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장중 상승분을 일부 반납한 뒤 반등했으나, 투자자들이 공급 우려 완화 상황을 재평가하면서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2026년 3월 18일, RTTNews의 보도에 따르면, WTI(서부텍사스산원유) 4월 인도분은 배럴당 $96.39로 전일 대비 $0.18(0.19%) 하락한 수준에서 거래됐다. 장중에는 일부 이익 실현 매물로 하락폭이 확대되기도 했으나, 이후 이라크의 생산 재개 소식이 전해지며 낙폭을 일부 회복했다.
이날 시장 참가자들은 이라크의 생산 및 수출 재개 소식을 주시했다. 이라크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교통 차질로 생산을 중단한 이후, 쿠르드 자치정부와의 합의를 통해 터키 제이한(Ceyhan) 항구를 통해 북부 키르쿠크(Kirkuk)주에서 하루 최대 25만 배럴의 원유 수출을 재개하기로 발표했다. 이라크는 그 가운데 약 10만 배럴/일을 해당 항구를 통해 송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안의 배경에는 미국·이스라엘 연합과 이란 간의 군사 충돌(2026년 2월 28일 개시)이 자리하고 있다. 이 충돌로 인해 세계 원유 및 천연가스 수송의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었고, 이 해협을 통해 전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의 20% 이상이 운송된다. 전쟁 이전에는 하루에 100척 이상이 해협을 통과했으나, 분쟁 발발 후 통과 선박 수는 21척으로 급감했다.
해운 정보업체인 Windward는 오만만(Gulf of Oman) 인근에 약 400척의 선박이 발이 묶인 상태라고 보고했다. 다만 중국, 그리스, 인도, 파키스탄, 터키 등과 연계된 일부 선박은 항행이 허락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연합에 가담해 해협을 보호하자는 미 정부의 요청에 대해 동맹국들이 참여를 꺼리면서, 트럼프는 이들 동맹국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했다. 다수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은 군사 개입에 앞서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군사적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전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은 이란의 치안총책임자 알리 라리자니(Ali Larijani)와 바시즈 지휘관 골람레자 솔레이마니(Gholamreza Soleimani)를 사살했다고 발표했으며, 이란은 이들의 사망을 확인하고 강력한 보복을 예고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부셰흐(Bushehr) 원자력발전소가 순항미사일 또는 투사체 공격을 받았으나 시설 피해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날 이스라엘 국방장관 이스라엘 카츠(Israel Katz)는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야간 작전에서 이란의 정보장관 에스마일 하티브(Esmail Khatib)이 사살되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이란은 중앙부 이스라엘 지역을 향해 집속탄(cluster munition) 성격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보복성 공격을 감행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란 고위 관리를 인용해 이란의 새로운 최고지도자 모즈타바(Khamenei) 아들이 외교적 해결을 배제하고 강경한 보복 노선을 택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전했다.
이처럼 생산·공급 차질 우려가 지속되면서 유가는 전반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에너지 섹터로의 자금 유입도 활발해졌으며, 상위 25개 글로벌 석유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현재 약 $5.30조로, 최근 상승으로 약 20% 증가했다.
재고(인벤토리) 지표는 시장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였다. 산업계 단체인 American Petroleum Institute(API)는 3월 13일로 끝난 주간에 미국 원유 재고가 660만 배럴 증가했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시장 예상치인 60만 배럴 감소와 대조적이었다.
공식 통계인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동일 기간(3월 13일 종료 주)에 미국 원유 재고가 616만 배럴 증가해 총 4억4,930만 배럴(449.3 million barrels)이 되었다고 밝혔다. 오클라호마 컬싱(Cushing) 배달 허브에서는 원유 재고가 944,000 배럴 증가했다.
동기간 휘발유 재고는 543.6만 배럴 감소해 예상치(160만 배럴 감소)를 크게 상회했고, 증류유(디젤·난방유) 재고는 252만7천 배럴로 집계되었으며, 난방유 재고는 8.1만 배럴 감소했다.
금융·통화 측면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책금리를 기준금리 3.50%~3.75% 범위로 두고 두 번째 연속 회의에서 동결을 결정했다. 달러 지수는 이날 99.78로 전일 대비 0.23포인트(0.23%) 상승했다.
용어 설명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협수로로, 전 세계 원유 운송에서 전략적 비중이 매우 크다. 전 세계 원유 및 천연가스 운송량의 약 20% 이상이 이 해협을 통과하므로, 이 지역의 군사적·정치적 불안은 곧바로 국제 에너지 시장의 공급 우려로 연결된다. 또한 컬싱(Cushing)은 미국 오클라호마에 위치한 주요 원유 배달·저장 허브로, 미국 원유 가격(WTI)의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시장 영향과 향후 전망
단기적으로는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는 한 유가는 상방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항로 봉쇄가 장기화되거나 주요 생산·수출 시설이 추가로 타격을 입을 경우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며 유가는 급등할 수 있다. 반대로, 이라크의 키르쿠크발 수출 재개와 같은 일부 공급 복원 신호는 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이 된다. 이번 이라크의 결정은 단기적 공급 확대에 기여할 수 있으나, 공급 회복 규모(일일 10만~25만 배럴) 자체가 전 세계 하루 수요(약 1억 배럴 수준) 대비 크지 않다는 점에서 유가 안정에는 한계가 있다.
중기적 관점에서 보면 재고 지표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악화(원유 재고 증가, 휘발유 재고 감소 등)를 보였다는 사실은 정제 및 유통 구간에서의 구조적 수급 불균형을 시사한다. 휘발유 재고의 큰 폭 감소는 정유업체의 가동률 문제나 운송차질을 반영할 수 있으며, 이는 휘발유·디젤 등 정제제품의 서플라이 체인에서 가격 상승 압력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통화 및 금융 여건도 유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준의 금리 동결 결정과 달러 강세(달러 지수 99.78)는 달러 표시 자산인 원유의 실질 수요 측면에서 상충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달러 강세는 비달러권 수요자에게 상대적 구매력 약화를 초래해 수요 압력을 낮출 수 있으나, 군사적 리스크 프리미엄은 이를 상쇄할 수 있다.
향후 시나리오별 전망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정학적 긴장이 확산되어 해협 차단 및 추가 군사 충돌로 이어질 경우 유가는 단기적으로 배럴당 $100 이상으로의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둘째, 제한적 충돌에 그치고 주요 수출로의 우회 및 생산 재개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경우 유가는 현재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점차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주요 수요국의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면 수요 측면에서 하방 압력이 가해져 유가 상승을 제어할 수 있다.
투자자와 정책 결정자 관점에서의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리스크 관리와 재고·공급망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에너지 기업은 생산·수송 인프라에 대한 보안 강화와 단기적 수급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생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 국제기구 차원에서는 항로 안전 확보 및 민간선박의 안전 항행 보장을 위한 외교적·군사적 협의가 필요하다.
종합하면, 이번 장세는 공급 우려의 완화 신호(이라크 수출 재개)와 지정학적 리스크(미·이스라엘-이란 충돌)의 동시 존재로 요약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사건 전개 양상에 따라 유가의 급등·급락 가능성이 공존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재고·정제 마진·정치적 안정성 등이 유가 방향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