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소폭 변동으로 마감…유조선 교란이 지속적 지지 요인으로 작용

2월물 WTI 원유는 수요일 종가 기준 -0.03달러(-0.05%) 하락했고, 2월물 RBOB 휘발유는 같은 날 종가 기준 +0.0040달러(+0.23%) 상승했다.

2025년 12월 26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 초반에는 베네수엘라와 우크라이나·러시아 관련 리스크 우려로 유가가 급등하기도 했지만, 수요일 종가는 양 방향성을 띤 제한적 변동폭으로 마감했다. 다만 최근의 유조선 관련 교란과 지정학적 긴장, 그리고 지난 금요일 발표된 Baker Hughes(베이커 휴즈)의 미 활동 원유 시추기 수(활성 리그)가 4.25년 만의 저점에 도달했다는 소식 등으로 인해 가격에는 지속적인 지지 요인이 남아 있다.


지정학적 요인과 유조선 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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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로 들어오거나 떠나는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해 “완전하고 전면적인 봉쇄(총체적·완전한 봉쇄)” 조치를 명령했다. 미 해안경비대는 지난 토요일 카리브해에서 제재 대상은 아닌 유조선 Centuries에 나침반 보딩을 실시했고, 미군은 베네수엘라로 향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조선 Bella 1을 추적했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지난 금요일 지중해에서 러시아의 그림자 유조선(shadow oil tanker)을 처음으로 드론으로 타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같은 유조선 및 해상 교란은 해상 원유 수송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공급 차질 우려를 높이며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Vortexa는 12월 19일로 끝난 주간(주간 단위 보고) 기준으로, 7일 이상 정체된 유조선 위에 저장(스테이션된 채 보관) 중인 원유가 전주 대비 -7% 감소한 1억7만1150만 배럴(107.15 million bbl)로 집계됐다고 12월 중순에 보고했다.


우크라이나의 공격과 러시아의 수출 제약

우크라이나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은 지난 세 달 동안 최소 28곳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표적으로 삼았고, 이는 러시아의 원유 수출 능력을 제한하여 글로벌 공급을 줄이는 요인이 됐다. 또한 11월 말 이후로는 발틱해에서 최소 6척의 유조선이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았다는 보고가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석유기업·인프라·유조선 대상 신규 제재가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제약하는 복합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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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재고 관련 지표

OPEC+는 11월 30일에 2026년 1분기(Q1) 생산 증가 유예 계획을 고수하기로 했다. OPEC+는 11월 2일 회의에서 12월에 일일 +137,000 배럴(bpd) 증산을 발표했으나, 2026년 1분기에는 생산 증가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글로벌 원유의 사상 최대 잉여량을 일일 400만 배럴(4.0 million bpd) 수준으로 전망한 바 있다.

OPEC+는 2024년 초에 단행한 일일 220만 배럴(2.2 million bpd)의 감산분을 모두 복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 복원되지 않은 생산량이 120만 배럴(1.2 million bpd) 남아 있다. OPEC의 11월 원유 생산량은 일일 29.09 million bpd로 전월 대비 -10,000 bpd 감소했다.

지난달 OPEC는 3분기 글로벌 석유시장 전망을 적자로에서 흑자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미국 생산이 예상보다 증가했고 OPEC 자체의 원유 생산량도 확대된 영향이다. OPEC는 3분기에 글로벌 시장이 일일 50만 배럴(500,000 bpd)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도 2025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치를 지난달의 13.53 million bpd에서 13.59 million bpd로 상향 조정했다.

EIA의 주간 보고서(12월 12일 기준)는 다음과 같은 재고 지표를 제시했다: (1) 미국 원유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보다 -4.0% 낮고, (2) 휘발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보다 -0.4% 낮으며, (3) 증류유(디젤·난방유 등)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보다 -5.7% 낮았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은 주간 기준 -0.1% 하락한 13.843 million bpd로 집계되어, 11월 7일 주의 기록치 13.862 million bpd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했다.


시추기 수 변화와 시사점

베이커 휴즈는 12월 26일로 끝난 주간에 미 활동 원유 시추기 수(활성 리그)가 409기로 집계되어 전주 대비 +3기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12월 19일의 406기(4.25년 만의 저점)에서 소폭 회복한 수치다. 지난 2년 반 동안 미 시추기 수는 2022년 12월의 627기(5.5년 고점)에서 급감했다.


용어 설명

이 기사에서 사용된 주요 용어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WTI(West Texas Intermediate)는 미국 내 유가의 대표적 기준유이며, RBOB는 휘발유 선물의 일종으로 휘발유 주입 전 혼합 재료로 쓰이는 리포머블 블렌드스톡을 의미한다. 배럴(bbl)은 원유 거래의 기본 단위로 1배럴은 약 159리터에 해당한다. bpd는 ‘barrels per day’의 약자로 하루 생산·수송되는 배럴 수를 뜻한다.

또한, Baker Hughes 리그 카운트는 석유·가스 분야의 현장 활동을 반영하는 지표로서, 시추기(리그) 수가 많아지면 단기적으로 생산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감소하면 생산 성장 둔화 신호로 해석된다. Vortexa와 같은 기업은 해상에 정체된 탱커에 저장된 원유량을 추적해 수송·재고 상황 변화를 진단한다.


시장 영향 분석 및 전망

현재의 가격 움직임은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나 중기적으로는 수급 지표(재고, 생산, OPEC+ 정책)에 의해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유조선에 대한 봉쇄·공격 등 해상 물류 차질은 운송 비용 상승과 특정 지역 공급 차질을 일으켜 단기적으로 유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반면 OPEC+의 생산 증가 유예와 IEA의 2026년 대규모 잉여 전망, 미국의 생산 증가 및 EIA의 생산 상향치 등은 중기적으로 가격 상승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

시나리오별 영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만약 유조선 교란이 확대되어 주요 해상 루트의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지면 단기적으로 유가는 상승 압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둘째, OPEC+가 생산 동결을 유지하고 미국 등 비OPEC 생산이 기대만큼 빠르게 늘어나지 않으면 공급 긴축 우려가 남아 유가의 바닥을 지지할 수 있다. 셋째, 만약 미국·EU의 제재가 추가 확대되고 러시아의 수출이 장기적으로 차질을 빚는다면 글로벌 공급 여건은 더욱 타이트해져 중장기적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글로벌 수요가 예상보다 약화되거나 OPEC+·비OPEC의 증산이 가속화될 경우, IEA가 제시한 2026년 일일 400만 배럴의 잉여 전망이 현실화되며 유가는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산업계는 재고 지표(특히 EIA 주간 재고), 시추기 수 변화, 해상 물류 리스크의 변화, OPEC+의 추가 정책 신호 등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결론

요약하면, 12월 26일 종가는 소폭의 변동으로 마감했지만 유조선 봉쇄·공격 등 해상 교란이 유가에 지속적인 지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OPEC+의 생산 정책, 미국의 생산 증가, 글로벌 재고 수준 변화 등은 향후 유가 흐름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수급 지표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