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에서 20일(현지시간) 발표된 최신 애널리스트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에너지·소비재를 망라한 주요 기업들에 대한 투자의견 상향·하향 조정이 대거 이뤄졌다. 각 증권사는 거시경제 전망, 업황 변화, 기업별 성장 동력 등을 근거로 목표주가(Price Target)와 비중 의견을 조정하고 있다.
2025년 8월 2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JPMorgan·Bank of America·Citi·UBS·HSBC·KeyBanc·Piper Sandler·Evercore ISI·William Blair 등 다수의 글로벌 투자은행이 하루 동안만 20여 종목에 대해 신규 리포트를 내놓았다. 상향 조정이 11건, 하향 조정이 6건, 신규 커버리지가 3건으로 집계돼 전반적으로 긍정적 톤이 우세했다.
애널리스트 보고서에서 자주 등장하는 ‘Overweight(비중 확대)’, ‘Neutral(중립)’, ‘Buy(매수)’ 등은 기관마다 등급 체계가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시장 평균 대비 기대수익률이 높을수록 ‘Overweight’ 또는 ‘Buy’가, 반대로 낮을수록 ‘Underweight’ 또는 ‘Sell’이 부여된다. 목표주가(PT)는 기업가치와 수급 전망을 감안한 12개월 예상 적정주가를 의미한다.
기술주(Tech) 섹터
KeyBanc는 반도체 설계사 엔비디아(Nvidia)의 목표주가를 190달러에서 215달러로 13% 상향하고 ‘Overweight’를 유지했다. 보고서는 “7월 결산 2분기 실적이 강하게 나올 것이며, 10월 결산 3분기 가이던스는 중국 라이선스 불확실성 때문에 컨센서스보다 소폭 낮게 제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iti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에 대해 ‘Buy’ 의견을 재확인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와 DRAM 가격 강세를 이유로 “총이익률이 50%를 돌파해 2021년 사이클 고점(47.4%)을 넘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Bank of America는 데이터 클라우드 플랫폼 스노플레이크(Snowflake)를 ‘Neutral’에서 ‘Buy’로 상향 조정했다. BofA는 “8월 27일 예정된 2분기 실적이 단기 촉매가 될 것”이라며, ‘AI 기반 소프트웨어 총 주소가능시장(TAM)’을 1,550억 달러로 산정하고 장기 성장성을 높이 평가했다.
Evercore ISI는 서버·스토리지 업체 휴렛패커드 엔터프라이즈(HPE)를 ‘전술적 아웃퍼폼(TO)’ 리스트에 편입하며, 9월 초 발표될 실적이 시장 기대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재·리테일(Consumer/Retail) 섹터
JPMorgan은 핀테크 대출 플랫폼 업스타트(Upstart)를 ‘Neutral’에서 ‘Overweight’로 상향했다. 보고서는 “개인대출 시장에서 업스타트가 가장 매력적인 위험 대비 보상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시즌드(seasoned) 핀테크’란 각종 신용 사이클을 이미 경험해 리스크 관리 체계가 성숙한 기업을 지칭한다.
Piper Sandler는 코코넛워터 제조사 비타 코코(Vita Coco, 티커 COCO)를 ‘Neutral’에서 ‘Overweight’로 올렸다. 최근 관세 이슈로 주가가 조정받았지만 “제품 가격 인상과 공급 다변화로 관세 부담을 흡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Citi는 어반 아웃피터스(Urban Outfitters)와 갭(Gap)을 각각 ‘Buy’에서 ‘Neutral’로 내렸다. Citi는 어반 아웃피터스에 대해 “주가가 11월 이후 86% 급등해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러워졌다”고 밝히며, 갭에는 “현 매크로와 관세 환경에서 위험·보상이 균형적”이라고 평가했다.
JPMorgan은 크로거(Kroger)를 ‘Overweight’에서 ‘Neutral’로 낮췄다. 보고서는 “순이익 정체와 인터림 CEO(임시 최고경영자) 체제, 전자상거래 사업 재검토로 전략적 방향성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통신·에너지(Telecom & Energy) 섹터
Bank of America는 AT&T를 ‘US 1 List(최우선 추천 종목 리스트)’에 포함시키며 최상위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이는 글로벌 기관투자자 대상 하우스뷰에서 ‘Buy’보다 한 단계 높은 의미를 갖는다.
UBS는 국제오일메이저 셰브런(Chevron)에 대해 ‘Buy’를 재차 강조하며 “헤스(Hess) 인수 작업이 순풍을 타고 11월 12일 애널리스트 데이까지 긍정적 모멘텀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UBS는 또한 천연가스·액체연료 업체 안테로 리소시스(Antero Resources)를 ‘Neutral’에서 ‘Buy’로 상향, “재무적 전환점(financial inflection)을 지나고 있다”고 평했다.
산업·기타(Industrial & Others) 섹터
HSBC는 굿이어 타이어(Goodyear Tire)를 ‘Buy’에서 ‘Hold’로 강등했다.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판단이다.
Piper Sandler는 디자인 협업 도구 피그마(Figma)를 ‘Overweight’로 신규 커버리지하며 “글로벌 45만 고객사를 확보한 디지털 디자인 플랫폼의 ‘디스럽터(파괴적 혁신가)’”라고 설명했다.
Citi는 로퍼 테크놀로지스(Roper Technologies)를 ‘Buy’로 신규 편입, “20여 년간 산업재 conglomerate에서 버티컬 소프트웨어 리더로 탈바꿈했다”고 진단했다.
Bank of America는 차량 렌털 업체 에이비스 버짓(Avis Budget, 티커 CAR)을 ‘Buy’에서 ‘Underperform’으로 두 단계 하향하며 “렌털 시장의 구조적 압력이 주가 대비 실적을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Bank of America는 심장 모니터링 장치사 아이리듬(iRhythm)을 ‘Buy’로 신규 커버리지, “제품 다각화에 따른 밸류에이션 멀티플(주가배수) 확장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William Blair는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에 대한 ‘Outperform(시장수익률 상회)’ 의견을 유지하며 “
가장 완성도 높은 ‘순수 암호화폐 플레이어’
로 규정했다.
전문 용어 해설
① HBM(High Bandwidth Memory): 초고속·고용량 데이터처리를 위해 여러 장의 메모리 칩을 적층(스택)해 대역폭을 크게 높인 차세대 반도체 메모리.
② Vertical Software: 특정 산업군(예: 의료, 건설, 교육 등)에 특화된 소프트웨어로, 범용(horizontal) 소프트웨어 대비 고객 맞춤형 기능이 특징.
③ Financial Inflection Point: 기업 실적이 손익분기점을 넘어 급격한 성장세로 전환되는 지점을 의미.
이처럼 다수의 글로벌 브로커리지 하우스가 실적 시즌을 앞두고 투자의견을 속속 조정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개별 종목의 펀더멘털뿐 아니라 거시경제·규제 변수·관세 정책 등 외부 요인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증시 변동성이 높아질 때일수록 애널리스트 리포트가 제공하는 정보 가치는 더욱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