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러 차기 연준 의장설 부상에 달러 인덱스 반등, 관세·지표 변수 복합 작용

달러 인덱스(DXY)가 8일(현지시간) 0.23% 상승하며 1.5주 만의 저점을 회복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랜달 월러 연방준비제도(Fed) 이사가 차기 의장으로 지명될 수 있다는 백악관발(發) 보도에 주목하며 달러 매수 우위를 보였다.

2025년 8월 8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월러 이사는 지난 4월 “

연준의 독립성은 미국 경제가 원활히 기능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고 강조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무조건 동조하지 않을 인물”이라는 신호로 해석되며, 차기 의장 임명이 오히려 중앙은행의 신뢰도를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달러 인덱스 차트

고용지표 약세·채권 금리 상승의 상쇄 효과

같은 날 발표된 미국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2만6천 건으로 시장 전망치(22만2천 건)를 상회했다. 계속 실업수당 청구 역시 197만4천 건으로 3.7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 고용시장이 냉각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통상 이는 연준의 완화적 정책 기대를 키워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이날은 월러 의장설과 미 국채 수익률 상승이 이를 상쇄하며 달러 강세를 견인했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의 메리 데일리 총재는 전날 “노동시장이 둔화되고 있으며, 향후 몇 달 안에 금리 인하가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애틀랜타 연은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올해 25bp(0.25%포인트) 한 차례 인하가 전부가 될 것”이라며 견해 차이를 드러냈다.

연준 공백·관세 리스크 겹쳐 ‘정책 불확실성’ 확대

지난주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가 사임하면서 연준 이사회 의석이 비게 됐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다 완화적 성향의 인사를 지명해 파월 의장의 영향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전자제품·제약·대(對)인도 수입품 등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신설하겠다고 잇달아 발표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모든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평균 관세율이 15.2%로 상승해 2024년의 2.3% 대비 6배가 넘는 수준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유로/달러 차트

주요 통화 움직임 및 유럽·일본 경제지표

유로/달러 환율은 0.31% 하락하며 1.5주 고점에서 후퇴했다. 독일 6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1.9%로, 예상치(-0.5%)를 크게 밑돈 점이 악재로 작용했다. 다만 같은 달 수출(0.8%)·수입(4.2%)은 예상보다 견조해 유로 하방을 일부 제한했다.

엔/달러 환율은 0.09% 상승해 엔화가 소폭 약세를 보였다. 일본 내각부는 202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0.7%로 하향 조정하고, 소비자물가(CPI) 전망은 2.4%로 상향했다. 한편 6월 선행지수는 106.1로 예상(106.0)을 웃돌아 엔 약세 폭을 제한했다.

상품시장: 금·은 2주래 최고

12월물 선물은 온스당 20.30달러(0.59%) 올라 2주 최고가에 마감했다. 9월물 선물도 1.03% 상승했다. 중국 인민은행(PBOC)이 7월에도 6만 온스의 금을 추가 매입하며 9개월 연속 보유량을 늘린 점, 영국은행(BOE)의 25bp 기준금리 인하가 금리 하락 기대를 부추긴 점이 금값을 지지했다.

다만 달러 강세와 미·러 정상회담 추진 등 지정학적 긴장 완화는 안전자산 수요를 일부 둔화시켰다. 그럼에도 시장은 대규모 관세 정책이 글로벌 성장에 부정적이라는 우려 속에 금·은을 계속 매수하고 있다.


용어 해설

FOMC: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로, 연 8회 정례회의를 개최해 금리·유동성 등을 결정한다.
T-note(미 국채 10년물): 미국 재무부가 발행하는 10년 만기 국채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bp(베이시스포인트): 1bp는 0.01%p를 의미한다. 예컨대 25bp 인하는 0.25%p 금리 인하다.


기자 해설 • 전망

뉴욕 외환시장은 “월러 카드는 중앙은행 독립성을 강화할 호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관세 인상이 본격 경기 둔화를 유발할 경우, 연준은 결국 성장 방어를 위해 보다 공격적 완화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달러의 중장기 방향성에 불확실성을 남긴다.

또한 실업수당 청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고용지표 변동성이 커지는 9~10월에는 연준이 “데이터 의존적”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할 가능성이 높다. 달러 강세가 계속되더라도 연준의 선제 인하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상승 폭은 제한될 수 있다.

투자자들은 9월 16~17일 FOMC 회의에서 91%, 10월 28~29일 회의에서 64%의 25bp 인하 가능성이 가격에 반영돼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시장이 기대하는 속도보다 연준이 더 느리게 움직일 경우, 단기 금리·달러 급등과 위험자산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