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가격, 에너지 수요 우려로 하락…중동 지정학 리스크는 상방 요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3월물(CLH26)-0.47달러(-0.71%) 하락했고, 3월 RBOB 가솔린(RBH26)-0.0070달러(-0.35%) 하락했다. 이날 원유와 휘발유 가격은 미국의 경제지표 부진으로 인한 에너지 수요 우려에 따라 하락 압력을 받았으나, 달러 약세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하락 폭을 제한했다.

2026년 2월 20일, 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둔화된 것이 에너지 수요에 대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반면 중동에서의 긴장 고조는 공급 리스크를 높여 유가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표는 원유 수요에 대한 우려를 자극했다. 미국의 2025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q/q 연율 환산)은 +1.4%로 집계되어 시장 기대치인 +2.8%를 크게 하회했다. 또한 2월 S&P 제조업 PMI는 전월 대비 -1.2포인트 하락한 51.2로, 기대치(52.4) 대비 약화됐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2월 미국 소비자심리지수는 -0.7포인트 수정되어 56.6로 내려왔으며, 이는 예상치(57.3)보다 낮았다. 이러한 지표들은 경기 둔화에 따른 연료 수요 약화를 시사한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는 유가의 상방 요인으로 남아 있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핵 문제에 대한 합의를 강요하기 위해 제한적 군사공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고, 협상 지속에 대해

“10~15일 정도가 ‘사실상’ 최대한의 기간이다. 우리는 합의를 하든지 아니면 그들에게 불행한 일이 생길 것이다”

라고 발언한 바 있다. Axios는 외교적 돌파구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전했고,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은 미-이스라엘 공동 작전으로 확대될 가능성 및 수 주간 지속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 교통부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시 미국 선적 선박은 가능한 한 이란 해역에서 멀리 떨어질 것을 권고하는 해상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란은 OPEC 내에서 네 번째 규모 생산국이며, 일일 약 330만 배럴(bpd)의 원유를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전 세계 원유의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는 점에서, 이 지역에서의 군사적 충돌은 공급 차질 가능성을 높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 제약도 유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제네바에서 중재된 미 중재 회의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러시아가 전쟁을 끌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조기 종료되지 않았다.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장기적 해결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전쟁 지속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약을 유지시켜 유가에 상방 압력을 주는 요인이다.


유동성 및 재고 관련 요인도 유가 방향성을 좌우한다. 해상에 일시 저장된(플로팅 스토리지) 러시아 및 이란산 원유는 Vortexa 데이터 기준으로 약 2억9천만 배럴(290 million bbl)에 달해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고 보고됐다. 이는 러시아 및 이란 원유에 대한 봉쇄와 제재로 인한 재고 누적을 반영한다. 다만 Vortexa는 2월 13일 마감 주간 기준으로 최소 7일 이상 정체된 채로 선적된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8.2% 하락한 86.95 million bbl이라고 집계했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 증가도 글로벌 공급을 늘리는 요인이다. 로이터는 베네수엘라의 1월 원유 수출이 80만 bpd로, 12월의 498,000 bpd에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증가는 단기적으로 공급 부담을 가중시켜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EIA·IEA 전망 및 OPEC+ 정책 변화도 시장에 중요한 시그널을 준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6년 미국 원유 생산 추정치를 지난달의 13.59 million bpd에서 13.60 million bpd로 소폭 상향 조정했고, 2026년 미 에너지 소비 추정치는 95.37에서 96.00 쿼드릴리언(Btu)로 상향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글로벌 원유 공급 과잉(서플러스) 전망을 지난달의 3.815 million bpd에서 3.7 million bpd로 하향 조정했다. 한편 OPEC+는 2026년 1분기까지 증산 유예 계획을 고수한다고 2월 1일 발표했으며, 2025년 11월 회의에서 12월에 +137,000 bpd 증산을 단행한 뒤 1분기에는 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OPEC+는 2024년 초 시행한 220만 bpd 생산 감축분을 모두 복원하려 하고 있으나 아직 120만 bpd의 증산 여지가 남아 있다. OPEC의 1월 원유 생산은 -230,000 bpd 감소해 5개월 만의 최저치인 28.83 million bpd를 기록했다.


