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상장 시장을 NYSE에서 나스닥으로 이전… AI·기술 지향 전략 강조하며 거래소 경쟁에 분수령

나스닥(Nasdaq)이 새롭게 확보한 초대형 상장사는 이른바 ‘올드 이코노미’를 대표하는 소비재 공룡 월마트(Walmart)다. 전통 소비재 대기업의 상징인 월마트가 기술주의 본산으로 여겨지는 나스닥으로 방향을 튼 결정은 미국 증권거래소 간 주도권 경쟁 구도에 의미 있는 파장을 예고한다.

2025년 11월 20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월마트는 목요일 자로 오랜 기간 상장을 유지해온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주 거래소를 나스닥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인공지능(AI)을 포함한 기술 역량 강화와의 정합성을 이유로 들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생태계와의 전략적 정렬(alignment)을 시사했다.

LSEG(런던증권거래소그룹) 데이터에 따르면, 월마트의 시가총액은 약 8,020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NYSE 상장 종목 중 시가총액 4위에 해당한다. 또 다른 의미에서, 이번 이동은 NYSE의 대표 상장사 중 하나를 경쟁 거래소로 내어주는 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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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간 미국 양대 거래소는 존재감을 놓고 경쟁을 벌여왔다. 나스닥은 주로 기술주의 본거지로, NYSE산업·금융 대형주가 뿌리내린 전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 같은 공방은 1990년대 후반 닷컴 붐 시기에 정점을 찍었다.

이번 상장 이전은 나스닥에 커다란 성과(coup)로 평가된다. 전통적인 ‘기술 대 비(非)기술’ 구분을 다소 무색하게 만드는 행보이지만, 월마트는 이번 결정이 자사의 ‘기술 중심(technology-forward) 접근’과 산업 재정의 노력에 방점을 찍는다고 설명했다. 월마트 주식은 12월 9일부터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Nasdaq Global Select Market)에서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존 레이니(John Rainey)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월마트는 자동화와 AI를 통합함으로써 옴니채널 리테일(omnichannel retail)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나스닥은 2025년 상반기 상장 유치 경쟁에서 NYSE를 큰 폭으로 앞섰다. 코어위브(CoreWeave)차임(Chime) 같은 대형 기업의 ‘초대형 IPO(기업공개)’가 이를 뒷받침했다.

기업이 상장 거래소를 바꾸는 이유는 다양하다. 보통 해당 거래소의 투자자층, 기술·플랫폼 서비스, 마켓 마케팅 역량과의 정합성이 더 높다고 판단할 때, 혹은 상장·준수 관련 비용 절감을 도모할 때 이전을 단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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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넥스 웰스 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제이콥슨(Brian Jacobsen) 수석 경제전략가는 “월마트가 나스닥 100(NASDAQ 100)에 합류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사실은 놀랍다. 코스트코가 이미 그 지수의 구성원이고, 이제 월마트도 그 클럽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투자자 구성의 지형을 달리 끌어들일 것이다. 기술주에 베팅하려는 투자자가 이제는 소비재 대형주 익스포저도 함께 보유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인터콘티넨탈 익스체인지(ICE)는 NYSE의 모회사다.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대해 ICE는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주목할 만한 이전 사례: 쇼피파이·킴벌리클라크

현재 미국 주요 대기업 대부분은 AI 전략을 갖추고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무엇이 ‘기술 기업’인지 그 경계는 점차 흐려지고 있다.

NYSE의 대표 상장사에는 버크셔 해서웨이JP모건이 있다. 반면 나스닥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기술 공룡들의 거점이다.

2025년 들어 나스닥으로 상장 이전을 발표한 다른 눈에 띄는 기업으로는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파이(Shopify), 생활용품 업체 킴벌리클라크(Kimberly-Clark), 그리고 로이터 통신의 모회사인 톰슨 로이터(Thomson Reuters)가 있다.

