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마켓플레이스 고속 성장 이면: 허술한 판매자 심사로 번진 신원 도용·가짜 상품 파문

CNBC 조사 보고

59세 주부 메리 메이(Mary May)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늘 구매해 온 뉴리바(Neuriva) 두뇌 건강 보충제를 월마트닷컴(Walmart.com)의 제3자 판매자에게서 할인된 가격에 대량 구매했다. 그러나 배송된 제품 포장에는 철자가 틀렸고 디자인도 달랐다. 검증 결과 가짜 상품이었다.

2025년 9월 19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메이는 결국 환불받았지만 “월마트는 나를 배신했다. 제3자 판매자라 해도 월마트 웹사이트에서 구매한 만큼 내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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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월마트 온라인 사업 폭발적 성장과 그늘

월마트의 미국 디지털 사업은 2024 회계연도 45%, 2025 회계연도 37% 성장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에 뒤처졌던 입지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적 성과다. 월마트는 판매자 유치 문턱을 낮춰 2019~2024년 사이 판매자 수를 900% 이상 늘렸고, 제품 등록 수는 6억 7,000만 건에 달했다.

그러나 허술한 판매자 검증이 부메랑이 됐다. CNBC는 제3자 판매자 중 최소 43곳이 타 기업의 신원을 도용해 계정을 개설한 사실을 확인했다. 일부 소비자는 위조·위험 제품을 받았고, ‘Lifeworks-ACS’로 위장한 판매자는 실제 발달장애 돌봄 업체 라이프웍스-ACS 신원을 도용한 사례다.


2. 피해 증언과 브랜드 반응

라이프웍스-ACS 대표 일레인 다모(Elaine Damo)는 “가짜 판매자가 우리 이름을 쓰면서 고객 반품이 우리 회사로 배달돼 도미노처럼 피해가 확산됐다”고 토로했다.

뉴리바 제조사 레킷(Reckitt)은 “소비자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즉각 조사에 착수했고, 가짜 제품을 구입한 이들에게 사용 중단과 고객센터 연락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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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내부 고발: ‘승인, 승인, 또 승인’

2023년 9월~2024년 4월 월마트 판매자 심사팀에서 근무한 타미 존스(Tammie Jones)는 “관리자가 ‘그냥 모두 승인하라’고 압박했다”고 밝혔다. 초기에는 재고·사업 기간·전화 확인 등 다각적 심사를 했지만 곧 전화 확인도, 사업 기간 확인도 생략됐다.

월마트는 성명에서 “신뢰와 안전은 타협 불가”라며 위조·불법 상품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고 AI 기반 모니터링을 강화 중이라고 해명했다.


4. ‘와일드 웨스트’가 된 플랫폼

전 아마존 직원이자 컨설턴트인 크리스 맥케이브(Chris McCabe)는 “아마존에서 퇴출된 판매자들의 덤핑장이 월마트”라고 비판했다. 국제위조방지연합(IACC) 밥 바르시에시 회장도 “신뢰를 팔면서 가짜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직격했다.

CNBC는 도용된 업체 계정 20곳에서 판매된 미용·건강 제품 20개를 실험실 분석 및 브랜드 검증을 통해 전부 위조로 판정했다. 특히 피부에 바르거나 섭취하는 제품 특성상 건강 위험이 크다.

“회사가 신뢰를 팔면서도 온라인에선 벼룩시장처럼 방치하고 있다.” ― 바르시에시 IACC 회장


5. ‘그레이 마켓’ 전략과 매출 논리

그레이 마켓(gray market)은 정품이지만 공식 유통망이 아닌 경로로 판매되는 시장을 뜻한다. 팬데믹 초기 월마트 고위층은 나이키(Nike) 상품을 일부 판매자에만 허용해 연 30만 달러 규모였던 매출을, 판매자 확대를 통해 수백만 달러로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가짜 발생 비율이 작으면 환불 비용을 감수해도 이익”이라는 계산이었다.


6. 구조적 허점: 서류·인보이스 요구 수준 비교

아마존: 주소 증빙(은행·카드 명세서) 및 화상 인터뷰 필수.
타깃(Target): 초대제, W-9·EIN·상품군 상세 질의.
월마트: 과거엔 W-9·EIN 서류 업로드·전화 확인 필수였으나 2025년 3월 기준 EIN 번호 입력만으로 가입 가능했다. 7월 이후 CNBC 취재가 알려지자 일부 카테고리에서 EIN 서류 업로드 ‘의무화’로 변경됐다.

또 아마존은 Lululemon·Nike 등 인기 브랜드 판매 승인에 10~100개 구입 인보이스를 요구하지만, 월마트는 1개 구매 영수증만 제출해도 승인해 ‘와일드 웨스트’라는 별명이 붙었다.


7. 뷰티·건강 카테고리 집중 공략과 역풍

2024년 여름 월마트는 프리미엄 뷰티·명품 중고 시계·가방 등을 마켓플레이스에 대거 도입했다. 그러나 솔 데 자네이루(Brazilian Bum Bum Cream) 등 인기 제품 리뷰 4.6점 중 구매 인증 리뷰는 극소수였고, 48%가 1점·‘가짜’라는 불만이었다.

7월 월마트는 뷰티·퍼스널케어 판매자에 대해 ‘고도 심사 프로그램’을 도입, 브랜드 발행 인보이스 또는 공식 인증서를 필수 제출하도록 했다. 이후 다수 판매자 상품이 삭제됐다.


8. 법·규제 환경 변화

2010년 ‘티파니 vs 이베이’ 판결로 마켓플레이스는 가짜 판매 책임에서 사실상 면책됐다. 2023년 ‘Inform Consumers Act’가 판매자 정보 공개를 의무화했고, Shop Safe Act는 판매자·상품 심사를 강화한 플랫폼에 책임 면책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월마트·아마존·이베이 등은 일부 조항에 대해 로비를 벌여 법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고 미 상원 보좌관들이 전했다.

브루클린 로스쿨 애런 트워스키(Aaron Twerski) 교수는 “소비자는 월마트 오프라인 신뢰를 온라인에도 투영하기 때문에 플랫폼 책임을 묻기 더 쉽다”고 평가했다. 반면 NYU 법대 마크 가이스트펠드(Mark Geistfeld)는 “월마트가 아마존처럼 적극 개입하지 않는 전략은 법적 책임을 줄이는 계산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9. 용어 해설

그레이 마켓: 제조사가 의도하지 않은 유통경로로 정품이 거래되는 시장.
와일드 웨스트: 규제·통제가 거의 없는 혼란스러운 상태를 비유하는 표현.


10. 결론 및 전망

월마트는 마켓플레이스 확대를 통해 전자상거래 매출 1,000억 달러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신뢰와 안전이 동반되지 않으면 오프라인에서 쌓아 온 브랜드 가치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검증 강화와 책임성 확보가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가를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