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Reuters] 투자자들이 다음 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연례 정책 심포지엄을 주목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행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을 통해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가늠하며,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갈 수 있을지를 판단하려 한다.
2025년 8월 1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올해 잭슨홀 회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엇갈린 신호를 보낸 한 주 뒤에 열린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대규모 수입 관세 속에서 미국 경제가 얼마나 탄탄한지에 대한 의문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행사 하이라이트는 23일(현지시간) 금요일 파월 의장의 연설이다. 이번 주는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많지 않아 그의 메시지에 시장의 관심이 더욱 쏠린다.
지난주 일련의 경제지표는 미국 소비자들의 회복력과 견고한 고용시장을 확인시켰다. 그럼에도 일부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이 잭슨홀에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기조를 드러내며, 시장이 기대하는 가을 금리 인하 전망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문제라는 지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메시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는 언제든 강경한 메시지를 들고나올 수 있다.” – 스티븐 소스닉, 아이비케이알(IBKR) 수석 시장전략가
연방기금선물 시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올해 최소 두 차례, 회당 0.25%포인트씩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여전히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첫 번째 인하 시점으로는 9월 중순 회의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금리 민감주가 최근 랠리를 주도했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앤드루 슬리몬 매니징 디렉터는 “주택건설업체·순환주·산업재·소재주가 수혜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파이낸셜 데이터 기준, 펄티그룹, 레너, D.R.호튼 등 대표 주택건설사 주가는 지난주 중반 이후 4.2%~8.8%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S&P500 지수가 1% 오르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1개월 수익률로 범위를 넓히면 해당 종목군은 15%~22% 급등해 3.3% 오른 S&P500을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향후 성과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의 지속적 하락에 달려 있다. 최근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반등하며 모기지 금리 하락세가 꺾일 조짐을 보이는 점은 변수다. 슬리몬은 “주택건설주 랠리는 연준의 금리 인하를 전제로 한 만큼, 잭슨홀에서 반대 신호가 나오면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 안정을 위해 파월 의장은 이른바 ‘골디락스 시나리오’ — 과열도 침체도 아닌 적정 성장 — 를 강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제니스 헨더슨의 애쉬윈 알랑카 글로벌 자산배분 책임자는 “연준이 과도한 경기부양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오히려 시장이 놀랄 것”이라고 지적했다.
SENTIMENT SHIFT?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이미 투심 변화를 감지했다. 맥쿼리 그룹의 세계 외환·금리 전략가 티에리 위즈만은 “전날까지 ‘메가(대폭) 금리 인하’ 기대가 팽배했지만, 이제는 9월 완화적(도비시) 인하 전망이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됐다”고 밝혔다.
파월 발언의 중요성은 또 다른 요인에서도 커졌다. 최근 증시는 고점권에 머무르고, 변동성지수(VIX)는 연중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여기에 2분기 실적 시즌이 마무리되면서 투자자들을 안내할 만한 재료가 ‘늦여름 공백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뉴버거버먼의 제프 블라젝 공동 최고투자책임자는 “이번 달 달력은 점점 더 비어간다“며 재료 부족을 우려했다.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최근 시장의 들뜬 분위기다. 4월 관세 충격으로 급락했던 기억은 점차 희미해졌고, 악재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스닉은 “심포지엄 전 투자자들이 안도감에 빠질수록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커진다”고 경고했다.
잭슨홀 심포지엄이란?
잭슨홀 심포지엄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1978년부터 주최해 온 국제 경제 정책 콘퍼런스다. 매년 8월 말 와이오밍주 리조트 지역인 잭슨홀에서 열리며,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경제학자·재무장관·금융시장 인사들이 참석한다. 2010년 벤 버냉키 의장이 2차 양적완화(QE2)를 시사했던 것처럼, 역사적으로 중대한 정책 신호가 발신된 자리로 평가받는다.
올해 시장이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연준이 기준금리 방향성을 둘러싸고 ‘연착륙’과 ‘재가속’ 시나리오 사이에서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압력과 완화 기대가 교차하는 복잡한 국면에서, 파월 의장이 어떤 균형점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9월 FOMC의 선제적 대응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
주요 용어 해설
• 도비시(Dovish) : 통화완화를 선호하는 정책 기조. 금리 인하 또는 자산매입 확대를 지지한다.
• 호키시(Hawkish) : 물가 안정(인플레이션 억제)을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기조.
• VIX : S&P500 지수 옵션 가격을 토대로 산출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로 ‘공포지수’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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