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머니마켓펀드가 ‘블록체인 통화’가 되는 날
2025년 7월 23일,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뉴욕멜런(BNY멜런)이 발표한 7.1조 달러 규모 머니마켓 시장 토큰화 프로젝트는 월가에 일대 충격을 던졌다. “단기 안전자산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명징한 한 줄이 파이낸셜 인프라 구조·유동성 경로·통화정책 전파를 동시에 뒤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시장이 뒤늦게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 기존 머니마켓펀드 구조와 한계
1) 결제 효율성의 낙후
현재 MMF 지분은 DTC·NSCC 등 전통 청산소를 거쳐 T+1, T+2 일정으로 교환된다. 유동성 위기 국면에서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을 보유하고도 현금화가 지연되는” 이중고에 직면한다. 2020년 3월 코로나 쇼크 당시 MMF ‘닷콜(call)’ 금리가 급등해 연준이 PDCF·MMFLF를 동시 가동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2) 투명성 한계
MMF는 15일·30일 단위 포트폴리오 공시만 의무화돼 즉시성 데이터가 부재하다. 기관 트레이더는 라스트 룩(last look) 가격을 받아 체결해야 했고, 이는 거래비용 상승으로 직결됐다.
2. 토큰화(Tokenization) 모델: 골드만삭스·BNY의 파일럿 구조
① 사설 허가형 블록체인
골드만의 GS DAP, BNY의 Onyx Network는 컨소시엄 허가형으로 설계됐으며, 참여 기관만 노드(validator)가 된다. 퍼블릭 체인은 확장성·규제 리스크가 커 장기 인프라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② 실시간 교환·청산·결제(Atomic DvP)
단계 | 전통 MMF | 토큰화 MMF |
---|---|---|
거래(Execution) | 전화·블룸버그 채팅 | API·스마트컨트랙트 |
청산(Clearing) | NSCC T+1 | 체인 내 상호검증 실시간 |
결제(Settlement) | 페이널리티 T+2 | DvP 즉시 |
③ 규제 샌드박스 & Fed 마스터계좌
BNY는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 대신 FDIC 보증 예치 + 토큰화 증권 구조를 택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우회하면서도, Fed 마스터계좌 접근성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3. 장기 파급효과: 3년, 5년, 10년 로드맵
가. 3년 내(2025~2027)
- 유동성 스프레드 축소: MMF ↔︎ T-Bill 간 금리 차 5~7bp 축소 전망. 원인은 역외 달러(Eurodollar) 회수·온체인 유동성 풀이 확대되기 때문.
- 기관 ‘3자 레포’ 대체: 스테이트스트리트·제이피모건이 자체 토큰화 레포 파일럿에 착수, 담보토큰(UST, MBS) ↔︎ 현금토큰 교환 비중 5% 예상.
나. 5년 내(2028~2030)
- 투자자 범위 확대: FOIA·40 Act 개정으로 공모펀드도 토큰화 클래스 허용. 리테일 브로커리지 계좌에서 “MMF-T” 상품 클릭 한 번으로 구매.
- 통화정책 전파 경로 재편: 연준의 IOER‧RRP 금리가 스마트컨트랙트 오라클로 실시간 반영. “온체인 국채 유통속도”를 반영한 새로운 금융환경안정지수(FSI-Onchain) 도입.
다. 10년 내(2031~)
- CBDC(디지털달러) 대체 현실화: 재무부·연준이 CBDC 지급결제 네트워크를 직접 구축할 필요성이 낮아질 가능성. 민간 토큰화 MMF가 사실상 이자지급형 스테이블 달러 역할을 수행.
- 글로벌 달러 패권 강화: 역외 기관·국부펀드가 달러 MMF 토큰을 24/365 교환 가능 → 신흥국 통화 스왑라인 의존도 감소, 달러 채권 수요 견조.
4. 리스크 분석: 장밋빛만은 아니다
① 사이버·스마트컨트랙트 리스크
허가형이라도 내부 키 관리·코드 취약점으로 재무부 단기증권 담보 토큰이 도난될 수 있다. 솔라나·폴리네트워크 해킹이 선례다. FIPS-140-3 HSM 도입 및 지속적 버그바운티가 필수다.
② 규제 중복
SEC 2a-7 Rule vs. 스테이블코인 법안(2025 GENIUS Act) 적용 범위가 겹칠 경우 이중 감독으로 비용 증가 가능.
③ 레거시 시스템 저항
청산소·코어뱅킹 사업자가 수수료 수익 감소를 우려, 표준화 지체·상호운용성 저해 로비에 나설 수 있다.
5. 투자 전략: 4대 관전지표
- 온체인 AUM 속도: GS·BNY 파일럿이 첫 12개월 내 100억 달러를 넘기면 ‘S-커브’ 진입 신호.
- Reg-Tech 투자 흐름: 큐알엠(Quantile), 파이어블록스(Fireblocks) 등 디지털 자산 보관·리스크엔진 스타트업 밸류에이션 추이.
- Fed 마스터계좌 승인 여부: 토큰화 MMF 발행 SPV가 리저브 보유 자격을 얻는지 관찰.
- MMF 스프레드·ON RRP 잔액: 2026년 RRP 잔액이 5000억 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토큰화가 현금 대체를 시작했다는 방증.
6. 결론: ‘달러 2.0’ 시대의 서막
토큰화 머니마켓펀드는 단순히 “펀드 지분을 체인에 올린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① 결제 속도 제로화, ② 신용 스프레드 축소, ③ 중앙은행 디지털화의 민간 주도, ④ 달러 패권의 디지털 심화라는 네 갈래의 장기 파급효과를 동시다발적으로 일으킨다. 투자자는 이제 MMF를 ‘단기 채권 펀드’가 아닌 ‘이자지급형 디지털 현금’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기관투자가가 퍼블릭 블록체인에 자산을 올릴 리 없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금 월가는 허가형 체인을 통해 포스트-DTC 시대를 실험 중이다. 분산원장–은행결제–중앙은행 유동화 기제가 하나의 ‘온체인 머니 마켓’으로 통합되는 순간, 미국 금융은 국채·달러·MMF가 하나의 토큰군으로 호환되는 달러 2.0 시대로 진입한다.
결국 이번 파일럿은 골드만삭스와 BNY만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모든 자산이 디지털 네이티브 표준으로 재정렬되는 ‘컨베이어 벨트’의 첫 단추다. 길게는 10년, 짧게는 3년 안에 투자자의 현금 관리·레버리지 구조·리스크 관리 매뉴얼이 완전히 바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