공격과 제재로 인한 추가 공급 제약도 존재한다. 지난 6개월간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은 러시아 내 최소 28개 정유시설을 표적화해 러시아의 원유 수출 능력을 제한했고, 11월 말 이후로는 발트해에서 최소 6척의 유조선이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추가적인 미국·EU의 대(對)러시아 제재는 러시아의 석유회사와 인프라, 유조선에 영향을 주어 수출 차질을 야기했다.

EIA 주간 재고 및 생산 데이터에 따르면 2월 13일 기준으로 (1) 미국 원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보다 -6.0% 낮았고, (2) 휘발유 재고는 평균보다 +3.3% 높았으며, (3) 증류유(디스틸레이트) 재고는 평균보다 -5.8% 낮았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은 주간 기준 +0.2% 상승해 13.735 million bpd를 기록했으며, 이는 11월 7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13.862 million bpd에 근접한 수치다.

시추 활동 동향을 보면 베이커 휴즈(Baker Hughes)는 2월 13일 마감 주간의 미국 가동 중인 유정 수가 3기 감소해 409기로 집계되었다고 보고했다. 이는 12월 19일 기록한 4.25년 저점(406기)에 근접한 수준이며, 2022년 12월의 627기 정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추세다.


용어 설명 — 독자 편의를 위해 본문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요 용어를 설명한다.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미국 내 거래 기준으로 유가의 대표 지표 중 하나다. RBOB 가솔린은 휘발유 선물의 한 종류로 정유 및 휘발유 시장을 반영한다. bpd는 하루(24시간) 기준 배럴(barrels per day)을 의미한다. 플로팅 스토리지는 원유가 선박에 선적된 채로 항해·정체되며 임시 저장된 상태를 뜻하며, 재고로 즉시 공급되지 않는 물량을 의미해 시장의 캐리 및 수급 판단에 영향을 준다. PMI(구매관리자지수)는 제조업의 경기 체감도를 파악하는 지표이고, 디스틸레이트(distillate)는 난방유·디젤 등 정유 부산물을 의미한다.


시장 영향과 향후 전망 — 종합적으로 볼 때 원유 시장은 수요 약화 신호(미국 GDP·PMI·소비자심리지수 부진)와 공급 측면의 혼재 신호(플로팅 스토리지 증가, 베네수엘라 수출 증가 등)에 의해 단기적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단기 시나리오로는 다음과 같은 흐름이 가능하다.

하방 압력 시나리오: 미국 및 글로벌 경기 둔화가 이어져 연료 수요가 감소하면, 플로팅 스토리지 누적과 함께 가격은 추가 하락할 수 있다. EIA·IEA의 잇단 공급 과잉 전망과 베네수엘라의 수출 증가가 이를 뒷받침한다.

상방 압력 시나리오: 반면 중동(이란) 혹은 러시아 관련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험이나 실제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단기적으로 급격한 가격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관련 공격과 제재로 러시아 공급이 추가로 제한될 경우에도 유가 상승 압력이 강해진다.

투자자 및 시장 참여자는 향후 EIA 주간 재고 발표, OPEC+ 정책(증산 유예 여부), 중동 정세(특히 이란 관련 발언·군사행동 여부), 그리고 미국 및 글로벌 경제지표(특히 GDP·PMI·소비자 심리 지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정책적 리스크(제재·해상 주의보)와 실물 재고 지표의 변화가 유가 방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참고·공시: 이 기사에 인용된 수치와 보도 내용은 Barchart의 2026년 2월 20일 보도를 기반으로 정리한 것이다. 원문 기사 작성자 Rich Asplund는 본 기사에 언급된 증권들에 대해 직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본 보도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판단의 근거로 삼기 전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