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관세 충격 속에서도 상승 동력 유지

월가, 관세 충격 진정 속에 랠리 지속

뉴욕 증권거래소

미국 증시는 6일(현지시간) 관세 리스크재정 불안에도 불구하고 기업 실적 호조와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기대가 맞물리며 크게 올랐다. 특히 나스닥지수가 1.2% 상승하며 주요 지수 가운데 가장 돋보였다.

2025년 8월 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투자자들은 오픈AI가 기업가치를 5,000억 달러로 평가받을 수 있는 추가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 애플이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제조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는 소식에 주목했다. 이 같은 호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산 상품에 대한 관세율을 50%로 확대하고 브라질과의 외교 마찰이 심화되는 등 무역 전선이 한층 거세진 상황에서도 위험자산 선호를 끌어올렸다.

주요 지표 및 시장 변동

FX : 달러 인덱스 0.5% 하락(4거래일 연속 약세) — 브라질 헤알 0.8% 상승, 달러당 5.45헤알로 한 달 만의 최고치.
주식 : 나스닥 1.2%↑, S&P500 소비자 임의소비 섹터 2.4%↑ — 애플 5%↑, 슈퍼마이크로컴퓨터 18%↓.
채권 : 10년물 국채 금리 장중 5bp 상승 — 420억 달러 규모의 입찰 수요 부진.
원자재 : 국제유가 5거래일 연속 하락 —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러시아 추가 제재 가능성을 언급.


글로벌 증시와 대비되는 월가의 ‘탄력’

아시아·유럽·이머징 증시는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부과 움직임이 투자심리를 짓눌러 보합권에 머물렀다. 중국만이 미·중 간 협상 타결 기대에 힘입어 상하이 블루칩 지수가 3년 6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월가는 실적과 기술주 랠리를 재료로 독자적 상승세를 이어갔다. S&P500 소비자 임의소비 지수는 2.4% 올라 5월 이후 최대폭 상승했다. 이는 4월 2일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발표 충격으로 급락했던 흐름과 대조적이다.


재정 리스크 신호: 미 국채 입찰 부진

채권시장은 미국 재정 건전성을 둘러싼 우려를 드러냈다. 420억 달러 규모의 10년물 국채 입찰은 1년 만에 가장 저조한 수요를 기록했으며, 전일 3년물 580억 달러 입찰 역시 기대에 못 미쳤다. 7일 예정된 300억 달러 규모의 30년물 입찰 결과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터미엄(term premium)’—장기 금리에 포함되는 위험 보상분—은 10여 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는 투자자들이 장기 재정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경제 정책 정통성에 도전장 던진 관세

트럼프 행정부가 1980년대 이후 글로벌 경제 질서를 지탱해 온 ‘워싱턴 컨센서스’를 거침없이 뒤흔들고 있다. 관세, ‘아메리카 퍼스트’ 고립주의, 독립적 경제 기관의 정치화 등은 자유무역·시장개방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관세 그래프

예일대 버짓랩(Budget Lab)은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이 18% 수준으로, 12월 대비 8배에 달한다고 추산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8%에 해당하는 세금 인상 효과로, 미국 역사상 손꼽히는 규모다.

전통적 경제학 교과서는 높은 세율이 소비·투자를 위축시켜 성장과 시장을 억누른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시점 월가와 글로벌 증시는 사상 최고치 부근을 유지하고 있으며, 고수익 회사채(하이일드) 스프레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좁혀져 있다.

용어풀이
워싱턴 컨센서스 : 1989년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미 재무부 등이 추진한 자유주의 정책 원칙.
터미엄 : 장기 국채 투자자가 요구하는 추가 위험 프리미엄.
토빈세(Tobin tax) : 단기 외환거래에 소액 세금을 부과해 투기적 자본 이동을 억제하려는 제안.


연준과 영란은행(BOE)의 통화 대응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와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앞으로 몇 달 안에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 통화완화 가능성을 높였다.

7일 발표 예정인 BOE 통화정책회의에서는 기준금리가 4.25%에서 4.0%로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 컨센서스다. 다만 영국 재정 전망 악화와 2% 목표의 두 배에 육박하는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내일의 체크리스트

• 호주 무역수지(6월) 발표
• 일본 실적 발표 : 소프트뱅크·소니·도요타
• 중국 무역·외환보유액 통계(6월)
• BOE 금리 결정
• 독일 무역·공업생산(6월)
• 미국 주간 실업수당 청구, 30년물 국채 입찰, 기업실적(일라이 릴리·코노코필립스·길리어드·모토로라 등)
•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연설


전문가 관전평

본지 취재진은 1980년대 이후 축적된 자유무역 패러다임이 구조적 변곡점에 진입했다고 진단한다. 관세는 ‘나쁜 세금’이라는 고전적 명제에도 불구하고, AI·빅테크 중심의 생산성 혁신이 이를 상쇄하며 주가를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성장 잠재력 훼손, 변동성 확대라는 ‘슬로 번(slow burn)’ 리스크가 누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들은 단기적 랠리에 편승하기보다, 국채 수급 불안과 터미엄 상승이 시사하는 구조적 위험을 점검해야 한다. 관세뿐 아니라 부유세·토빈세·자본 통제와 같은 ‘금기’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금융시장은 훨씬 복잡한 국면에 직면할 수 있다.

AI 관련 이미지

결국 미국 기술 산업의 성장 엔진확대되는 재정적자 사이의 힘겨루기가 향후 10년간 글로벌 자본 흐름과 자산가격을 규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