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가 24일(현지시간) 발표될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앞두고 초긴장 모드에 들어갔다.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로 최근 거의 모든 공식 경제지표가 중단된 가운데, 이번 CPI가 사실상 ‘유일한 잣대’로 작동할 전망이다.
2025년 10월 23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지표가 시장 방향성을 결정할 마지막 단서”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MBC 니코 증권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 트로이 러드카(Troy Ludtka)는 “
이번 CPI는 ‘모든 보고서를 끝내는 보고서(the report to end all reports)’가 될 것
”이라고 평가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월가 컨센서스는 9월 CPI(전 항목 기준)가 전월 대비 0.4% 상승해 8월과 동일할 것으로 본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3.1%를 기록해 한 달 전보다 0.2%포인트 높아질 전망이다. 변동성이 큰 음식·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3.1%로 집계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올해 1월 이후 최대치다.

‘데이터 갈증’ 속 단 한 번의 기회
월가 전문가들은 “예상치와 단 0.1%포인트만 달라져도 시장 파급력이 평소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모건스탠리 IM의 비샬 칸두자(Vishal Khanduja) 채권본부장은 “연방정부 폐쇄로 필요한 수치들이 깜깜이가 됐다”며 “데이터 결핍에 따른 불확실성이 더해졌다”고 지적했다.
관전 포인트 ① 트럼프 관세의 물가 파급
시장 초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가 실제 물가를 끌어올렸는지 여부다. 골드만삭스는 통신·가구·레크리에이션 품목에서 관세 압력이 나타나 근원 CPI를 0.07%포인트가량 높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자동차 가격은 큰 변화가 없고, 항공 요금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관전 포인트 ② 연준의 10월 FOMC
이번 CPI는 29일 종료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전 공개되는 마지막 ‘빅 데이터’다. 시장은 연준이 0.25%p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80% 이상으로 본다. 바클레이스 프라이빗 뱅크의 줄리앙 라파르그(Julien Lafargue) 수석 전략가는 “예상을 웃도는 강한 수치가 나와야 금리 인하 전망이 흔들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증시ㆍ채권시장, 이미 ‘뛰는 심장’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일일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무역전쟁 우려 속에서도 3분기 기업실적은 양호했고, 애틀랜타 연준의 GDPNow 모델은 3분기 성장률이 4%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한다. 높은 기대감 탓에 물가 쇼크는 단기 ‘롱 스퀴즈’(주가 급락)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투자 전략: ‘쇼크는 기회’
하이타워 어드바이저스의 최고 투자전략가 스테퍼니 링크(Stephanie Link)는 “
예상보다 높은 CPI가 나오면 단기 변동성이 커지겠지만, 이는 오히려 매수 기회로 본다
”고 말했다. 그는 “경기 펀더멘털이 견조하고, 연준이 완화 사이클을 시작했으며, 기업 이익(EPS)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하는 데다 4분기는 계절적으로 가장 강한 분기”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 CPI(Consumer Price Index):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한 지표다. 인플레이션 수준을 판단하는 대표 지표로 연준 통화정책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 근원 CPI: 음식·에너지처럼 가격 변동이 큰 품목을 제외해 기초물가 흐름을 파악하는 데 사용된다.
- FOMC: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다. 금리 인상·인하 여부를 표결로 결정한다.
- 롱 스퀴즈(Long Squeeze): 매수(롱) 포지션이 갑작스러운 가격 하락으로 청산 압박을 받아 손실이 확대되는 현상이다.
기자 분석
정부 셧다운이 장기화하면서 “데이터 공백(data vacuum)”이 금융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번 CPI는 단순한 물가 지표를 넘어 금리·주식·채권·외환시장의 연결 고리를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사실상 경제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시그널이 확인될 경우 ‘리스크 온’ 장세가 재개될 여지가 크다. 반면 물가 서프라이즈가 나와 연준의 인하 경로가 꼬이면, 글로벌 자산 가격은 대대적인 변동성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숫자 자체’보다 숫자가 갖는 정책·심리적 파급력에 집중된다. 투자자라면 이번 CPI 발표 시각(동부시간 24일 08:30) 전후로 포트폴리오의 가격 민감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