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증권사들, 고착된 인플레이션에 9월 영란은행 금리 인하 전망 철회

[런던] 영국 인플레이션이 예상 밖으로 고착화되고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월가 주요 증권사들이 9월 영란은행(BoE)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잇달아 철회했다.

2025년 7월 1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 리서치,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대형 투자은행(IB)이 앞서 제시했던 9월 금리 인하 전망을 일제히 거둬들였다.

영국 통계청(ONS)이 1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연 3.6%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3.4%에서 상승한 수치이자 지난 1년 3개월 만의 최고치다. 로이터가 실시한 경제학자 설문조사에서는 3.4%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실제 결과는 이를 상회하며 ‘예상 밖의 인플레이션 끈적임(sticky inflation)’을 확인시켰다.

노동시장도 완전히 식지 않은 모습이다. 5월 임금 상승률은 둔화했고 고용자 수가 추가로 감소했으나, 일부 정책결정자들을 긴장시켰던 전월 수치만큼 급격한 냉각은 아니었다. ONS 자료는 노동시장 둔화가 생각보다 완만했음을 시사하며, 중기적인 임금‧물가 악순환 우려를 남겼다.


IB들의 시각 변화

BoA는 "데이터가 충분히 약화되지 않아 영란은행이 금리 인하 속도를 높일 이유가 없다"며 9월 인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제외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BoE의 향후 정책 경로는 여전히 신중하고 데이터에 의존적(data-dependent)"이라며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BoA모건스탠리는 8월과 11월 두 차례, 각각 25bp(1bp=0.01%p)씩 정책금리를 내리고 연말 기준금리를 3.75%로 예상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11월부터 2026년 3월까지 25bp씩 연속 인하해 최종적으로 3.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8월‧11월‧12월 세 차례 인하 시나리오를 유지했다.

현재 영국 정책금리(Bank Rate)는 4.25%다. LSEG(런던증권거래소그룹) 집계 파생상품 가격에 따르면, 시장은 연말까지 총 48.6bp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으며, 8월 25bp 인하 확률을 77.3%로 본다.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회(MPC)의 차기 회의는 8월 7일로 예정돼 있다.


용어 해설

1 Basis Point(bp)는 금리나 수익률 변동을 0.01%포인트 단위로 표현하는 금융업계 표준 단위다. 예컨대 25bp 인하는 0.25%포인트 하락을 의미한다.
2 BoE(Bank of England)는 영국 중앙은행으로, 통화정책 결정 및 금융안정 담당 기관이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6월 CPI 서프라이즈가 단기적으로 금리 인하 시점을 후퇴시켰다”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인플레이션 경로가 안정세로 돌아설 경우 BoE가 내년 중반 이후 보다 공격적인 완화 기조로 전환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고 진단한다. 영국의 실질 임금 상승세가 둔화 조짐을 보이는 점, 재정정책 긴축이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이 중장기 디스인플레이션 요인으로 거론된다.

다만 에너지 가격과 서비스 부문 임금이 예상보다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고금리 장기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데이터를 따라가는 전략(data-follow strategy)’을 유지하며 변동성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금리 선물 시장의 1주일 변동성(7-day implied volatility)은 CPI 발표 직후 11%포인트 급등했다가 반납하는 등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히 고조돼 있음을 보여준다. 외환시장에서도 파운드화 강세가 이어지며, 달러/파운드 환율은 1.31달러 내외에서 등락 중이다.


향후 체크 포인트

① 7월 말 발표 예정인 2분기 GDP 속보치
② 8월 7일 BoE 통화정책회의 결과
③ 8월 14일 발표 예정인 7월 CPI

이들 지표와 회의 결과가 8월 금리 인하 여부 및 연말 정책금리 수준을 가늠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