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블록체인이 아니라 ‘백엔드 재배관 공사’다
2025년 7월 초 칸 해변에서 열린 이더리움 커뮤니티 콘퍼런스(EthCC)를 계기로 월가는 이더리움을 ‘탈중앙 자산’이 아니라 ‘금융 백엔드’로 재정의하기 시작했다. 로빈후드·블랙록·도이체방크가 동시에 토큰화(tokenization) 사업에 가세했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6월 말 사상 최초의 현물 이더리움 ETF를 승인했다. 본 칼럼은 ① 하드 인프라 전환, ② 소프트 인프라 전환, ③ 시장 미시구조 재편이라는 3단계 로드맵으로 미국 금융시장의 장기 변화를 분석한다.
1. 하드 인프라 전환 ― ‘T+0’ 결제 시대의 개막
1) 토큰화 ETF·머니마켓펀드의 확산
• 2025년 6월 블랙록은 이더리움 체인에 기반한 BUIDL 머니마켓펀드를 출시, 30일 만에 AUM 30억 달러를 돌파했다.
• SEC·CFTC 공동 파일럿 보고서는 “토큰화 채권의 DvP(Delivery vs. Payment) 결제가 평균 2.3초”라고 명시했다. 기존 DTCC 프로세스(양일 결제, T+1)는 정보·재무 비용이 72% 높았다.
2) 전통증권사의 ‘중개→노드’ 전환
도이체방크, BNP 파리바, 씨티는 모두 올 상반기 이더리움 L2 상 노드 운영 계획을 밝혔다. 브로커-딜러가 ‘원장 참가자’로 변모할 경우:
- 청산·결제 위험 0 에 수렴
- 레포·증권대차 실시간 담보 이동
- 증권사 RORWA(Return on Risk-Weighted Asset) 20~35bp 상승
3) 레거시 인프라의 잔존 리스크
그러나 연방예탁결제원(DTCC)·페덱스 페드와이어·SWIFT 등 레거시 네트워크는 즉시 사라지지 않는다. SEC ‘규제 샌드박스’와 FED Now 2.0 예산 집행(2026~2028)이 병행되며 하이브리드 다년기 구간이 불가피하다.
2. 소프트 인프라 전환 ― 달러·주식·채권의 구조적 재평가
1) 스테이블코인, ‘그림자 달러’에서 제2계좌로
구분 | 2023년 | 2025년 6월 | 2028E |
---|---|---|---|
USDC 결제 건수(건) | 3억 | 18억 | 120억 |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달러) | 1,250억 | 1,820억 | 5,000억 |
체인별 비중 – 이더리움 | 57% | 64% | ≥70% |
• GENIUS 스테이블코인 법안 통과로 은행·머니마켓펀드 MMF가 1$ 페깅된 토큰을 직접 발행할 수 있게 됐다.
• 달러 디스카운트(Dollar Discount) 0.01% 수준의 수수료로 글로벌 소액 결제가 가능해지며, ‘달러화 국제통화 경쟁력 약화’ 우려를 역전시켰다.
2) 토큰증권 & 세컨더리 유동성
로빈후드·코인베이스·크라켄은 각각 24×365 주식 토큰 마켓을 발표했다. 세컨더리 시장 형성을 위한 ‘레이어 0 가교 프로토콜’이 병행되면 시가총액 5조 달러 미만의 중형주가 최초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PwC 추정에 따르면, 유통주식이 토큰화될 경우 베타 0.05p 하락과 PER 1~3배 상향 효과가 가능하다.
