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공급 과잉 우려에 국제유가 하락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티커: CLX25)은 30일(현지시간) 전장 대비 -1.08달러(-1.70%) 하락한 배럴당 62.44달러에, 11월물 RBOB 휘발유(티커: RBX25)는 -0.0194달러(-1.00%) 내린 갤런당 1.9154달러에 각각 마감했다.

2025년 9월 30일, 나스닥닷컴이 인용한 바차트(Barchart) 보도에 따르면, 원유와 휘발유 가격은 이틀 연속 하락하며 1주일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산유국 연합체 OPEC+가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늘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계 시장의 공급 과잉 우려가 확대됐다고 전했다. 이날 달러인덱스(DXY)가 약세를 보인 점은 유가 하락 폭을 다소 제한했다.

WTI 선물 차트
시장 참여자들은 10월 6일 예정된 OPEC+ 회의에서 공급 확대 시기가 앞당겨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OPEC 소속 한 대표는 “11월부터 매월 50만 배럴씩 세 차례에 걸쳐 총 150만 배럴을 증산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년간 유지됐던 하루 220만 배럴 규모의 감산 조치를 모두 복원하려는 움직임이다. 실제로 OPEC의 8월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40만 배럴 증가한 2,855만 배럴로, 2년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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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26년 세계 원유 시장이 일평균 333만 배럴 규모의 사상 최대 공급 초과 상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한 달 전 전망치보다 36만 배럴 상향된 수치다. IEA는 “OPEC+가 감산을 전면 해제하면 초과 공급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급 측면의 또 다른 변수는 이라크다. 이라크 정부는 그간 요금 분쟁으로 2년 가까이 중단됐던 쿠르디스탄 자치정부의 터키행 수출 파이프라인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후세인 이라크 외무장관은 “수출 재개 시 하루 50만 배럴의 추가 물량이 국제 시장에 풀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요 측 악재도 겹쳤다. 세계 3위 원유 수입국 인도의 8월 원유 수입량은 전년 동월 대비 -2.9% 감소한 1,960만t(약 1억 4,364만 배럴)로 집계됐다. 수요 둔화 신호는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휘발유 가격 그래프
해상 저장 물량도 늘었다. 해상 물류 분석업체 보텍사(Vortexa)는 9월 26일 기준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 적재 원유가 전주 대비 3.7% 증가한 8,195만 배럴로 3주 만에 반등했다고 밝혔다. 체선량 증가는 단기 공급 압력을 높여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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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지정학적 위험은 유가를 지지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추가 제재 가능성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NATO 회원국 영공을 침범하는 러시아 군용기를 격추해야 한다”며 유럽 각국에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 축소를 재차 요구했다. 미국 정부는 또 중국과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할 경우 최고 100% 관세를 부과하자고 G7에 제안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러시아 정유시설을 집중 타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9월 상반월 정제유 수출은 194만 배럴/일로, 3년 3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EIA(미 에너지정보청)는 1일(현지시간) 발표할 주간 재고에서 원유 재고 150만 배럴, 휘발유 재고 50만 배럴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앞선 9월 19일 주간 통계에 따르면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4.4% 낮았고, 휘발유와 중간유 재고도 각각 1.7%, 7.2% 하회했다. 같은 주 미국 산유량은 1,350만1천 배럴/일로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시추 활동도 확대되고 있다.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9월 26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 장비(리그)는 424기로 전주 대비 6기 늘었다. 이는 8월 1일 기록한 4년 최저치(410기) 이후 첫 반등이다.

용어 풀이 및 시장 이해 돕기
RBOB(레포머블 블렌드 옥탄 부스터)는 북미 휘발유 선물의 기준품으로, 옥탄가를 높여 여름철 환경 규제를 충족한다. 보텍사(Vortexa)는 AIS(선박 자동식별 시스템) 데이터를 활용해 전 세계 해상 원유·가스 움직임을 실시간 추적하는 영국계 정보업체다. OPEC+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23개국으로 구성된 산유국 협의체로, 생산량 조절을 통해 유가를 관리한다.

전문가 시각
공급 확대 시그널과 수요 둔화가 동시 발생하면서 단기적 약세 흐름이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러시아산 물류 차질과 중동 리스크가 상존해 배럴당 60달러선 초반에서는 저가 매수 유입이 예상된다. 시장은 이번 주 EIA 재고와 OPEC+ 결정에서 명확한 방향성을 찾을 전망이다.

본 기사에 언급된 증권이나 상품에 대해, 작성자 리치 애스플런드는 직·간접적으로 아무런 보유 지분이 없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작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