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러 연준 의장설 부상에 달러 강세…지표 혼재 속 시장 불확실성 확대

[글로벌 외환·상품시장 집중 분석]

미국 달러 인덱스(DXY)가 7일(현지시간) 0.23% 상승하며 1주 반 만의 저점을 벗어나 반등했다.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 차기 의장으로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Waller) 현 Fed 이사를 지명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돌았고, 이에 따른 정책 독립성 기대가 달러를 지지했다.

2025년 8월 7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월러 이사는 지난 4월 “연준의 독립성은 미국 경제의 원활한 작동에 필수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어, 월러 체제에서는 정치적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는 안도 심리가 형성됐다. 이날 미 국채금리 상승도 달러 강세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장 초반 달러는 약세를 보였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22만6천 건으로 시장 예상치(22만2천 건)를 웃돌았고, 지속 실업수당 청구도 3년 9개월래 최고치인 197만4천 건으로 늘어나면서 고용시장 둔화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샌프란시스코 연은 메리 데일리 총재가 “향후 수개월 내 금리 인하가 적절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며 달러를 압박했다.


1. 주요 지표 및 정책 발언

미 2분기 비농업 생산성 전기 대비 2.4%↑(예상 2.0%↑)
2분기 단위노동비용 1.6%↑(예상 1.5%↑)
6월 소비자신용 73.71억 달러 증가(예상 75억 달러)
연방기금선물 시장, 9월 FOMC 25bp 인하 가능성 91% 반영

메리 데일리 총재 외에도 애틀랜타 연은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올해 25bp 인하 한 차례가 적절하다”며 관망적 입장을 보였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연준의 독립성 훼손지명 공백에 따른 정책 일관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주 Fed 이사 아드리아나 쿠글러의 사임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더 비둘기파 인사를 지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2. 트럼프발 ‘관세 폭탄’과 글로벌 파장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수입에 100%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내 생산 계획을 증명한 기업에 한해 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했다는 이유로 대(對)인도 관세를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했다. 앞서 그는 제약·전자제품·캐나다 수입품 등에도 관세를 확대했고, 중국·EU 등 미국과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에는 최소 15% 이상의 관세를 예고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러한 정책이 시행되면 평균 미국 관세율이 지난해 2.3%에서 15.2%로 치솟을 것으로 분석했다. 관세율 상승은 글로벌 교역 둔화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동시에 유발할 수 있어, 시장은 연준이 이를 상쇄하기 위해 얼마나 완화적일지를 주목하고 있다.


3. 유로·엔화 등 주요 통화 흐름

같은 날 유로/달러 환율은 0.31% 하락했다. 독일 6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1.9% 감소하며 11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트럼프발 관세가 유로존 성장을 제약할 것이라는 우려가 매도세를 부추겼다.

다만 독일 무역지표는 긍정적이었다. 6월 수출이 0.8% 증가(예상 0.4%↑), 수입은 4.2% 증가(예상 0.8%↑)하며 5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스왑시장에서는 9월 ECB 25bp 인하 확률을 12%로 낮게 책정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0.09% 상승(엔 약세)했다. 일본 내각부가 2025년 성장률 전망을 1.2%에서 0.7%로 하향하고, 소비자물가 전망을 2.0%→2.4%로 상향 조정한 가운데,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관세 리스크가 엔 캐리트레이드를 자극했다. 그러나 6월 선행지수(CI)가 106.1로 예상(106.0)을 상회하며 하락 폭은 제한됐다.


4. 귀금속 시장—완만한 달러 강세에도 금·은 동반 상승

Gold Futures

12월물 금 선물은 온스당 20.30달러(0.59%) 상승하며 2주 최고치를, 9월물 은 선물은 0.392달러(1.03%) 올라 1주 반 최고치를 각각 경신했다. 고용둔화 신호와 데일리 총재의 비둘기파 발언실질금리 하락 기대를 자극한 결과다.

여기에 중국 인민은행(PBOC)이 7월 6만 온스의 금을 추가 매입하며 9개월 연속 금 보유를 확대했다는 소식, 영국 중앙은행(BOE)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 점도 금 매수 심리를 지지했다. 다만 트럼프·푸틴 회담 추진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기대가 일부 안전자산 수요를 상쇄했다.


5. 용어·배경 설명*투자자 참고

달러 인덱스(DXY)는 달러를 6개 주요 통화(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대비한 가중 평균값으로, 달러 전반의 강·약세를 가늠하는 지표다.

연방기금선물(Fed Funds Futures)은 민간 금융기관이 연준 예치금(초과지준)을 다음 영업일까지 빌리고 빌려주는 연방기금 금리에 대한 선물계약으로, 향후 FOMC 정책금리 기대치를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단위노동비용(Unit Labor Cost)은 생산단위당 노동비용을 의미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늠하는 핵심 물가지표로 평가된다.


6.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참가자들은 월러가 의장으로 취임할 경우 “트럼프 정부와 일정 부분 보조를 맞추더라도 전면적인 정치화는 피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확대가 광범위한 물가상승 재료로 작용할 경우, 연준이 예상보다 더 공격적인 완화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관세 인상이 유로존·일본·신흥국 경기 둔화를 심화시킬 경우 달러 초강세가 재차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위험자산 변동성이 확대되고, 금·은 등 안전자산이 중장기적으로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9월 FOMC 이전까지는 고용·물가·무역전쟁 전개 양상에 따라 달러 방향성이 수시로 바뀔 개연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연준 인사 교체·관세정책·지표 서프라이즈 등 복합 변수를 면밀히 주시하며 포지션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