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리서치(Wolfe Research)가 ‘One Big Beautiful Bill(OBBB)’로 불리는 미국의 대규모 재정·세제 법안의 단·장기 경제 효과를 분석한 메모를 투자자들에게 배포했다.
2025년 8월 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울프리서치는 해당 법안이 2025~2026년에는 경기 부양 효과를 보이지만, 이후에는 GDP 성장률을 제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우리는 2025년과 2026년에 순 성장 기여도가 플러스를 기록한 뒤, 시간이 갈수록 마이너스 효과가 커질 것”이라며 법안 설계 자체가 전년 대비 지출 투입·감세를 앞당기고 지출 삭감(cuts)과 세수 확보는 뒤로 미루도록 설계됐다고 지적했다.
1. 구체적 수치: 단기 자극 vs. 관세 역풍
울프리서치 정책팀은 2025년 1,220억 달러, 2026년 2,770억 달러에 달하는 재정 자극 규모를 추정했다. 이는 각각 미국 GDP 대비 0.1%포인트, 0.4%포인트의 성장 기여도를 의미한다.
그러나 같은 기간 새로운 관세(tariff) 부과로 인한 ‘역풍’이 2025년엔 60bp(basis points, 1bp=0.01%p), 2026년엔 10bp의 성장률을 깎아내릴 것으로 제시됐다. 결과적으로 2025년 순 효과 -50bp, 2026년 +30bp가 예상된다.
“개인 소득세 감세 효과는 원천징수 표(Withholding Tables)가 조정되는 즉시 가시화될 것이며, 법안에 포함된 소급적용 법인세 인하도 분기별 세금 납부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 — 울프리서치
2. 장기 전망: 총 26bp 성장률 하락
울프리서치는 2034년까지 법안이 GDP에 26bp(0.26%p) 감소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백악관 산하 경제자문위원회(CEA)는 동일 기간 2.4%~2.7% 성장 기여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명백한 이례치(outlier)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회의적 견해를 밝혔다.
또한 법안이 기존 법 대비 3조4,000억 달러의 재정적자를 추가로 유발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동학적(dynamic) 추계—높은 금리·총생산 증가를 반영—를 통한 수치다. 다만 ‘현행 정책 대비’로는 적자 폭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 이유는 2017년 감세법(TCJA)의 만료 예정 조항을 연장하는 비용이 이미 시장에 ‘가격 반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3. 용어 & 제도 설명
Basis Point(bps)는 0.01%포인트를 뜻한다. 예컨대 성장률 60bp 하락은 0.60%포인트 감소를 의미한다.
Withholding Tables는 급여 원천징수 세율표다. 세법 개정 시 급여 명세서에 즉각 반영돼 가처분 소득이 변한다.
Front-loaded Stimulus는 법안 집행 초기에 재정을 대거 투입해 경제 활동을 자극하고, Pay-As-You-Go 방식의 지출 삭감·증세를 나중으로 미루는 방식을 말한다.
4. 기자 심층 분석
OBBB는 미국 내 정치 일정과 성장을 동시에 겨냥한 ‘투트랙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선·중간선거 주기를 고려할 때, 단기 성장 부양과 소비 여력을 확대해 유권자 체감 경기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장기 재정 건전성은 악화될 전망이다. 국채 발행 확대 → 금리 상승 압력 → 민간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구축 효과(crowding-out)’가 현실화될 경우, 보고서가 제시한 26bp 이상의 성장 둔화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관세 정책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국적 기업은 비용 증가를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거나 생산 기지를 제3국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이는 미국 내 물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으로 연결될 수 있다.
반면 CEA의 낙관적 시나리오는 생산성 향상과 혁신투자 촉진 효과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은 통상 기술 혁신·인적자본 투입·규제 완화 등 다수 요인에 의해 복합적으로 결정된다. 법안 단독으로 2%대 중후반의 성장 기여를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5. 시장·투자자 시사점
채권시장에서는 재정 지출 확대 → 국채 공급 증가 경로를 통해 10년물 금리 상방 압력이 예상된다. 투자자 입장에선 TIPS(물가연동국채)나 단기 만기 채권을 활용해 금리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내수 소비 재량 업종(리테일·레저)이 단기 수혜를 받을 수 있지만, 2026년 이후 세율 재조정·관세 확대가 본격화되면 마진 스퀴즈(margin squeeze)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달러화 강세 여부는 관세 정착과 성장 둔화 속도에 좌우될 전망이다. 무역수지 악화가 동반될 경우 달러화 강세는 제한될 수 있어, 글로벌 자산 포트폴리오의 지역별 비중 조정이 요구된다.
6. 결론
‘원 빅 뷰티풀 법안’은 단기 성장 촉진과 정치적 이익이라는 즉각적 성과를 제공하는 대신, 재정 건전성 훼손과 장기 성장 제약이라는 대가를 부과한다. 울프리서치는 이를 “명백한 성장 둔화의 씨앗”으로 규정하며, 투자자들에게 정책 타이밍과 리스크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촉구했다.
향후 미국 의회 예산국(CBO)과 연준(Fed)의 추가 추계가 공개될 예정이지만, 현 단계에서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단기 훈풍, 장기 역풍”이라는 요약으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