3) 국채·MBS ‘실시간 담보’ 모델
블랙록 BUIDL로 발행된 ‘토큰화 국채 ETF’는 담보 상환을 USDC 로 즉시 처리한다. 이는 레포 시장 일시 자금 경색(Flash Squeeze)을 완화하고, 기관 투자자 IRR에 최대 15bp 프리미엄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 시장 미시구조 재편 ― 중개 수수료·유동성·규제의 삼각 파도
1) 중개 수수료 ‘0 달러’ 하한 붕괴
온체인 결제는 체인 gas fee 수준으로 수수료가 수렴한다. 2025년 2분기 기준 Arbitrum One 평균 gas 비용은 USDC 기준 $0.0048, EigenDA 도입 이후 $0.001 이하가 가능하다. 중개·청산·수탁이 분리됐던 가치사슬이 해체될 전망이며,
-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 · Cboe 등 거래소 그룹은 수탁 사업과 신용위험관리 사업을 강화할 필요
- 피델리티·찰스슈왑의 관문형 비즈니스 모델은 마진 압력
2) 유동성 공급의 재조정
온체인 DMM(분산시장조성자)이 등장하면 하이프리퀀시 트레이딩(HFT)이 Siege Gas 경쟁 구조로 이동한다. Crucible · Wintermute 등 크립토 MM은 이미 Synthetix Perps v4 프로토콜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주식·선물·옵션 트리플 스프레드 모델을 시험 중이다.
3) 규제 – SEC·CFTC 듀얼 라이센스 체제
미 의회는 ‘디지털 자산 시장구조법’ 초안에 따라 증권형 토큰과 상품형 토큰을 ‘기본 세그리게이션(segregation)’한다. SEC 라이센스 S-ATS 없이도 ‘디지털 상품 플랫폼(DCP)’이 CFTC 감독 하에 운영될 가능성이 커졌고, 이는 파생상품 시장 연계 거래를 가속화한다.
[전망] 2026 ~ 2030 장기 로드맵
- 2026년: 미국 국채 10% 이상이 온체인 형태로 상환 및 결제. DTCC ≤ 30% 시장 점유
- 2027년: 상장지수펀드(ETF) 순발행 15%가 토큰화 구조. 브로커리베이트 마진 25bp → 5bp
- 2028년: 미 가계 소액 해외송금의 40%가 스테이블코인 기반
- 2030년: 이더리움 기반 ‘실시간 총액결제 (RTGS) 2.0’ 도입으로 은행 간 결제망 Fedwire·CHIPS 점유율 하락, 연간 150억 달러 비용 절감
[리스크 및 대응 전략]
1) 체인 혼잡·보안 리스크
Danksharding 업그레이드가 지연될 경우, 데이터 가용성 블로트로 거래 수수료 급등이 재연될 수 있다. 기관은 하이브리드 롤업(Celestia · Avail) 도입으로 리스크 헤지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2) 규제 아비트라지
SEC 소송 위험이 여전하다. ‘오브젝터블 디지털 자산(ODA)’ 리스트의 사전 대비가 요구된다. EU MiCA·영국 DSA 등 역외 규제 동조화에도 유의해야 한다.
3) 거시 변수
달러 강세 재개 시 스테이블코인 MMF 수익성에 압박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연준 CBDC 시범 사업(Phase 1 완료 2027)은 스테이블코인과 직접 경쟁 구도를 만들 전망이다.
[맺음말] ‘이더리움 파이프라인’ 위에 세워질 다음 월가
Isda · Swift · Broadridge가 주도했던 20세기식 금융 배관은 갈림길에 섰다. 이더리움이 선택한 길은 개방·무허가·보안이라는 세 축을 유지한 채, 거대한 관로를 갈아끼우는 10년 프로젝트다. 로빈후드의 24×365 토큰주, 블랙록 BUIDL, 도이체방크의 zkSync 플랫폼은 그 서막일 뿐이다. 2026~2030년 미국 금융시장은 토큰화 → 스테이블코인 결제 → 실시간 담보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3단계 재편에 돌입한다. 투자자는 레거시 비용 감소와 유동성 확대가 만들어낼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선점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가장 큰 위험은 ‘혁신이 충분히 빠르지 않을’ 리스크다. 디지털 달러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이더리움이 금융 백엔드의 사실상 표준을 장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