동관계 이슈를 완화할 수 있다. 결국 이번 정책은 월마트가 ‘저비용·고효율’ 전략에서 한 단계 나아가 ‘인간 중심의 지속 가능 경영’으로 방향을 틀고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월마트의 실적 발표에서 할인 확대에 따른 비용 구조 변화와 매장 운영 효율성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쟁사들이 유사한 복지 프로그램을 도입할 경우, 미국 유통업계 전반의 ‘복지 경쟁’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