2024년 9월, 나스닥은 거의 20년에 걸쳐 500개 상장이 NYSE에서 나스닥으로 이동했으며, 그 누적 시가총액이 약 2.7조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용어와 맥락 해설: 상장 이전,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나스닥 100, 옴니채널

상장 이전(거래소 이전)이란 한 거래소에서 다른 거래소로 주식의 주 상장을 바꾸는 절차를 의미한다. 기업은 투자자 기반과의 적합성, 데이터·거래 인프라, 마케팅 및 애널리틱스 지원, 그리고 상장·규제 준수에 드는 직·간접 비용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월마트 사례는 기술 생태계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은 나스닥 내에서도 재무 건전성·유동성·지배구조 등에서 가장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군을 위한 상장 시장이다. 월마트는 이 최상위 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나스닥 100(NASDAQ 100)은 금융업을 제외한 나스닥 상장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다. 월마트가 실제 편입될 경우, 기술주 중심 지수에 대형 소비재가 추가되는 이례적 구성이 연출될 수 있다. 이는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의 리밸런싱과 투자자 베이스 변화를 촉발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지수 편입 여부·시점은 별도 규정과 심사에 따름

옴니채널 리테일은 온라인·오프라인·모바일·물류·결제 등 모든 접점을 통합해 끊김 없는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유통 전략을 뜻한다. 월마트가 강조한 자동화와 AI의 통합은 재고·물류 최적화, 매장 운영 효율화, 개인화 마케팅 등에서 경쟁우위를 뒷받침한다.


거래소 경쟁의 현재: AI가 흐릿하게 만든 경계

나스닥과 NYSE의 경쟁은 전통적으로 기술 대 전통산업의 구도로 설명되어 왔다. 그러나 AI 확산과 디지털 전환을 배경으로, 대부분의 대기업이 사실상 ‘테크 기업화’되는 추세가 진행 중이다. 월마트가 나스닥을 선택한 논리 역시 이러한 경계 흐림의 단면으로 읽힌다.

특히 상장 생태계는 기업 브랜드·평판뿐 아니라 투자자층의 구성, 애널리틱스·데이터 서비스, 시장 마케팅 파급력 등 비가격적 요소의 합으로 작동한다. 월마트가 “기술 중심 접근”을 내세운 것은, 단순히 거래 수수료나 규제 준수 비용만이 아니라 기술 생태계와의 접점에서 창출되는 전략적 가치를 중시한 선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동시에, 나스닥이 2025년 상반기 상장 유치에서 코어위브·차임 같은 대형 딜로 우위를 확보했다는 점은 거래소 경쟁의 모멘텀이 어디에 있는지 시사한다. 월마트의 합류는 이러한 흐름에 추가 동력을 제공할 공산이 크다.


시장에의 함의: 투자자 구성 변화와 소비재 익스포저의 재평가

월마트가 나스닥 100 편입 가능성을 언급받는 순간부터, 기술주 지수 내부에서의 섹터 밸런스는 재조정 이슈로 부상한다. 기술 성장성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지닌 소비재 대형주 익스포저를 함께 보유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변동성 완충수익 원천 다변화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으나, 기술주 순수 노출을 선호하는 전략에는 희석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지수 추종 자금의 관점에서 대형 편입·제외는 분기·반기 리밸런싱 시점에 유입·유출 압력을 수반할 수 있다. 월마트의 나스닥 이전은 해당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열어두었다는 점에서, 패시브·액티브를 아우르는 자금 흐름 재편의 단초가 될 수 있다.편입 확정 여부는 지수 산출기관의 규정에 따름


비용·인프라 관점: 단순 이전을 넘어선 ‘플랫폼 선택’

거래소 이전에는 상장 관련 수수료 구조, 공시·컴플라이언스 운영 프로세스, 데이터 제공과 마켓 메이킹 등 기술적 요소가 맞물린다. 기업은 이를 총소유비용(TCO) 관점에서 평가하는데, 월마트의 설명대로라면 기술 중심 전략과의 동조가 핵심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상장 플랫폼 자체를 통한 성장 스토리의 강화라는 보다 포괄적 목표를 시사한다.


거래소별 대표 상장사 스펙트럼

NYSE는 버크셔 해서웨이, JP모건금융·산업 제국을 품고, 나스닥은 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기술 거인의 거점이다. 여기에 쇼피파이·킴벌리클라크·톰슨 로이터 등도 2025년 나스닥 이전 대열에 합류했다. 이동의 축이 다양화되는 가운데, 월마트의 결정은 ‘경계 흐림’ 현상을 대표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끝으로, 나스닥이 2024년 9월 기준으로 밝힌 지난 20년간 500건의 NYSE→나스닥 이전과 2.7조 달러 규모는, 장기 추세가 이미 진행 중이었음을 보여준다. 월마트의 이전은 그 추세 위에 놓인 또 하나의 굵직한 데이터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