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가 8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반등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DXY)는 전일 대비 0.23% 오른 103.25를 기록해 1주 반 만의 저점을 만회했다.
2025년 8월 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인사가 차기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으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월러*현 Fed 이사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월러 이사가 4월 “연준 독립성은 미국 경제의 원활한 작동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발언이 재조명되면서, ‘예스맨’ 논란에 따른 정책 왜곡 우려가 완화됐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월러 이사가 의장에 오를 경우 통화정책의 일관성이 지켜질 것이란 기대가 퍼졌고, 동시에 10년물 미국 국채수익률이 상승해 달러 매수세에 힘을 보탰다.
반면 장 초반 달러는 약세로 출발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주간 실업수당 신규 청구건수가 22만2천 건 예상보다 많은 22만6천 건으로 집계돼 경기 둔화 신호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샌프란시스코 연은의 메리 데일리 총재가 “향후 수개월 안에 기준금리 인하가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기대를 자극하며 달러를 끌어내렸다.
연준의 신뢰도에도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지난주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가 사임함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다 비둘기적인 이사를 지명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고, 이는 제롬 파월 현 의장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으로 해석됐다.
미 노동시장 지표는 혼조를 보였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전주 대비 7천 건 증가한 22만6천 건으로 집계됐고, 계속수당 청구는 3년 9개월 만에 최고치인 197만4천 건으로 3만8천 건 늘어났다. 이는 구직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같은 날 발표된 2분기 비농업 생산성은 연율 2.4% 증가해 예상치(2.0%)를 상회했다. 반면 단위노동비용은 1.6% 상승해 예상을 0.1%p 웃돌았다. 6월 소비자 신용은 73억7,100만 달러 늘어나 전망치(75억 달러)를 소폭 밑돌았다.
메리 데일리 총재: “노동시장이 둔화했다. 추가적 둔화는 달갑지 않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수개월 내 통화정책을 조정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애틀랜타 연은의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올해 연준이 단 한 차례, 25bp(0.25%p) 인하에 그칠 것”이라며 물가 충격이 일시적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發 관세 폭탄
트럼프 전 대통령은 7일 반도체 수입에 100% 관세를 예고했다. 다만 미국 내 생산 계획을 제시하면 면제를 검토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전자제품 finished goods에도 별도 관세를 매기기로 했으며, 인도산 수입품 관세는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이유로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됐다. 이 밖에 캐나다, 제약 등 다수 품목에 대한 세율 인상 조치가 발표·시행되면서 미국 평균 관세율은 15.2%까지 치솟을 전망이다(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추산).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9월 16~17일 개최되는 FOMC 회의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91%, 10월 28~29일 회의에서 64%로 반영하고 있다.
유로·엔 동향
유로/달러는 0.31% 하락해 1.088달러를 기록했다. 독일 6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1.9% 감소하며 11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줄어든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반면 같은 달 독일 수출은 0.8% 늘고 수입은 4.2% 늘어 무역지표는 선방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위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간 회담이 임박했다는 관측은 유럽 경기 불안 심리를 일부 완화했다. 스왑 시장은 9월 11일 ECB 회의에서 25bp 인하 확률을 12%로 제한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0.09% 상승해 156.45엔을 기록했다. 일본 내각부가 202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1.2%에서 0.7%로 내렸고, 물가상승률은 2.0%에서 2.4%로 올린 것이 엔화 약세 요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6월 선행지수가 106.1로 1.3p 상승해 예상치(106.0)를 웃돌며 낙폭을 제한했다.
귀금속 시장
12월물 금 선물은 온스당 20.30달러(0.59%) 올라 2주 최고치, 9월물 은 선물은 0.392달러(1.03%) 오른 38.51달러로 1주 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고용지표 둔화와 데일리 총재의 비둘기 발언이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를 자극하며 귀금속 수요를 끌어올렸다.
중국 인민은행(PBOC)은 7월 6만 온스를 추가 매입하며 9개월 연속 금 보유를 늘렸다. 영란은행(BOE)도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해 안전자산 매력을 부각했다.
다만 달러 강세와 지정학적 위험 완화는 상승 폭을 제한했다. 트럼프·푸틴 회담 기대가 우크라이나 리스크를 낮춘 점이 영향을 미쳤다.
용어 설명
달러지수(DXY)는 유로, 엔, 파운드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산출한 지수다. FOMC는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로 1년에 8차례 정례회의를 연다. 단위노동비용(Unit Labor Cost)은 생산 한 단위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노동비용을 뜻하며, 물가상승 압력을 가늠하는 지표다. 비둘기파(Dovish)는 금리 인하 등 완화적 정책을 선호하는 진영을, 매파(Hawkish)는 금리 인상 등 긴축정책을 선호하는 진영을 일컫는다.
전망 및 시사점
전문가들은 월러 이사가 차기 의장으로 낙점될 경우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유지돼 달러 자산에 대한 신뢰가 강화될 것이라고 본다. 반면 관세 확대가 글로벌 교역 둔화를 심화시킬 경우, 유로존과 일본 등 교역 의존도가 높은 경제권에 부정적 충격이 불가피해 원화 등 위험통화에도 파급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국내 투자자라면 달러 강세와 금 수요가 동시에 부각되는 ‘강달러·금(金) 동시 랠리’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분산투자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