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의 절반가량이 ‘손에 쥐는 즉시 사라지는 월급’(paycheck-to-paycheck) 생활을 하고 있다는 통계가 반복해서 발표되는 가운데, 재정 전문가 수전 오먼(Suze Orman)이 “팍팍한 가계에서도 즉시 적용할 수 있는 5가지 절약 전략“을 공개했다.
2025년 9월 1일, 나스닥닷컴(Nasdaq.com)의 보도에 따르면 오먼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저축을 못 한다는 말은 ‘습관’의 문제이지 ‘소득’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스로를 우선순위에 두는 결단이야말로 경제적 자립의 첫걸음”이라고 덧붙였다.
① “Can’t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지워라”
오먼은 “취소선 저축은 불가능하다라는 표현을 머릿속에서 지우라”고 주문한다. 매달 자동이체되는 10달러, 배달 음료 한 잔, 점심값 등 작은 지출이야말로 은퇴계좌로 흘러들어갈 숨은 돈(hidden money)이라는 설명이다.
② “자신을 지출 구조의 최우선으로 두라”
오먼은 오프라닷컴(Oprah.com) 기고문에서 공과금 10% 절감을 첫 번째 과제로 제시했다. 전기료·수도료만 줄여도 매달 수십 달러가 ‘새는 돈’을 막는 댐이 된다는 뜻이다. 신용카드 명세서를 한 줄 한 줄 분석하다 보면, 자동 결제된 스트리밍 서비스나 중복 구독료처럼 비슷한 항목이 발견되기 마련이다.
“신용카드 명세서는 재무 MRI다. 어디에서 돈이 새는지 보여주는 정밀 촬영 결과와 같다.” — 수전 오먼
③ “저축 자동화로 개입 여지를 없애라”
오먼은 “급여가 통장에 들어오기 전에 일정액을 자동 이체로 분리하면, 돈이 ‘눈앞에 없다’는 이유로 손대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 달 50달러라도 1년이면 600달러, 10년이면 원금만 6,000달러가 쌓인다. 특히 미국의 로스 IRA(Roth IRA)처럼 세후(稅後) 수익이 비과세인 계좌에 넣으면 복리 효과가 극대화된다.
※ 참고 | Roth IRA란?
Roth IRA는 불입 시점에 세금을 내고 55 세 이후 인출 때 과세되지 않는 미국의 개인연금 계좌다. 한국의 개인형 퇴직연금(IRP)·연금저축계좌와 과세 구조가 다르므로, 국내 투자자는 ‘세후 수익 비과세’라는 개념만 참고하면 된다.
④ “원츠(wants)와 니즈(needs)를 구분하라”
구매 직전 스스로에게 던질 질문은 단 하나다. “이것은 필요인가, 욕구인가?” 의약품·식료품은 필요, 새 휴대전화 케이스는 욕구다. 오먼은 “‘무심코 사는’ 욕구 품목이 줄어드는 순간, 통장이 숨통을 튼다”고 강조한다.
⑤ “8~12개월치 예비비를 만들어라”
대부분의 가계는 3개월치 비상자금도 버겁다. 그러나 오먼은 8~12개월 생활비를 목표로 잡으라고 말한다. 주 20달러만 떼어놓아도 1년이면 1,040달러, 5년이면 5,200달러다.
“자신의 필요 범위 안에서, 그러나 소득 이하로 살아야 한다.” — 수전 오먼
● ‘월급날’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천 로드맵
① 고정비 10% 삭감 ▶ ② 자동이체로 ‘선(先)저축·후(後)소비’ ▶ ③ 원츠·니즈 즉시 판단 ▶ ④ 비상자금 1년치 확보. 오먼은 “6자리 연봉이 아니어도 체계만 세우면 얼마든지 저축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해당 조언은 미국 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국내 가계도 공과금 절감·자동 저축·필수·비필수 구분 등 행동 경제학적 원칙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특히 비상자금 8~12개월분은 경기 침체·구직 공백·의료비 등 한국 가계가 직면할 리스크에도 유효한 안전판이 된다.
오먼이 제시한 다섯 가지 원칙은 모두 ‘작은 액션’을 전제로 한다. 즉, 소득 규모와 무관하게 실행 가능한 구체적 행동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원금을 불리는 첫 관문은 ‘금액’이 아닌 ‘습관’“이라면서, 생활비의 1%라도 꾸준히 모으면 복리(pairing of compounding)가 시간의 레버리지로 작동한다고 설명한다.
요컨대 ‘월급날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급여 규모 자체보다 소비와 저축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결과인 경우가 많다. 오먼의 조언은 ‘습관 검열’→‘지출 다이어트’→‘선제적 저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루프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편, CNBC·나스닥닷컴·오프라닷컴 등 미국 주요 경제·라이프스타일 매체는 ‘숨은 돈 찾기’ 캠페인을 통해 가계 경제의 주도권을 개인이 회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발신하고 있다. 이는 고용·금리·물가라는 거시 지표와 별개로, 개별 가계가 실천할 수 있는 마이크로 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방증이다.
기자 해설 | ‘paycheck-to-paycheck’란?
직역하면 ‘월급에서 월급까지’라는 뜻으로, 급여가 들어오면 즉시 필수지출에 소진되고 다음 급여일까지 여유 자금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국내에서도 ‘N포 세대’ ‘카드 돌려막기’ 등의 표현으로 유사한 현상이 논의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