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텍사스중질유(WTI) 2월물은 0.37달러(0.64%) 상승 마감했으며, RBOB 2월물(휘발유)은 0.16달러(0.09%) 올랐다.
2025년 12월 23일, Barchart(나스닥닷컴 계열)의 보도에 따르면, 원유 가격은 베네수엘라와 우크라이나·러시아 관련 공급 리스크 우려로 월요일의 랠리를 화요일에도 이어갔다. 달러화 약세와 주식시장의 다소 강세도 추가적인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지난 금요일 Baker Hughes가 발표한 미국 가동 중인 유정 수가 4.25년 만의 저점까지 하락했다는 뉴스가 이어지며 미국 원유 생산 감소 우려가 가격에 반영됐다.
국제 지정학적 긴장과 선박 운송 차질은 최근 원유시장의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베네수엘라로 들어가거나 나오는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해 “완전하고 전반적인 봉쇄(total and complete blockade)”를 명령했으며, 미 해안경비대는 카리브해에서 제재 대상이 아닌 유조선 ‘Centuries’에 승선했고, 미군은 베네수엘라로 향하던 유조선 ‘Bella 1’을 추적했다.
우크라이나도 지난 금요일 지중해에서 러시아의 음성(그림자) 유조선을 드론으로 타격하면서 해상 유조선 운항 리스크를 현실화했다. 이와 함께 지난 3개월간 우크라이나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은 최소 28개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겨냥해 러시아의 원유 수출 능력을 제한했고, 11월 말 이후에는 발틱해에서 최소 6척의 유조선이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또한 미국과 EU의 신규 대러 제재는 러시아의 석유 기업·인프라·유조선에 대한 수출을 추가로 억제했다.
시장 흐름을 보여주는 데이터도 혼재된 신호를 보인다. Vortexa는 12월 19일로 끝난 주간에 7일 이상 정박 상태였던 유조선에 보관된 원유 잔량이 전주 대비 -7% 감소한 1억 713만 5천 배럴(107.15 million bbl)이라고 보고했다. 이는 해상에 장기 대기 중인 원유가 줄어들어 단기 수급 불안 요인을 완화했음을 시사한다.
한편, 국제기구와 산유국의 공급 정책은 향후 가격 방향성에 중요한 변수다. OPEC+는 11월 30일 Q1-2026(2026년 1분기) 중 생산 증가 계획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고, 11월 2일 회의에서 회원국들이 12월에 하루 137,000배럴을 증산하기로 발표한 뒤 2026년 1분기에는 증산을 멈추겠다고 밝혔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2026년 전 세계 원유 공급 초과가 일평균 400만 배럴의 기록적 잉여가 나타날 것으로 10월 중순에 예측한 바 있다.
OPEC는 2024년 초에 단행한 일평균 220만 배럴의 감산분을 모두 회복하려 하고 있으나 아직 회복해야 할 물량이 약 120만 배럴이 남아 있다. OPEC의 11월 원유 생산은 전월 대비 -10,000배럴 감소한 2,909만 배럴/일(29.09 million bpd)을 기록했다.
시장 수급 지표의 최신 값도 혼재되어 있다. 지난 수요일 발표된 EIA(미 에너지정보청) 보고서는 12월 12일 기준으로 (1) 미국 원유 재고가 계절적 5년 평균보다 -4.0% 낮고, (2) 휘발유 재고는 -0.4% 낮으며, (3) 중유·난방유 등 증류유 재고는 -5.7% 낮다고 밝혔다. 같은 보고서에서 미국의 주간 원유생산은 12월 12일로 끝난 주에 전주 대비 -0.1% 하락한 1,384.3만 배럴/일(13.843 million bpd)로 집계되어 11월 7일 주의 기록적 수준인 13.862 million bpd에 근접한 수치로 보고됐다.
Baker Hughes는 12월 26일로 끝난 주에 미국 내 가동 중인 유정 수가 +3대 증가해 409대로 집계되며, 직전 주(12월 19일) 기록한 4.25년 저점 406대에서 일부 회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2년 12월의 5.5년 최고치인 627대에서 지난 2년 반 동안 크게 감소한 추세를 반영한다.
전문가 분석 및 전망
현재 원유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유조선 봉쇄·공격)와 구조적 공급 증가(미국 생산, OPEC 증산 계획)이라는 상반된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봉쇄 조치, 카리브해 및 지중해·발틱해에서의 유조선 추적·공격 등 해상 운송 차질이 실제 공급 차단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어 가격상승 압력을 주고 있다. 반면 중기적으로는 OPEC+의 2026년 1분기 증산 유예, IEA의 대규모 공급 잉여 전망, EIA의 미국 생산 상향 조정(2025년 미국 원유생산 추정치를 1,359만→1,359만 bpd로 소폭 상향 조정한 점 포함)은 상방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따라서 향후 가격 방향은 다음 변수들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① 해상 운송의 안전 상황(유조선에 대한 추가 공격·봉쇄의 지속 여부), ② 미국의 실제 원유 생산 추세(가동 중 유정 수 변화), ③ OPEC+의 정책 이행 여부(감산 회복 속도), ④ 글로벌 수요 회복 속도. 만약 유조선 봉쇄·공격이 확대되어 실제 수출 차질이 장기화하면 단기적으로는 공급 우려가 즉각적으로 가격을 밀어 올릴 수 있다. 반대로 해상 리스크가 제어되고 미국 및 OPEC+의 생산이 계획대로 회복된다면 2026년 중반 이후 공급 과잉 신호가 강화되어 가격은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업계 참가자들은 단기적 지정학 리스크를 감안해 리스크 관리(헤지) 전략을 검토하고, 중장기적으로는 OPEC+와 미국 생산 지표, 그리고 IEA·EIA의 계절별 수급 전망을 주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해상 보안 이슈는 보험료·운임 상승으로 연결되어 실수요자의 구매 비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물류 비용 변화까지 모니터링해야 한다.
용어 설명
WTI(서부텍사스중질유)는 미국 텍사스산 원유의 지표 가격을 뜻하며, 국제 원유 시장에서 자주 인용된다. RBOB는 휘발유 선물 중 하나로 정제 후 휘발유의 도매 가격 변동을 반영한다. OPEC+는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 주요 산유국들이 포함된 협의체를 말한다. EIA는 미국 에너지정보청, IEA는 국제에너지기구, Baker Hughes는 전세계 유정 가동 현황을 집계하는 민간 조사기관이며, Vortexa는 해상 원유·제품 재고와 유조선 보관량을 추적하는 데이터 제공업체다.
종합하면, 현재 원유시장은 해상 운송과 지정학적 충격의 즉각적 영향과, 산유국의 정책·미국 생산 등 구조적 공급 요인이 얽혀 있어 변동성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지정학 리스크가 가격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고, 중장기적으론 공급 회복과 수요 흐름에 따라 조정이 일어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